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단편적 이유 때문 아냐
나와 똑같아야 해란 생각 탓
남녀 본질적 차이도 한 이유
이것만은 꼭실천과제 지킬 것

예전에 어머니는 그 시절 어머니들이 대부분 그러셨듯이 아버지 귀가가 늦는 날이면 따뜻한 밥 한 그릇 떠서 아랫목에 묻어두시곤 했다. 아마 그 시절을 살았던 분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광경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아버지들은 어떨까? 소위 삼식이란 단어가 이제는 보통명사화 되고 있듯이 집에서 밥 한 끼 먹기 녹록치 않다.

물론 이는 세태의 영향이 크다. 부부 맞벌이에 양육의 어려움까지 끊임없이 증가하는 이 시대에 아버지가 늦은 저녁 밥상은 고사하고, 같이 출근하는 아내에게 아침을 바라는 호사를 누린다는 것은 큰 욕심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집에서 아내에게 대접 받고 싶어 한다. 아내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은 아버지들에게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추억이기도 하고,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즉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아버지이기 전에 한 남자로서 아내에게, 내가 사랑해서 결혼하고 내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집에 들어갔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오순도순 앉아서 내가 모르는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 아버지는 무척 서글퍼질 것이다. 게다가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 아버지는 결국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는 일도 생긴다.

한마음아버지마당수업 동영상 중에 EBS ‘화해프로젝트의 한 장면이 있다. 가족이 외식을 나가려는데 아버지는 꾸물거리는 딸에게 화를 내고, 급기야 회초리까지 드는 상황이 이어진다. 아마 이 장면만 보면 그 아버지가 무척 성질이 괴팍하고, 딸을 몹시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은 부부 문제다.

이 아버지는 스스로 보기에 조금 굼떠 보이는 딸에게 아내에 대한 불만을 대리 표출한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부부가 이런 문제를 서로 깨닫고 화해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실 대부분의 부부싸움 원인은 돈 문제나 자식 문제 같은 단편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부부싸움은 서로가 당신은 나랑 사는 사람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때문에 일어난다. 평소 남편이나 아내, 양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떤 개별 문제가 발생하고 각자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를 때, 부부싸움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부부싸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 같이 이야기가 비슷하다.

저 사람은 저 생각이 문제에요. 이런 일이 생기면 아내(남편)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저 사람은 자기밖에 몰라요.” 이런 식이다.

또 한 가지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는 남자라는 점이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의 구조가 많이 다르다. 여자는 생각의 구조가 남자보다 훨씬 복잡하고 심오하다. 남자는 구조적으로 여자의 생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말도 여자가 더 잘한다. 오죽하면 남자는 하루에 머리에서 500단어를 생성하지만, 여자는 25천 단어를 생성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이러니 별일 없나?” “밥 묵자” “자자이 세 단어로 귀가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상도 사나이의 유머가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이 많은 단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남편 오기만을 기다리던 여자에게는 정말 맥 빠지는 행동이 아닐 수 없으니, 남편이 예뻐 보일 수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여자는 남편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여보, 그 집 음식이 맛있대”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등의 이야기는 여자에게는 남편이 외식하자! 옷 사줄게!”라는 흔쾌한 반응을 은근히 기대하는 말이지만, 눈치 없는 남편들은 , 그래또는 옷장에 옷 많던데 아무거나 입어이런 식으로 대답해 아내를 화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여자들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아마도 여자는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서 헤아려주는,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수업 중 이런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시청한 아버지들의 소감은 한결같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얘기를 해야지!”였다. 만약 한마음어머니마당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아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남편 때문에 답답하시죠? 자기가 알아서 해줘야 하는데 그런 법이 절대 없죠? 하지만 남편은 혼자서, 알아서 못합니다. 아내가 남편의 눈을 바라보고, 꼭 집어서 부탁하듯이 이야기 해주셔야 알아듣습니다. 기억하세요!”

이런 아버지들의 변화를 위해 한마음아버지마당에선 첫 회에 전체 프로그램 기간 동안 각자 가정서 실천할 이것만은 꼭이라는 과제를 스스로 정하게 하고, 프로그램 종료 시까지 스스로 실천하고 평가하도록 하였다. 이 과제는 어렵고 추상적인 과제가 아닌, 아주 작으면서도 구체적이고, 계량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실천 사항을 스스로 몇 가지를 정하여 실천하도록 했다. 그리고 아버지들은 매주 교육이 끝난 후 가정에서 본인의 과제를 실천한 후, 다음 교육시간에 자신의 실천 결과와 소감을 팀원과 나눈다. 평가점수를 스스로 책정하게 함으로써 교육만으로 끝이 아닌, 가정에서의 실천을 통한 본인 마음의 변화와 가족이 바라보는 변화 모습을 동시에 관찰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매일 자녀와 30분 동안 대화하기 또는 놀이하기, 매주 1회 이상 아내와 1시간 동안 산책하기, 매일 1회 이상 설거지하기, 금연, 절주 등 마음만 내면 언제든지 실행 가능한 항목들이다. 처음에 운영진은 이 실천 항목 대부분이 자녀와 관계된 실천 사항들일 것이라 예상했다. 막상 실천 항목을 들어보니 자녀가 아직 어린 아버지들은 자녀와의 시간에 치중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아내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 훨씬 더 많았다. 다시 말해 아버지들은 아내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과제는 자발성이 무척 중요하다.

이것만은 꼭이라는 실천과제는 처음에 과제라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아버지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들은 진지하게 실천과제를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실천을 그저 과제로만 여기고 일시적일 거라 생각했던 가족들도 점차로 변화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호응도가 높아졌다. 이는 수료식 때 아버지의 변화하는 모습에 대한 가족 소감 발표를 통해 상당부분 확인이 가능하였으니, 어떤 교육보다도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실천만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진리를 확인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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