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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 기복 아닌 課業 성찰이 목적”홍윤식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봉은사 불광보조 일요법회생사관(生死觀)과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

1700년 역사만큼 한국불교는 한국인들의 생로병사 모든 면에서 큰 영향력을 남겼다. 윤회를 알고 업장에 친숙했던 우리 조상들은 저승을 무사히 넘길 바라며 생전예수재란 의례를 발전시켰다. 지금도 사찰엔 꼭 명부전이나 지장전이 있는데 지장보살은 사후를 관장하는 보살이다. 홍윤식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는 124일 봉은사 불광보조 일요법회서 생사관과 생전예수재란 주제로 강좌를 진행하고 우리나라 불교문화를 알려면 한국인의 토착 의식을 알아야한다생전예수재는 살아있는 동안 업장을 소멸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한국인들의 죽음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인들도 생전예수재를 지낸다면 살면서 진 빚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이승희 기자

   

홍윤식 교수는불교의례와 불교미술을 전공한 학자로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장과 박물관장, 우리나라 초대 불교민속학회 회장을 지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스토리가 있는불교 문화콘텐츠 개발에 많은 공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생전예수재 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해 연구 중이다.

사후심판 두려워한 마음이
생전예수재의례의 근원
살아있는 동안 죄업 살피면서
사회에 권선징악 가치 퍼뜨려

한국인 죽음관과 함께 한 불교
오늘 모인 불자 여러분들은 반야심경을 열심히 외우면서 염불 수행을 할 겁니다. 오늘은 반야심경을 먼저 접한 분들이 생각하기에 불교와 전혀 동떨어진, 어떻게 보면 미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생전예수재를 주제로 강연을 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생전예수재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부터 말해볼까 합니다. 저는 청년시절 불교의례와 불교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토착에 깔려있는 의식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선 불교의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어려운 교리 공부를 파고들어선 알 수 없는 불교 문화의 심연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부터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불교의례를 조사하고 다녔습니다. 당시에 스님들께 의례에 대해서 물어보면 무당이나 하는 것을 왜 공부하느냐”, “경전공부를 하거나 좌선수행이나 하지 무엇하러 의례엔 관심을 갖느냐는 등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변하자 재밌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즘 절에서는 불교의례 등 문화적 콘텐츠를 보는 관점이 예전 제 경험과 전혀 다르게 바뀐 겁니다. 이제 스님들은 문화와 결속되지 않은 절은 운영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절에서 문화 콘텐츠와 사찰을 연계해야겠단 생각을 하다보니 의례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고, 현재는 영산재와 연등축제에 이어 생전예수재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업 소멸 위한 생전예수
그렇다면 생전예수재란 어떤 의례일까요? 여러분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가요? 예수재는 옛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을 내리고 위안을 주는 의식입니다. 불교 사찰에는 사후세계를 관장한다고 믿는 지장보살과 지장보살을 보좌하는 시왕 등을 모신 명부전이 있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마지막 남은 한 사람도 없을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짐한 보살로, 지옥으로 떨어진 중생을 구제한다는 커다란 원력을 지녔습니다. 오늘 강의 장소인 봉은사엔 명부전은 없고 지장전이 있더군요. 이 지장전은 명부전과 무척 깊은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명부전엔 어떤 신화가 내려올까요. 전통적 한국인의 관점에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흔히들 저승에 간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또 황천에 간다고도 하지요. 명계(冥界)에 간다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명부전은 명계에 관한 신화를 담고 있습니다. 저세상을 이야기할 때 주로 지옥과 그곳의 무서움에 대해 이야길 많이 하는데, 예수재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생전에 미리 준비하는 의례입니다. 또 이런 바람을 담고 있는 신앙이 명부신앙입니다.

죽음 이후를 크게 2가지 세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가지 세상이란 극락왕생과 지옥이지요. 극락왕생에 들기 위해 나무아미타불염불을 계속 외워야하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옥에 있거나, 앞으로 지옥에 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에 대한 해답이 생전예수재입니다.

여러분, 신도로서 불교를 믿는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필수로 갖춰야할 3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스님들께 법문을 듣고 교리에 대한 이해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교리에 대한 이해만으론 불교를 믿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겉으로, 행동으로 교리를 표현해야 합니다. 입으로 외는 염불, 몸으로 하는 절과 합장 등 행위적 표현을 의식 혹은 의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례를 갖추는 것으로도 모자랍니다. 이를 믿고 행동하는 구심체, 다시 말해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혼자서 좋다고 떠들면 아무것도 이뤄지는 게 없습니다. 여럿이서 모여 행동할 때 그 종교는 살아서 움직이는 종교가 됩니다.

3가지 요소 중 의례부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생전예수재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을까요? 만약 스님이 생전예수재에 대한 법문을 한다면 이론적으로 예수시왕생칠재의(預修十王生七齋儀)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을 참고 해야 합니다. 예수재의 절차는 여러 신을 모신 각 단에 공양해 공덕을 쌓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신적 빚과 물질적 빚을 지게 됩니다. 여기서 정신적 빚을 갚는 방법은 불교경전을 읽는 것이고, 물질적 빚은 돈으로 갚습니다. 그래서 예수재 참석자들은 경전을 읽고 보시를 해야 합니다. 경전을 읽는 것은 예수재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고, 보시는 종이로 만든 지전(紙錢)인 함합소(緘合疏)를 시왕전에 헌납합니다. 후에 영수증처럼 징표를 받는데 반 조각은 불사르고 남은 조각은 본인이 간직해 죽을 때 함께 묻습니다. 반 남은 함합소는 죽은 뒤 명부시왕과 조각을 맞춰보고 빚을 갚았단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시왕, 업의 심판자들
결국 예수재란 시왕님께 죄를 사해달라며 죽기 전에 빚을 갚는 것입니다. 여기엔 인간은 죽어서 시왕들의 심판을 받는단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심판을 하는 왕 중 핵심은 염라대왕입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염라대왕은 원래 인도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 염마왕(閻魔王, Yamaraja)으로 불렸습니다. 염마왕은 사실 인간 중에서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죽은 후 이제부터 죽은 이들은 내가 다 관장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그로부터 많은 대신들을 거느리고 죽은 자들을 다스렸습니다. 이런 염마왕이 중국으로 건너와 도교의 영향을 받고, 다수의 시왕 중 한 명의 왕 자격으로 격하됐습니다. 시왕들을 보면 전부 중국 관복을 입고 있습니다. 재판 또한 중국 관료조직 개념을 받아들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시왕은 총 10명입니다. 이것은 죽은 이를 위해 지내는 천도재가 77(七七齋), 100일재, 소상(小祥), 대상(大祥) 10번 지내는데 이를 심판받는 과정으로 보아 각 심판관을 10명 정한 겁니다. 염라대왕은 이 중 5번째 시왕입니다. 인도 염마왕 신화가 중국의 도교, 유교와 접합해 다른 의미로 변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명 시왕의 이름을 알아볼까요. 시왕 중 제일 첫 번째가 진관대왕(秦廣大王)입니다. 진관대왕은 죽은 사람이 첫 번째로 맞이하는 7일 동안의 재판을 관장합니다. 그리고 죽은 자들을 질책해서 죄짓지 말고 잘 살라고 말해주는 권선징악적 존재입니다. 두 번째는 초강대왕(初江大王)입니다. 이는 초강에서 망인이 삼도천을 건너는 것을 살펴본다는 뜻입니다. 삼도천을 건너는 사람들은 착한사람보통사람죽을죄를 진 사람 3분류로 나눠 다른 다리로 건넙니다. 당연히 악인이 건너는 나루터는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세 번째 왕 송제대왕(宋帝大王)은 저승에 살면서 죽은 사람의 21일째까지 관장합니다.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죄인을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맡았습니다. 네 번째 오관대왕(五官大王)은 죽은 자의 생전 죄업의 무게를 달아서 심판하는 왕입니다. 그 유명한 염라대왕(閻羅大王)은 다섯 번째 왕입니다. 염라대왕은 죄업을 보고 죽은자의 다음생을 결정합니다. 불교에선 죽는다는 말 대신 열반에 든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열반에 들어야 진짜 죽음이란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업장에 의해 육도를 윤회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업경대(業鏡臺)는 인간의 죄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인데 여섯 번째 변성대왕(變成大王)은 염라대왕 앞에서 업경대에 죄를 비추어 재판을 받고도 죄가 남은 사람이 있으면 지옥에 보내는 일을 맡았습니다. 일곱 번째 태산대왕(泰山大王)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간도, 천상 등 죄인이 태어날 곳을 자세히 정해 주는 왕입니다. 평등대왕(平等大王)은 명부에서 죽은자가 맞이하는 백일의 일을 관장하고, 공평하게 죄와 복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홉 번째 도시대왕(都市大王)은 명부에서 죽은자가 맞이하는 1년째 일을 관장하고, 사람들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 주는 왕입니다. 마지막 열 번째 전륜대왕(轉輪大王)은 죽은 자가 맞이하는 3년째의 일을 관장하고 죽은 자들은 최후로 전륜대왕 앞에 이르러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게 됩니다.

전통적 불교 신앙에서 사람들이 저승 심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은 원래부터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황천이란 장소의 의미는 단순히 죽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인도에서 염마왕이 들어오면서 구체적으로 인간들이 심판을 받고 지옥으로 보내진다는 설정이 생긴겁니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설정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스스로 좋은 일을 얼마큼 했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 생전예수재는 살아있는 동안 죄업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재는 친척, 친지들도 모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 전체에게 성찰과 공덕의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사회적으로 권선징악적 가치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퍼뜨렸습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들도 선조의 지혜를 빌려, 예수재를 통해 과업의 무게를 돌아보고 한 템포 쉬는 것도 좋을 겁니다.

이승희 기자  lshuihapp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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