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퍼런 유신정권 시절인 1966년 광복절 때의 일이었다. 서울신문에 애국선열들의 조상건립 운동을 알리는 안내문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의 결성이었다. 당시 권력 최고 실세였던 김종필 공화당 의장이 총재를 맡으니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1968년 충무공 동상부터 덕수궁의 세종대왕 동상, 장충단 공원에 사명대사 동상이 세워졌고 1969년 이후에 세워진 것이 효창공원의 원효대사 동상이었다. 이와 함께 사직공원 이율곡 동상, 신사임당 동상, 시청광장 김유신 동상, 남대문 유관순 동상 등 애국선열조상건립위가 총 15기가 세워졌다. 이 단체의 활동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민족중흥의 시대였으니 그 만큼 애국선열들의 존재가 긴요했기 때문이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 당시 세워진 동상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애물단지가 된 모양이다. 2011년 민족의 스승을 기린다며 세워진 효창공원 원효대사 동상이 녹이 슬고, 오물에 뒤덮혀 방치된 사실이 불교계 언론에 의해 알려졌다. 방치 원인은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 각 지자체가 관리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벌이는 책임전가는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이 근본원인이 6년이 지난 지금도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원효 스님 탄생 1400년을 맞은 2017, 우리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원효 스님이 펼친 화쟁과 회통의 사상이 필요하다. 갈등을 치유한 민족의 스승을 기리는 활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는 1960년대 동상 건립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효대사 동상을 방치하는 것은 불교 뿐만이 아닌 국민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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