한국불교 결사 구현 어떻게

도법 스님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봉암사 결사, 비판적 논의 필요해
바른 계승위해 심화할 필요 있어
復古보단 新 결사정신 창출해야”

덕문 스님 통도사 율원장
“봉암사 결사, 계율적 측면서 한계
부처님 법대로 5년 계율 교육 필요
현재 한국불교, ‘계율결사’가 절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일제청산·정화 등 미완의 성공
‘부처님 법대로’는 성찰의 산물
현 상황 고민할 집단지성 나와야”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봉암사 결사 정신, 진정 구현됐나
율장정신 살리고 청빈 가치 보여야
경전 근거한 교리 해석과 실천 중요”

박희승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사업단장
“불교 힘들 때 나타난 변화의 동력
이젠 작은 단위 결사가 중요할 때
佛法에 대한 바른 이해·정리를”

1947년 시작된 봉암사 결사는 현재 한국불교의 모습과 기틀을 닦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결사 정신 아래 ‘공주규약’이라는 수칙을 정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1950년까지 수행 정진했다.
봉암사 결사가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에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님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조금씩 갈렸다.

한국 근대불교사의 권위자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 교수는 봉암사 결사를 ‘미완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식 교수는 “봉암사 결사는 해방공간 안에서 식민지 불교의 잔재와 모순을 청산·극복하려는 움직임이었고, 훗날 불교정화운동의 정신과 이념에 영향을 줬다”며 “비록 6.25 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중단됐지만 미완의 성공을 한 결사”라고 설명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추진본부장 도법 스님은 성과와 한계를 나눴다. 암울했던 시기 전근대에서 현대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결사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비불교적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분명한 성과라는 것이다. 한계에 대해선 “봉암사 결사를 주제로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토론이 전개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성찰과 비판적 관점서 바라봐야 극복해야할 점, 보완해야할 점, 계승해야할 점을 구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도사 율원장 덕문 스님도 봉암사 결사는 한국불교사 안에서 갖는 위치에 대해서는 이견은 없지만, 율장을 근거로 한 참회와 계율교육이 크게 부족한 점은 한계로 지적했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봉암사 결사는 기복 신앙을 멀리하고 선 수행을 근간으로 삼고, 자립의 삶을 살았다. 이는 부처님 정신을 구현한 좋은 본보기”라며 “정말 문제는 봉암사 결사라는 가치 높은 이상이 이후 종단 상황에 반영이 됐는지 안됐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봉암사 결사, 잘 계승·구현됐나
도법 스님은 봉암사 결사가 제대로 계승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졌다. 스님은 봉암사 결사 50주년 당시 그 정신을 대대적으로 계승하자며 선언한 것을 상기시키며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스님은 “현 불교인들은 ‘과거는 좋았고 지금은 아니다’는 생각만 하는데 이는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봉암사 결사는 그 자체로 훌륭하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가는 것보다 새로운 결사 정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덕문 스님은 “전국에 많은 총림이 개설되고 선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율원과 강원이 개설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고 불교의 사회적 위상변화도 적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하지만 끊임없이 발생하는 승풍실추사건과 승가의 도덕성을 시비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종도들에게는 자긍심을 잃게 하고 국민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제 제2의 봉암사 결사와 같은 수행결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승 봉암사 문경세계명상마을 사업단장 역시 긍정적 성과와 비판적 현실에 대해서 확실히 구분했다. 그는 “봉암사 결사 당시에는 안거 및 참선 수행을 극소수 사찰에서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간화선 수행 및 안거를 100여 사찰서 하고, 총림도 생겼다. 이것은 분명한 성과”라면서도 “봉암사 결사에선 제사불공, 신중탱화, 칠성각을 다 없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고준한 지향과 발원은 퇴색했다. 오히려 제사불공 위주로 사찰 재정이 운영된다.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고 새로운 좌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처님 법대로’는 무엇인가
현재 한국불교가 봉암사 결사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않다면 다시 되짚어봐야 할 것은 ‘부처님 법대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다.

이에 대해 김광식 교수는 “봉암사 결사의 ‘부처님 법대로’는 당시 승려 및 승단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정립한 산물”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니 우리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야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결사라는 것은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스님들은 봉암사 결사의 정신을 보고 ‘어떻게 나가야겠다’는 방향과 노선을 재창조해야 한다”며 “선배들의 옛 고민을 되짚어보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한 자극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고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박희승 사업단장은 “결사는 부처님 법, 즉 중도를 따르자는 것이다. 결국 부귀영화나 명예를 추구하는 세속적 삶을 초월해 진리의 삶을 살겠단 정신과 다짐으로 봐야한다”면서 “봉암사라는 하나의 사찰을 모범도량으로 세우고, 이곳에서 정진해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야말로 순수한 종교적 방식을 봉암사란 도량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모든 상황을 자성의 계기를 삼고 이를 탁마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성과쇄신결사는?
봉암사 결사 이후 현재 한국불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결사는 조계종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자성과쇄신결사’다.  올해로 6년차를 맞는 현 종단 결사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의 평가가 함께 나왔다.

덕문 스님은 “자정과쇄신결사를 시작하며 눈길을 끈 것은 승가청규의 제정과 대중공사를 통한 종단의 청정성과 역할 증대를 도모한 일”이라며 “그러나 봉암사 결사의 공주규약과 쇄신위원회의 승가청규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부처님 당시에 시행되었던 여법여율한 승가시스템의 복원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때 자정과 쇄신도 원만히 성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탁 교수는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종령기구인 것으로 알고 있다. 100인 대중공사도 진행됐고 의견이 모아져도 종책적 반영이 된 부분은 드물다. 좋지 못한 정치적 수사로 그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자성과쇄신결사를 이끌고 있는 도법 스님은 “결사라는 것은 불교집안에선 굉장한 의미를 가지는 일인데, 아무 논의과정 없이 진행되니 이후 온갖 불신과 냉소, 부정, 비난들이 계속 있었다”면서 “총무원이 결사를 선언했다면 먼저 모범을 보이고 지역으로 퍼트렸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100인대중공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도법 스님은 “100인대중공사는 그야말로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지는 장이다. 어느 편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지혜들을 모으는 것”이라면서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지혜가 발휘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집단지성”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불교,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한국불교에 필요한 결사는 무엇일까. 신규탁 교수는 “결사보다는 율장 정신을 살리고, 경전에 근거한 교리 해석과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광식 교수는 “결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수, 궁벽이라는 개념이 더 어울린다”면서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는 안주하는 분위기고 이러면 발전할 수 없다. 현재 불교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집단지성이 나타나야 올바른 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희승 사업단장은 시대에 맞는 ‘부처님 법대로 사는 방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풀뿌리 결사를 하자’는 것이다. 그는 “현대 시대에 맞는 결사는 ‘풀뿌리 결사’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매우 다원화, 전문화됐다. 작은 단위서 일어나는 결사가 매우 소중하다”며 “생활 단위 및 지역사찰서 결사가 이뤄질수록 불교가 내실화되고 생활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덕문 스님은 율사인 만큼 제2의 봉암사 결사는 ‘계율결사’가 돼야 한다고 봤다. 스님은 “제2의 봉암사 결사는 계율근본도량을 마련해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이 땅에 구현하고 관심 있는 스님들이 그 곳에서 부처님 법대로 사는 삶을 체험함으로써 계율에 대한 오해를 해소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줘야 한다”면서 “봉암사 결사의 완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은 전 종도에게 의무적으로, 부처님 법대로 5년 이상의 계율교육을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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