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붓다 빅 퀘스천 부처님의 감정수업분노는 나의 스승

불교와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지혜들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불교와 심리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힐링열풍에 휩싸인 현대인들은 두 분야로부터 마음 속 분노와 우울을 사라지게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정호 덕성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123일 붓다 빅 퀘스천 부처님의 감정수업 분노는 나의 스승강연서 우리 마음속 동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내 감정에 대한 성찰과 이해로부터 인생의 행복과 사회 변화가 시작된다며 분노가 우리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 김 교수의 의견을 들어보자. 정리=이승희 기자

 

▲ 김정호 교수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와 심리학 박사를 수료했다. 前한국건강심리학회장과 前대한스트레스학회 이사장, 前한국심리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덕성여자대학서 심리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음챙김 명상 매뉴얼〉, 〈생각 바꾸기〉,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 등이 있다.

동기좌절로 경험한 우울·분노
삶 성찰하게 하는 긍정 작용해
감정 관찰 후 욕구 파악하면
나와 사회 바꾸는 지혜도 생겨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짓는다
여러분들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부처님 가르침에 익숙할 겁니다. 만물은 모두 마음이 짓는다는 화엄경핵심사상이 일체유심조입니다. 심리학에도 이와 같은 맥락의 구성주의 이론이 있습니다. 나의 감정상태가 내 마음과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이론입니다. 구성주의는 우리 경험이 내적인 조건에서부터 만들어짐을 강조합니다. 불교든 심리학이든 밖조건인 환경보다는 안조건인 나에 초점을 둔 설명을 많이 합니다. 분명히 밖조건에 의해 우리 경험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상당부분 우리 자신의 내적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이 다르게 받아들여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심리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밖조건보다는 내면의 변화를 바라보고 성찰하도록 조언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심리학이나 불교나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를 심리학이라고 말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부처님께선 교리를 강설하기보다 와서 봐라, 그게 맞으면 실천해라고 경험적으로 이해·체득 되도록 알려주십니다. 그러니 다른 이웃종교와 달리 심리학적 측면이 있지요.

()를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합니다. 심리학과 불교 모두 화를 외부적 조건과 내부적 조건이 상호작용해서 일어나는 감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작용으로 화가 만들어지는지 관찰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면의 변화를 꾀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불교선 역설적 가르침이 많습니다.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가 미혹함과 해탈을 같은 것으로 본 것처럼 분노는 나의 스승이란 오늘 주제도 역설적으로 들릴 겁니다. 그러나 화의 경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고, 또 성찰을 통해 성장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보면 분노 덕분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분노는 억압하거나 부인할 게 아니라 반가워해야 하는 스승이 아닐까요.

몇 해 전 애니메이션 개미를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데 개미들은 물폭탄이 떨어진다며 한바탕 난리가 났지요. 우리들이 보기에 하늘에서 내리는 단비는 개미의 입장에선 사실 물폭탄과 다름 없었던 겁니다.

세상의 객관적 진실은 주체의 관점에서만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다른 주체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우리가 보는 방식에 의해서 나온다는 의미를 이해하시겠지요? 화 또한 우리가 경험을 의미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동기상태이론은 스트레스와 웰빙을 동기상태로 간주해 동기가 좌절되거나 좌절예상인 상태를 스트레스로, 충족된 상태를 웰빙으로 정의합니다. 욕구가 없다면 아마 스트레스는 없을 겁니다.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욕구를 없애면 될까요? 여기서 딜레마는 욕구를 없애면 웰빙 또한 잃는다는 겁니다. 욕구를 줄이면 고()를 없앨 수 있지만 락()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겁니다.

화 내기보다 관찰해야
그러나 꼭 그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내면에는 매우 많은 동기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얼핏 꼽아 보아도 많은 욕구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 개인적으로, 미래에 관해, 상사와 관계 등 정말 여러 가지 욕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욕구를 잘 이해하고, 욕구 중에서도 어리석거나 불건강한 욕구가 있다면 제거약화시키면 됩니다. 내 인생에서 가치의미 있고 건강한 동기가 뭔지 생각하는 데 전력하면 우리 인생을 아름답게 살 수 있습니다.

정서는 우리 욕구가 어떤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동기가 좌절된 경우 분노나 우울을 경험하게 되지요. 동기좌절을 경험할 때 이를 외부상황, 다시 말해 남을 탓하면 분노를 경험합니다. 이와 달리 동기좌절의 원인을 나에게 돌리면 우울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의 존재로 보지 말고 여러 명의 들로 구성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불교적 관점으로도, 심리학적으로도 좀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내 속에 여러 나들이 있다는 생각이 유용합니다. 그러면 일반화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단정 짓고 괴로워하는 일이 없어집니다.

내 안에 여러 나들이 있는데, 그 중 보스인 내가 어떤 역할을 강요하고 있는지 관찰해 보십시오. 옛날 주인이 머슴에게 했을 법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자신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개인주의적 관점이 지배하는 현대인들의 사고방식에서 사람들은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고, 내가 모자라다며 자책하곤 합니다. 불교가 다시 대두된 것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연하면서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불교 가르침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무한경쟁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떤 경험과 관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 모두 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나 스스로 강요하고 옥죕니다. 여러분들도 조금만 놀아도 죄책감에 시달린 적이 있을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개발서를 많이 보는 이유도 남의 강요가 아닌 나 자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루저(looser, 패배자)가 되지 않으려 우리 자신에게 혹독하게 야단도 치고 응징도 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승패보다 어떤 동기에서 화가 만들어지고, 그 동기가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결국 우리 바쁜 삶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나를 돌아보게 해줍니다. 내가 왜 이런 경험을 하는지, 그 욕구가 내게 정말 필요한 욕구인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동기라면 현명하게 추구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분노관리는 예방으로부터
저는 여러분들이 분노와 분노의 표현을 구분하길 바랍니다. 흔히 화를 낸다고 하면 간단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분노는 경험과 표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분노의 경험은 동기상태를 알려주는 정보적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단계가 매우 고통스럽기에 사람들은 문제라고 느낍니다. 분노의 표출 단계는 크게 2가지, 앵거아웃(anger-out)과 앵거인(anger-in)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분노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직자 중에 분노표출을 극도로 억제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정서를 느끼는 능력을 퇴보시킵니다. 감정 자체를 못 느끼게 돼 사람들과 교우하기 힘들게 될 수 있습니다. 억압으로 분노를 관리하다보면 감정전체 체계가 와해됩니다. 따라서 분노를 느끼는 단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분노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관찰해보십시오. 그러면 이 과정이 내 이해의 단초가 됩니다.

우리는 분노를 통해 나의 욕구를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분노를 통해 환경, 사람, 사회, 자연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스트레스와 고통을 경험할 때 그 너머에 있는 내 욕구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과정이 곧 상구보리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사회 부조리를 해소하려 행동하는 게 하화중생이 아닐까요. 이런 과정 전반이 우리의 성장이고 우리의 행복입니다.

분노관리엔 동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수행을 하려 해도 하고자하는 욕구가 없으면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삶을 자각하는 것도 건강한 동기를 위해 필요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100년도 못 사는 인생이면서 1000년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삶의 유한성을 깨닫고 잘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길 바랍니다.

가장 좋은 분노관리는 예방입니다. 동양에선 아직 발병하지 않은 병을 치료하면 최고 의술로 여깁니다. 성직자, 심리학자, 멘토들이 다 의사입니다. 평소 나에게 즐거움, 행복, 재미 같은 긍정 정서를 많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명상도 도움이 됩니다. 마음챙김 수행은 최근엔 종교를 떠나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수행입니다. 마음챙김을 통해 화가 일어나려는 순간 자신을 관조하면 화가 뚝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도처에 많은 방법들이 있으니 늘 즐겁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실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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