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12월 12일 ‘2016 제3회 따뜻한 정 나누기’ 현장

생명나눔실천본부는 12월 12일 백사마을서 '제3회 따뜻한 정 나누기' 행사를 개최하고 마을주민에 솜이불과 쌀을 전달했다. 전달식은 이사장 일면 스님(사진 왼쪽)의 웃음꽃 속에 훈훈함을 더했다. 생명나눔 홍보대사 김용림 씨(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후원자의 손을 잡고 있다.
[현대불교=이승희 기자] 노원구 중계동의 매끈한 아파트 건물들 가운데 상처 딱지처럼 내려앉은 슬레이트 지붕들이 보인다. 마치 70년대를 그대로 옮겨 놓은 영화 세트장처럼 이질적 느낌을 뿜어내는 이곳은 서울서 몇 남지 않은 달동네, 백사(104) 마을.

강제이주민 모인 백사마을
현재 대다수 저소득취약계층,
생명나눔 쌀·솜이불 등 나눔에
주민들 잊지 않고 와줘 감사

1960년대 후반 정부가 당시 용산·청계천·안암동 판자촌 주민들을 개발을 이유로 강제 이주시킨 곳이다. 허름한 천막에 덩그러니 던져진 사람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눈물을 삼키며 가파른 동네 비탈길을 오르내리던 이들도 하나, 둘 이곳을 떠나 지금은 빈집이 더 많은 백사 마을에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그런 백사 마을이 오랜만에 분주하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 이하 생명나눔)가 백사마을서 ‘2016 3회 따뜻한 정 나누기행사를 개최하고 주민들에게 솜이불··연탄 등을 선물한 1212. 동네 어르신들은 오전 10시부터 두꺼운 옷을 꺼내 입고 종종 걸음으로 마을 어귀에 모였다. 마스크를 썼지만 그 속에 함박웃음은 감춰지질 않는다.

겨울엔 항상 석유난로 하나로 버팁니다. 그마저도 기름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올해는 꼼짝없이 추위에 떨 각오를 했습니다.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이불을 선물 받아 보네요. 우리 같은 노인들을 잊지 않고 찾아 준 생명나눔에 정말 고맙습니다.”

김선례(78) 씨는 따뜻한 분홍 솜이불을 손에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달식 전 봉사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뒷열 왼쪽 네번째는 불자가수 김흥국 씨.

이번 행사는 조계종 불암사, 재단법인 한마음선원, 남양주 광동고등학교 등 단체와 더불어서 개인 후원도 빛났다. 특히 가수 수지의 어머니 정현숙 씨는 현장서 1,000만원을 후원하고, 일일이 포장한 간식과 함께 가가호호 이불 전달에 동참했다.

광주에 살던 때부터 독실한 불교 신자로 절에 다니곤 했습니다. 불교 신자라면 보시행을 당연하게 생각하지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고자 했을 때 지인으로부터 생명나눔에 대해 듣고 당장 후원을 했습니다. 특히 우리 딸 수지는 어린이들을 굉장히 좋아해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적극 나서고 싶다며 현재 같이 홍보활동 중입니다.”

정 씨는 며칠 전에도 딸과 조용히 보육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틈틈이 보시행을 잊지 않는 진정한 불자의 모습에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어도 금세 손사래를 쳤다.

사랑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일이 당연하기에 절대로 내색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명나눔을 통해 병을 치료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딸보다 앞서서 좋은 일들을 해나가야지요.”

이후 생명나눔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댁에 직접 이불과 쌀을 배달했다. 이날 나눔 배달부엔 이사장 일면 스님, 본부 이사 현조 스님, 태석기 동국대학교의료원장, 김흥국·설수현·김용림·정현숙 씨 등이 나섰다.

일면 스님은 생명나눔을 이끌면서 아픈 환자들이 기적적으로 치료되는 것을 봤다. 모두 주위 홍보와 치료비 모금 등 회원들의 도움 덕분이었다오늘 소외된 이웃 나눔 또한 회원들의 많은 도움으로 가능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탈길은 가파른 경사와 폐허 파편들로 올라가기 매우 힘들다. 그러나 마을 맨 꼭대기서 홀로 사는 김갑주(75) 씨를 위해 이불과 쌀을 짊어 진 봉사단 행렬은 순식간에 마을 꼭대기에 당도했다. 세월에 삭아버린 작은 나무문을 열어젖히며 김갑주 씨가 사람들을 반겼다.

원래 있던 솜이불이 너무 무거워 허리와 무릎 관절이 다 나갔습니다. 쓸 수 없어 결국 버렸지요. 혼자 살고 있어 부탁할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줘서 고마워요.”

어르신이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며 꼭대기 우리 집까지 올라오느라 이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켜서 어쩌누라고 말하자, 봉사자들은 부담을 덜어주고자 더욱 경쾌하게 움직였다. 특히 연기자 김용림 씨는 어르신 손을 붙잡고 우리는 한 가족이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주시는 게 얼마나 보기 좋은지, 어르신 존재 자체가 우리에겐 행복입니다. 우리 모두 한 가족처럼 베풀 수 있게 해줘서 우리가 더 고맙습니다.”

후원자 정현숙 씨와 설수현 씨, 현조 스님이 쌀과 이불을 전달하는 모습.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김용림 씨는 “90년대 중반 일일찻집을 하며 인연을 맺었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생명나눔과 함께하고 있다.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겠단 사명감에 나선 적은 한 번도 없다불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보시활동이란 생각으로 매번 봉사에 나선다. 모두가 한 가족처럼 나누고 베푸는 생명나눔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봉사자들은 땀 마를 새도 없이 김영신(75) 씨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장병 약을 비롯해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약봉지들이 방 한 칸을 가득 채운 낡은 방. 이곳엔 김 씨가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방 공기는 매우 싸늘했다. 김치 등 밑반찬을 방에 그대로 둬도 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서로 손을 잡아주려는 봉사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심장병 수술을 한 후로 오한이 가시질 않아요. 정부에서 주는 돈 대부분은 약값에 써도 모자랍니다. 얇은 이불은 담뱃재로 구멍이 뚫려 참 난감했는데, 이불 선물을 받으니 날아갈 듯 기쁩니다. 게다가 연예인들까지 저를 찾아 주다니 꿈만 같네요.”

이날 연예인 홍보대사들은 특유의 넉살로 어르신들의 어색함을 풀어주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김흥국 씨는 10kg 쌀 포대가 무거울 법 하건만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불자에게 을 보시한다는 것보다 더 큰 보시가 어디 있겠습니까. 생명나눔을 만나 몸을 보시할 수 있어 엄청난 영광이란 생각뿐입니다. 추위에 떠는 어르신들을 위해 쌀을 나르는 게 무슨 대수겠어요! 하하.”

참가자들이 직접 쌀과 이불을 들고 백사마을을 누비고 있다.

이 같은 어른들의 보시행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아침부터 교복을 챙겨 입고 쌀 나눔에 참여한 광동고 학생회 학생들도 뿌듯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임규(광동고 2) 군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쌀 500kg을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 백사 마을 존재 자체를 잘 모를 정도로 이웃에 대해 무지했던 점이 후회된다이번 나눔 기회를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보람차다고 말했다.

이 광경을 훈훈하게 지켜보던 생명나눔 이사 현조 스님은 보시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서 춥고 소외된 이들은 더욱 소외된 기분일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나누는 보시행이 절실합니다. 나누는 마음은 종교·문화·민족을 구별하지 않는 희망그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날 솜이불 210·200여 포·연탄 1,000장 등 선물 받은 백사 마을 주민들은 물론 나눔행에 참여한 봉사자들까지 행복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웃과 생명의 따스한 숨결을 나눈 백사마을은 참 따뜻해 보인다. 마을 전체가 솜이불을 덮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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