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생활밀착형 불교 - 3

“사회 소소한 현상에 답하라”
성진 스님 조계종 포교국장

한국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생활밀착형이지 못하다는 건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현상 전반에 대해 불교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최근 국정농단으로 불거진 탄핵문제나 촛불시위 등과 관련해 부처님 말씀으로 대중에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탐·진·치를 버리라’는 아주 1차원적인 표현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 최측근이었던 아난존자가 어떤 자세로 부처님을 모셨는지를 따져보면 흔히 ‘문고리 3인방’이라는 문제에도 불교적 입장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비정규직 문제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존엄사법 논란 등 일반사회에 흔히 나타나는 일들에도 적극적으로 답해야 합니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가 절에서 기도를 올릴 때 단순히 좋은 대학 가길 기원하는 게 아니라 부모로서 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옆에서 묵묵히 동행해주는 동반자라는 걸 일깨워주듯 말이죠.
대만 불광산사에서 ‘술집 여종업원을 위한 발원문’ ‘군대 간 아들을 둔 어머니를 위한 발원문’ 등을 보고 감명받은 일이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세속적이다’는 이유로 어떤 현상에 입장을 나타내지 않지만 정작 수많은 불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겪으며 번뇌하고 괴로워합니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출세간이라고 세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듯 고뇌하는 대중에 성실히 응답한다면 그 이후의 방법론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공공성·불자 주체성 확보가 관건”
명법 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종교가 사람들에게 생활밀착형이 되기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담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생활밀착형에만 집착해 불교적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되겠죠. 생활밀착형 종교는 사회적으로 공적인 가치를 지닐 때 확산될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는 여러 불교가 산재해 있지만 대부분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탈핵과 같은 전 세계적인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죠. 미국 1세대 선 수행자인 버니 글래스맨이 뉴욕에서 빵집을 운영하며 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거나 불교신행단체 ‘부디스트 인사이트’의 길거리 명상인 ‘스트릿 리트릿(street retreat)’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도권이 아닌 비제도권, 즉 풀뿌리로부터 전개됐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불교는 ‘기복’이 생활밀착형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자들이 ‘기도는 절에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기도할 줄 모르죠. 이렇게 많은 걸 절에 맡기면서 스님과 재가자의 관계가 무주상보시가 아닌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로 변질돼 사찰 격을 떨어트렸습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기독교인들의 기도가 시끄러워 눈살 찌푸려진다고 하겠지만 정작 불자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병석에 있을 때 어떤 기도를 해야 하고, 병문안 간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간단한 기도문부터 마련해 불자들이 스스로를 다스리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런 움직임은 개별사찰들로부터 전개돼야 합니다.

 


“대중의 괴로움부터 이해하자”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이고득락(離苦得樂)·발고여락(拔苦與樂)이라고 하죠.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주는 일, 즉 불교는 어느 시대든 민중의 괴로움을 해결해주는 쪽으로 활동해왔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아나타삔디까와 위사카 장자 등 부호불자들이 오늘날의 사회복지활동을 많이 펼쳤습니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불교는 늘 앞장서 왔고,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는 전통적인 포교문화에 습합돼 벗어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본불교를 상업화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대중의 요구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 일제강점기 50년을 겪은 대만불교가 발 빠르게 사회문제를 풀어나가 위상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게 많습니다. 결국 직면하는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나서는 것이 기존 신도를 넘어서서 저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현재 한국불교가 생활밀착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중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겪는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하나의 장을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제도권 종교가 수많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대중이 원하는 주제의 공모전을 열고, 해결책을 모색해 지원하는 형태로 말이죠. 여기에는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재가불자들이 늘어나 승가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생활 속 불교가 되기 위해 이념과 방법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설법부터 일반 삶에 와 닿아야”
백도수 능인불교대학원대 교수

불교는 다양한 전법과 설법 기술교육을 간과하여 우리들 생활의 이해 폭을 놓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가슴에 와 닿으며, 의미가 있고 이득을 주는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불교계 현실을 돌아보면 공감할 만한 설법 내용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죠. 불교의 내용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생활 속에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을 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설법을 청자 입장에서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간환경과 현실사회에 대해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설법 내용에는 불교와 불교 외 가르침, 그리고 과학과 상식, 시청각 자료 등을 두루 포괄하는 것이 담겨야 하죠. 설법 방법으로도 대상에 맞는 맞춤형 설법, 함께하는 설법, 즉설법문, 문답형 법문, 보여주는 법문, 공감하는 법문, 찾아가는 설법 등을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현대인에 맞게 생애주기별, 직능별 설법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현재 불교계가 갖고 있는 이런 설법의 문제를 인식하고 설법학 분야를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생활법문자료와 생활법문사례 등을 공유하는 사이트나 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포교방식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생활 속에 들어갈 수 있는 1대1 전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1대1 상담과 신행지도 강화. 전법사의 생활밀착 교육 강화가 있어야 합니다. 또 불교의 실천활동 사례를 만들어 내고 시스템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스님, 포교사, 핵심신도, 불자는 한 사람이라도 놓치지 않아야 할 소중한 존재입니다. 불자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는 의지를 갖고 정성을 다한다면 불교에도 밝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

 


“불교 외 교육의 장 확대해야”
고길석 불광교육원 학장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리적 결정을 하고 행동합니다. 물질적 이익 뿐만 아니라 정신적 이익까지 다양한 필요성에 의해 욕구가 있고, 이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향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불교는 개개인의 욕구를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불교계의 문제점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불교 가르침과 실천행이 생활과 괴리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지닌 여러 문제점에 대해 불교가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생활과의 밀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포교전략과제로 꼽힙니다.

특히 현대인들에게서 불교가 신뢰를 잃은 한 원인인 기복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익활동을 전제로 교육 등의 분야에서 불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런 방안 중 하나로,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한 후 은퇴를 한 분들이 스스로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를 사찰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삶에 맞춘 강좌를 개설하고, 또 그분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익힌 지식들을 펼 수 있게끔, 강단에 서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는 불자들도 불교가 생활밀착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합니다. 나를 되돌아보고, 계발하고, 지혜를 닦고 그것을 먼저 가정에 적용해야 합니다.그렇게 스스로를 다지고 수행과 봉사를 통해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대상으로 넓혀가며 바라밀행, 보살행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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