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교계는 여러 성역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성역화 사업에는 국고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종교자유종책연구원 등은 1212종교성역화 사업, 국고지원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종무실·보조금 지원사업 폐지해야

김정수 교수(한양대 행정학과)

한국처럼 종교국가가 아닌 세속국가에서 종교에 대한 각종 국고지원사업은 종교에 대한 특혜부여라는 점에서 원천적으로 비종교부문과 형평성 시비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예컨대 2013년 보건복지부 사업 중 저소득 장애인 지원예산이 127, ‘장애인 재활지원예산이 187억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종무실의 종교시설 건립지원금만 무려 204억 이상이었고, 불교계를 위한 관광부의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만 해도 124억 원 이상이었다. 장애인 복지는 소외계층을 위한 국가지원이란 점에서 보편적인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종교는 결코 핍박받는 소외계층이 아니라 오히려 막강한 특권계층에 가깝다. 그런데 국고지원금까지 더 많이 받는다면 이는 행정의 형평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 대한 국고지원은 종교간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단 점에서 그 잠재적 위험성이 대단히 심각하다.

종교편향 시비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정부의 철저한 중립적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보조금 배분과 관련된 종교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원사업의 선정에 있어 종교라는 요소를 분리하여 배제시킬 필요가 있다. 국고지원사업이라면 마땅히 일정한 사회문화적 효과와 의미를 갖는 활동인지가 최우선적 기준으로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종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주무부서인 종무실은 폐지돼야 한다. 종교를 병들게 하고 타락시킬 우려가 짙은 보조금 지원사업들은 모두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종교는 결코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국고사업 공공성 확보 중요

박수호 연구위원(덕성여대 지식문화연구소)

국고지원사업의 타당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과제다. 그러나 나는 국가와 종교가 엄격히 분리되는 정교분리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정교분리 원칙의 적용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돼야한다. 정교분리 원칙에 가장 충실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국가의 종교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다. 따라서 국가 간섭을 배제하는 문화적 전통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국가와 종교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돼 왔고, 특히 조선시대에는 유교를 토대로 하는 정치 및 사회질서에 의해 국가가 운영됐을 만큼 국가와 종교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했다.

따라서 정교분리의 원칙은 정치와 종교가 각각 상호배타적 영역을 설정하고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종교 각 영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상호 간섭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종교의 본질이 초월적 영성 추구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기독교적 종교관에 부합할지는 몰라도 유교나 불교 등 동양 전통종교의 종교관과는 맞지 않는다. 유교나 불교는 조화로운 세상의 구현을 위한 개인적 수양(수행)과 다양한 차원의 실천적 개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한 종교 본연의 기능 외에도 공공선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역할들을 수행한다.

종교에 대한 국고지원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는 국고지원사업과 종무실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고지원사업의 결과가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회 전반의 공공선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쪽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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