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산합창단

▲ 영산합창단은… 2008년 6월에 창단됐다. 이후 합창단이 없는 영세한 사찰의 개원법회, 수계법회, 수륙재, 봉축 점등 법회, 기공식 등 다양한 불교행사에서 음성공양으로 봉사하며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제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등 사회적 아픔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구교도소에서는 찬불가 교리 시간을 진행하고, 혼성중창단을 조직해 교도소 법회에 활력을 심어 주고 있다. 올해 10월 30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중강당에서 열린 제1회 도솔전국불교합창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자립·봉사로 세상 맑혀
2008년 6월, 15명 모여 창단
영세한 사찰서 무료 음성공양
재적사찰 없이 후원·회비 운영
봉사로 삶의 행복 찾은 단원들

法音으로 불국정토를
대구 교도소서 정기봉사 펼쳐
찬불가로 교리 전하며 포교해
재소자 불자 확대에도 큰 기여
“진심 담아 佛法 전파에 주력”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별을 노래하고 아픔을 호소하고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해도 궁극적인 목적지는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참된 사랑에 갈증을 느끼는 중생들에게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음성공양은 그래서 더 따뜻하다. 찬불가는 부처님의 자비심을 음절 마디마디에 넣어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그렇기에 ‘음성으로 공양을 올린다’고 표현하는 것일 게다.

대구시에는 독특한 합창단이 있다. 바로 영산합창단(단장 최흥철)이다. 4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의 여성불자들이 모였다. 그런데 이 중 성악전공자는 없다. 이들은 ‘일반 주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영산합창단은 교도소 수용자들과 혼성합창단을 만들고 400여 명의 재소자불자를 700명까지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것도 고작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대구 교도소 내에서 대통령이라 불린다는 최흥철 단장은 그 비법을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진심을 담은 음악이 마음의 빗장을 열어 환하게 했다. 그 진심을 듣기 위해 12월 20일 대구 통섭불교원 법당을 찾았다.

음악으로 짓는 불국토 발원

검은 벨벳드레스를 입은 20여 명의 여성불자들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연습하는 곡은 ‘오늘은 기쁜 날’이다. ‘가이없는 시방국토 장엄하오며 도솔천 내원궁 천동천녀가 꽃비 내려’라는 가사와 함께 그들의 얼굴이 벌써 밝다. 다음 날 있을 어느 한 사찰의 주지 스님 취임법회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부를 곡이라고 했다. 이어 찬불가 ‘목탁’과 ‘아름다운 인연’을 부르며 연습을 마무리했다.

영산합창단이 여타 합창단과 다른 점은 재적사찰이 없다는 것이다. 재가자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으로 합창단이 없는 영세한 사찰을 찾아 무료로 음성공양 봉사를 올리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 주지 취임법회뿐 아니라 49재, 개원법회, 수계법회, 송년법회, 수륙재 등 크고 작은 행사와 법회에 맞춰 전국 곳곳의 사찰을 찾는다. 대부분의 대형사찰은 소속 합창단이 구성돼 있기 마련이지만 작은 말사는 합창단 하나 꾸리기가 버거워 영산합창단의 봉사가 더욱 값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방문한 사찰에는 영산합창단 단원 수보다 법당 안 불자들이 오히려 더 적은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영산합창단은 대중의 많고 적음에 얽매이거나 이를 구별하지 않았다. 오직 한 명이라 할지라도 1천명의 사람을 만난 듯 인연을 지중하게 여긴다고 최흥철 단장은 말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직접 합창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열악한 곳이 많습니다. 그럴 때 저희가 가서 법회에 참석하고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눕니다. 부모님을 잃은 불자를 위해 49재에 참석해 음성공양을 올리면 참석자도 울고 단원들도 눈물 흘릴 때가 많아요. 노래를 잇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하지만 저희 노래를 듣고 정말 감사해 합니다. 마음을 다해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잘 전달된 거죠. 이렇게 법회를 장엄하고 부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5명 남짓한 불자들이 마음을 모아 첫발을 내딛은 영산합창단은 2008년 6월 창단됐다. 최 단장은 자신의 소속 원찰이 대구 남구 대명동의 불광사라고 소개했다. 그곳에서 합창단장을 8년 동안 맡아 역량을 키웠다. 그리고 대구불교방송 합창단에서 활동하다 예기치 못하게 해체의 아픔을 겪었다. 그 가운데 만난 불자들과 의기투합해서 영산합창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창단 부터 지금까지 영산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최흥철 단장, 음성 포교로 봉사 뿐 아니라 신뢰받는 리더십으로 포교에 앞장서고 있다.


“제 고향이 충청도 부여입니다. 정말 시골이지요. 하지만 부모님 덕분에 첼로를 전공할 수 있었어요. 농사를 힘들게 지어 시골에서 음악을 시켜주셨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의 은덕이 더욱 깊이 느껴졌지요. 그래서 사회에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불교방송 합창단이 사라지면서 음성 포교로 봉사할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의기투합해 만들게 된 것이 지금 영산합창단입니다.”

합창단 구성 소식에 최 단장과 인연이 있던 불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단원은 모였지만 지도를 해줄 지휘자와 연습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사정을 알고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최 단장은 쉽지 않았던 영산합창단 창단 과정을 부처님 가피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처음엔 지휘자와 반주자가 오셔도 차비 외엔 드릴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피아노가 있는 공간도, 연습할 장소조차도 없었어요. 하지만 대구시립합창단의 임소연 지휘자님이 흔쾌히 지도에 응해주셨어요. 처음 시작하는 저희에게 무상보시로 봉사해주셨지요. 그리고 경산시립합창단 임제진 지휘자님을 비롯해 지금은 전재은 지휘자님까지 이분들의 도움 없이는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금 피아노를 맡고 있는 김지영 반주자도 독일에서 유학을 하고 온 인재에요. 연습장소가 없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방황하고 있을 때도 통섭불교원 법당을 김성규 원장님이 빌려주셔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찌 이게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이 과정을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합창단 봉사활동을 ‘회향’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회향할 것이 더욱 많아진다는 최 단장이다.

아픔을 위로하고 노래하며
영산합창단 단원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소속 사찰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산합창단을 통해서 사찰을 벗어나 다양한 봉사 기회를 갖고 더 널리 펼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물론 음성공양을 통한 봉사는 늘 기쁨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입술을 떼기조차 힘든 아픔의 순간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손을 맞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3년 2월 18일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은 대구 지하철 참사는 사망자 192명 등 340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였다. 우울증을 앓던 50대 남성의 방화로 시작됐지만 무책임한 지하철 공사의 서툰 위기 대응능력과 전동차 내장재 불량 등 전반적인 안전망 문제가 낳은 인재(人災)였다. 아직도 사망자의 가족들은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산합창단은 2010년부터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제를 찾는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의 아픔을 살피고 추모곡을 부르며 함께 눈물 흘린다. 최 단장은 유가족이 느끼는 상실감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 저희를 지도하셨던 임소연 지휘자님의 조카 분도 참사 희생자였습니다. 추모제에서 유가족들을 보면 얼마나 가슴 아프신지 느껴져요. 저도 아이가 있는 부모인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분들을 위해 노래 부르면 사실 끝까지 곡을 이어 갈 수 없습니다. 모두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 흘리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기에 최선을 다해 매년 추모제를 찾고 있습니다.”

▲ 2016년 5월 14일 부처님 오신날 대구교도소 내 광명사에서 음성 공양을 올리며 부처님 나투심을 함께 축하했다.

영산합창단의 또 다른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대구 교도소 봉사. 2011년 봉사할 곳을 찾던 합창단은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것을 제안 받았다. 당시 교도소에 대한 선입견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단원들은 함께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대구 교도소 내에 있는 광명사 법당을 방문해 찬불가로 교리 수업을 진행했다. 교리를 찬불가로 설명한 것은 대성공이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처님 가르침을 음악에 담아 전하자 재소자들은 편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월 셋째 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교도소를 찾아 찬불가 교리 수업을 진행한다. 2012년에는 재소자 20명을 더해 혼성합창단도 만들었다. 교도소 내 광명사 행사에서 혼성 합창단은 음성공양을 담당하고 있다.

“타 종교와 비교했을 때 교도소 내 불교의 역할이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단원들과 함께 불교를 조금이라도 더 잘 알리고자 노력했어요. 그런데 몇몇 분들은 교도소가 아닌 다른 곳에도 봉사할 일이 많은데 하필 교도소에서 봉사하느냐는 답답한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어두웠던 얼굴이 밝아지고,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모습을 보면 그런 말은 아마 못할 겁니다. 한 번 죄를 지었다는 것 때문에 그들은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찾아가지 않는다면 불교의 자비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매달 넷째 주 금요일 혼성 합창연습까지 한 달에 2번 정기적으로 교도소를 방문하는 영산합창단은 항상 떡과 우유, 각종 생필품까지 마련해간다. 봉축 때는 연등을 달고 연말에는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영치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행사에서 받은 후원금과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매달 80만원 넘게 드는 봉사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 단장은 교도소 봉사의 가장 큰 성과가 재소자들의 마음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과 달리 이제는 환한 미소로 단원들을 맞이해주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 영산 합창단은 이번 해 10월 30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중강당에서 열린 제1회 도솔전국불교합창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봉사로 얻은 삶의 활력
처음에는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모인 단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곳에서는 얻지 못할 기쁨을 발견한다고 입을 모았다. 음성 포교를 위해 찾은 사찰에서 많은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며 삶의 난제를 푸는 열쇠를 발견하기도 했다.

주미숙(49·대구 동천동) 부단장은 “사찰을 찾아가 스님들의 법문을 듣다가 마음이 눈 녹듯 밝아진 적이 있었다. 1년 넘도록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법문에서 느낀 게 많았다”고 강조했다.

주 부단장은 7년 전 음성 포교를 하고자 찾은 영천 봉림사 주지 스님의 모친 49재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법문을 듣고 바로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 이후 지금까지 무척 잘 지내고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봉사에 뜻은 있었지만 불교가 어렵게만 느껴진 한 단원은 음성포교 봉사를 통해 부처님을 만난 것이 가장 큰 복이라고 했다.

소프라노를 맡고 있는 이현숙(43·대구 평리동) 단원은 “법당 향 냄새가 어색하고 절에 가면 무섭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절 행사를 찾고, 직장도 봉사 시간을 고려해 잡을 정도로 좋다”며 웃어보였다.

악보장 김수연(43·대구 본리동) 단원은 “이곳에서 뵙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상을 내지 않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시는 모습에서 지혜를 얻고, 참된 도반을 만나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밝아진 모습 덕에 가족에게 기쁨이 되고 행복을 발견했다는 단원도 있었다.

우경숙(59·대구 이천동) 단원은 정신지체 3급을 가지고 있는 자녀가 있어 삶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불심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근데 찬불가를 부르면서 환희심에 눈물이 나고 딸에게 가진 근심도 비워내기 시작했다”면서 “내가 밝아지니 남편이 간식까지 챙겨줄 정도로 가정 분위기가 달라졌다. 음성공양아 삶의 행복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최 단장은 앞으로 음성 포교의 결과로 만들어진 수용자 합창단과 연주회를 갖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길 때마다 가질 수 있는 정화의 힘을 보여주고, 법음의 정수를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마음을 다해 포교하고 불국토를 향해 도반들과 힘을 모으고 싶다고 했다.

“영산합창단에는 제 혼이 담겨 있습니다. 또 열정을 담았습니다. 근데 돌아보면 온통 도움을 주신 분만 계시더군요. 함께 해준 단원들과 저를 믿고 후원을 아끼지 않는 불광사 회주 묘허 스님, 주지 성법 스님, 제 가족들까지. 뿐만 아니라 고령 관음사 주지 심담 스님, 보림사 선주 스님, 대구 교도소 불교분과 회원 모두 든든한 기둥입니다.”

한참동안 도움을 준 사람을 빠짐없이 호명하며 감사하고 싶다던 최 단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전해야 한다면 나부터 바른 진심을 마음에 담아야겠죠. 저희는 진심을 모아 법음을 전달합니다. 그 마음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곳곳에 전하는 데 진력할 것”이라며 지켜봐 달라는 당부와 함께 두 손 모아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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