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학술·문화재 결산

▲ 송광사 일화 스님과 현봉 스님이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 전시 중인 ‘송광사 오불도'에 예를 올 올리고 있다. 도난문화재인 '송광사 오불도’는 한국으로 12월 8일 반환됐다.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2016년 불교 학술·문화재계는 그 성과가 뚜렷한 한 해였다. 어느 해보다 도난 및 반출 문화재의 환수 성과가 도드라졌고, 다양한 주제의 불교 인문 강좌들이 봇물 터지듯 열렸다. 반면 경주 대지진으로 인해 문화재 내진 설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불교 학술 및 문화재계를 정리했다.

다양한 분야 결합한 강좌 ‘강세’
경주 지진으로 내진 관심 고조
근대 고승 조명 연구사업 눈길
깨달음 논쟁 등 주목 논제 다수

‘깨달음 논쟁’ 점화… 담론화는 ‘?’
2016년 새해 벽두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난해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으로부터 시작된 ‘깨달음은 이해를 통해 이뤄진다’ 논쟁의 재점화다. 당시 범어사 주지였던 수불 스님(現 안국선원장)은 현응 스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담은 소책자 〈조계종지의 현대적 구현〉을 발간했다.

당시 수불 스님은 현응 스님의 주장을 12개 항목에 거쳐 요모조모 반박하며 “인류 최고의 정신문화유산인 간화선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재를 비판해야지 간화선법을 문제삼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수불 스님에게서 시작된 ‘깨달음 논쟁’은 곧바로 학계로 이어지며, 상반기 이슈가 됐다. 학자들의 불교 매체 기고를 통한 논쟁이 시작됐고, 정의평화불교연대(대표 이도흠)는 ‘지금 여기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세미나를 불기2560년 성도재일을 맞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깨달음은 무엇인가’에 맞춰진 개념 논쟁을 정리하고 어떻게 21세기에 구현할 것인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불교평론〉에서도 ‘깨달음 논쟁’에 대한 특집을 다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는 〈불교평론〉 여름호 특집에서 ‘깨달음 논쟁’이 일회성 소란으로 그치지 않고 발전적 담론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깨달음 논쟁’은 상반기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침잠됐고, 담론화 등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도난 및 반출 문화재 환수 원년
올해 불교계 큰 성과는 도난 및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가장 주목할만 한 성과는 서울경찰청 지방수사대가 도난된 불교문화재를 27년간 은닉한 前사립박물관장 A씨와 아들인 前박물관 국장 B씨 등 2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거해 불상 11구를 되찾은 것이다. 이중에는 당장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상신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불상들도 포함돼 그 의미를 더했다. 

또한, 옥천사의 성과도 두드러진다. 옥천사는 올해에만 도난됐던 나한상 2구와 시왕도 1점을 환수했다.
옥천사의 문화재 환수가 눈길을 끄는 것은 학계와 종단의 꾸준한 연계를 통해 이뤄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옥천사는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와 MOU를 체결하는 등 꾸준히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옥천사 나한상 진본 사진이 본지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이중 2점이 제주도의 한 박물관에서 전시됐던 사실이 확인돼 나한상 환수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왕도 역시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과 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가 프랑스 현지까지 가서 협의해 반환하는 등 성보 환수에 노력했다.

이밖에도 송광사 오불도, 석천암 지장시왕도가 해외에서 환수돼 본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았다. 도난문화재의 경우 문화재 절도 및 은닉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문화재의 도난과 밀거래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문화재 은닉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前사립박물관장은 공소시효가 지난 문화재를 판매하려다가 덜미가 잡혔다.

또한 문화재 환수에 있어서도 종단 내 전담부서와 환수 기금 확보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지진 피해를 입은 국보 제20호 다보탑을 문화재청 직원들이 조사하고 있다.
경주 지진과 문화재 내진 설비
지난 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경주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60건의 문화재(국가지정 36건, 시도지정 및 문화재자료 24건) 피해가 집계됐다. 불교 문화재 피해도 다수 나타났다. 국보 제20호 불국사 다보탑의 난간석 이탈과 양산 통도사 대웅전·극락보전 균열, 보물 제678호 운문사 삼층석탑의 상륜부가 탈락되기도 했다.

이후 문화재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불교계 안팎으로 확대됐다. 한국의 석조문화재 20%는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고, 정밀한 복원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불교계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찰의 대응 매뉴얼과 체계적인 내진·예측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근대 고승 연구 등 주목 논제 다수
근현대 고승 연구에 있어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백용성 스님(1864~1940)의 저서와 관련 자료를 망라한 총서 발간이다. 조계종 대각회(이사장 혜총)는 12월 13일 서울 목동 법안정사에서 〈백용성 대종사 총사〉 출간을 기념하는 고불식을 봉행했다. 근대 고승에 대한 전면적인 총서 발간은 유례가 없는 일로, 이번 총서 발간으로 용성 스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 인문학 강좌도 강세를 보였다. 참불선원(선원장 각산)은 동서양 철학, 심리학과 불교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총 24강에 걸쳐 강의하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고, 미붓아카데미는 ‘불교안의 과학, 과학안의 불교’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불교계 안팎으로 주목되는 논문과 학술서도 다수 발표·발간됐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해체는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김호석 동양화가는 초의 선사 열반 150주년 학술세미나에서 현재 아모레퍼시픽 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초의 선사의 진영은 일제 강점기에 제작된 이모본(移模本)이라 주장해 불교계 안팎의 화제가 됐다.

또한,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는 11월 25일 열린 한국불교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자신이 개발한 ‘촉각자극분배장치’를 통해 명상 수행법에 따라 좌·우뇌 활용이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 눈길을 끌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