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바빠진다. 바로 소득공제를 위한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와 맞물려 공개되는 것이 국세청의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공개다. 다시 말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단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최근 올해 조세포탈범,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명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한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는 58곳으로 종교단체는 48개로 전체의 83%에 달하는 수치다.

문제는 적발 종교단체 48곳 중 46곳이 사찰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중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 사찰도 포함됐다. 특히 태고종 소속 사찰이 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신생종단 소속 사찰이거나 종단 확인이 불분명한 사찰들이 다수였다. 이중에는 사실상 점집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차제하더라도 사찰의 거짓 기부금 영수증 발행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당장 가톨릭 성당이나 원불교 교당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했다는 소식은 접할 수 없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에 요구되는 것은 재정의 투명화이다.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은 재정 공개와 더불어 실천돼야 하는 기본적인 윤리이기도 하다. 특히 신생 종단일수록 건강한 종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재정의 투명화다. 이는 범불교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문화이다. 내년에는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에서 불교계 사찰 명단이 전무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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