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당겨 환수… 2~3일 美서 기증식·심포지엄

송광사 일화 스님과 현봉 스님이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 전시 중인 '송광사 오불도'에 예를 올 올리고 있다. 도난문화재인 '송광사 오불도'는 한국으로 12월 8일 반환된다.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내년 상반기 환수 예정이었던 도난 문화재 ‘송광사 오불도’가 일정을 앞당겨 한국으로 환수된다.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은 “12월 2일부터 3일까지 미국 포틀랜드 박물관에서 기증행사를 통해 현 소장자 인 마티엘리 부부로부터 ‘송광사 오불도’를 기증받았다”고 12월 6일 밝혔다.

송광사 오불도 기증식은 현지시간으로 12월 2일 열렸다. 이 자리에는 소장자 로버트 마티엘리와 송광사 일화 스님, 현봉 스님, 문덕호 시애틀 총영사 등 주요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인수인계 서명식이 진행됐다.

기증식 직후 일화 스님은 “오늘 기증받은 오불도는 53불을 그린 7폭의 불화 중 한 폭의 그림으로, 송광사 불조전에서 봉안하고 있었던 그림”이라며 “이번 환수는 송광사에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이고, 이번 일을 바탕으로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불교 문화재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큰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12월 2일 열린 기증식에는 소장자 로버트 마티엘리와 송광사 일화 스님, 현봉 스님, 문덕호 시애틀 총영사 등이 주요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인수인계 서명식이 진행됐다.
3일에는 송광사와 오불도에 대한 심포지엄이 포틀랜드박물관의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가 ‘송광사, 그 역사와 수행자의 삶’을, 마야 슈틀러 캔자스대 교수가 ‘삶과 죽음의 참회, 송광사 화엄사상의 복합성’을 각각 강연했다.

1974~79년 구산 스님의 제자로 송광사에서 출가생활을 했던 버스웰 교수는 고려 보조국사부터 이어져온 송광사의 돈오점수 수행정신을 강조하고, 자신이 한국에서 체험한 송광사의 출가·울력·강원·선원 생활상을 소개했다.

슈틀러 교수는 송광사 가람에서 불조전이 자리한 화엄전 공간의 특수성과 불조전 53불에 투영된 참회의식이 송광사만의 화엄사상에 기반됐음을 설명했다.

기증 행사 이후 12월 5일 송광사 오불도는 한국으로의 반환을 위해 포틀랜드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시켰으며, 7일 시애틀 공항을 떠나 8일 11시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 환수 이후에는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으로 이운해 오불도 상태 확인 및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 오불도 공개는 14일 기자브리핑과 함께 이뤄진다.

도난됐던 송광사 오불도.
이번 환수에 대해 조계종은 “외국에 소재하는 도난 불교문화재를 적극 환수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난 불교문화재 기증자 및 해외박물관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의미를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2017년 상반기에 송광사성보박물관 개관에 맞춰 불조전에 오불도를 봉안하며, 봉안식에 마티엘리 부부와 포틀랜드 박물관 관계자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송광사 오불도는 ‘오십삼불도’중의 하나로 〈관약왕약상이보살경(觀藥王藥上二菩薩經)〉을 근본경전으로 조성한 불화다. 이는 송광사를 비롯한 일부 사찰에만 전해져 희소성이 매우 높다.

기증자인 마티엘리 씨는 1970년 초에 서울 안국동 골동품점에서 목가구를 구경하던 중에 서랍장에서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져 있는 ‘오불도’를 처음 발견했다. 2주 후, 그가 다시 그 골동품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목가구는 팔렸고, ‘오불도’만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 마티엘리 씨는 이를 구입해 보존처리 전문가를 통해 수리했고, 1985년 ‘오불도’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와 보관하다가 2014년에 포틀랜드박물관에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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