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조각한 아미타극락회상 후불탱
나무로 조각한 아미타극락회상 후불탱
  • 노재학 불교사진작가
  • 승인 2016.12.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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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집의 빛 - 예천 용문사 목각탱

용문사 대장전 목각탱. 목조각으로 만든 후불 목각탱이다. 1684년 제작. 크기:261×215cm.

사찰에 현존하는 목각탱은 8점
문경, 예천 등 경북북부에 중점분포
삼존불상과 일체형의 후불 목각탱
맨 아래 하단부는 구품연지의 세계

목각탱, 후불탱화의 조각화
일반적으로 대웅보전 석가모니삼존불 후불벽에는 영산회상도를, 극락보전 아미타삼존불 후불벽에는 극락회상도를 후불탱화로 봉안한다. 후불탱화의 재질은 삼베 천이거나 벽화의 경우 마감한 흙벽 자체가 바탕이 된다. 불전건물의 본존불 뒤에 후불탱화를 배치하는 작례는 한국 특유의 독창적인 양식이다. 후불탱화 대부분은 천이나 흙벽에 조성한 평면회화다. 그런데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전란 이후 17세기 후반에 경상북도 문경, 예천, 상주 일원을 중심으로 대단히 창의적인 후불탱의 양식이 시도되어 주목을 끈다. 평면회화 양식의 후불탱을 입체적 목조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기기록에 ‘판탱(版幀)’, ‘후불목탱(後佛木幀)’ 등으로 기록하고 있는 목각탱(木刻幀) 양식이 그것이다.

목각탱은 나무로 만든 입체적 탱화다. 한마디로 ‘후불탱화의 조각화’로 압축할 수 있다. 후불탱과 불상 조형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특별한 성보다. 조각과 회화의 입체적 깊이의 중간형식이 돋을새김인 부조(浮彫)다. 나무판 판재에 환조에 가까운 고부조로 불보살과 성중을 조각한 형태다. 후불탱의 자리에 목각탱을 대체한 까닭에 크기는 변함없다. 평균적으로 가로 세로 길이가 2~3m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대략 폭 50cm 가량의 판재 네다섯 장을 나비장으로 이어 붙여 만든 것이 통례다. 사찰에 현존하는 목각탱은 8점으로 알려진다.

목각탱에 부조한 아미타여래와 광배 문양.

문경 대승사 대웅전 목각탱(1675년, 347×280cm), 예천 용문사 대장전 목각탱(1684년, 261×215cm),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각탱(1694년, 195×162cm), 상주 남장사 보광전 목각탱(조선후기, 226×236cm), 남원 실상사 약수암 목각탱(금산사 성보박물관 보관, 1782년, 181×183cm), 서울 경국사 극락보전 목각탱(17세기 후반, 또는 1887년 추정, 176×177cm) 등이 국가지정 보물로 등록되어 있고, 그 외에 완주 미륵사와 서울 연화사에도 목각탱이 전해진다. 보물로 지정된 6점의 목각탱 중에서 4점이 문경, 상주, 예천 등 경북북부 지역에 중점적으로 분포해서 주의를 끈다. 그것은 동일한 제작자 집단의 활동범위와 깊은 연관성을 가질 것이다. 용문사 목각탱 화기, 용문사 금당시창복장기 등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영당 신경-종현의 증명(證明), 화원질의 첫머리에 나오는 조각승 단응과 탁밀의 활동무대와 일치하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7세기 후반 경북북부지역은 이들 승장들이 하나의 집단적 체계로 불사조성에 활발히 관여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용문사 목각탱은 틀까지 온전한 전형
한편 위 통계에서 보듯 현존하는 최고최대 규모의 목각탱은 문경 대승사 대웅전의 목각탱이다. 10년 전까지만 하여도 시대가 가장 오래된 목각탱 자리는 예천 용문사 목각탱이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조사에서 대승사 목각탱의 아미타여래 법신 뒤편에서 1675년 조성기록이 발견됨으로써 위상이 뒤바뀌었다. 하지만 시기로 보나 지역으로 보나, 심지어 동일한 제작자 집단으로 보나 대승사와 용문사의 두 조형은 우리나라 특유의 목각 후불탱의 시원이면서 전형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심리적 연륜은 용문사 목각탱이 더 오래된 고색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것은 아무래도 배치공간인 대장전 내부의 고색창연함에 기인할 것이다. 특히 목각탱의 바깥 틀까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완벽한 전형양식을 대표 할만하다. 조형, 구도, 형식에 있어 어디 한 곳 아쉬운 데가 없다. 목각탱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주는 불교조형의 수작으로 손색이 없다.

하단부의 화기와 마음 心자, 그리고 대성괘.

극락정토 연지구품으로 왕생발원
용문사 대장전 목각탱은 앞에 모신 아미타불-관세음보살-대세지보살의 목조 아미타삼존불과 같은 연대, 같은 승장들에 의해 조영된 삼존불과 일체형의 후불 목각탱이다. 모본을 바탕으로 회화적인 초를 그리고, 고부조로 조각한 뒤 도금으로 마무리 했다. 목각탱의 전체구조는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 장방형의 틀 좌우외부에는 오색찬란한 신령한 기운을 펼치고 극락조(봉황) 출현의 상서로움을 더해서 목조 후불탱화의 종교적 성스러움을 아름답게 부각했다. 사각형 틀은 대단히 세련되고 인상적이다. 먼저 사각형의 네 모서리에는 초록 12엽의 연화를 얹었다.

씨방 자리에는 금니를 입혔고, 모든 잎의 중앙에 흰 점을 찍어 내밀한 힘을 부여하고 있다. 틀의 각 변에는 주역의 팔괘 두 개를 결합한 대성괘 64괘 중에서 3개씩, 네 변에 12개의 대성괘를 넣어 동양철학의 보편적 우주관을 포용했다. 이러한 주역의 팔괘문양은 대승사 대웅전 목각탱에서도 보이는 대목이다. 틀의 윗변 장엄은 두 목각탱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다. 범자 ‘옴’자와 ‘만(卍)’자를 배치한 구도도 흡사하다. 하지만 대승사의 경우 틀의 윗변에만 문양을 넣었고, 용문사 목각탱은 틀의 네 변 모두에 정성을 쏟아 차이를 보인다.

사각형 틀의 아랫변에는 파격적이다. 향좌측부터 대성괘-화기-한자 心-화기-대성괘-화기-한자 明-화기-대성괘 순서로 문양을 배열하고 있다. 틀의 한 변 네 곳에 걸쳐 화기(畵記)를 적어 둔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마음 心자의 문양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마음 心자로 귀결되는바, 일심(一心)의 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明과 함께 ‘명심(明心)’의 깊은 울림을 가진다. ‘명심’은 깨달음을 얻는 밝은 마음이다. 틀의 좌우 양 변에도 주목할 문장을 새겨 두었다. 향우측에 ‘大須彌之中微塵刹土’, ‘三世空色是塵圓融之法乃至’, 향좌측엔 ‘當極樂之界寶池九品’, ‘三種尊容又聖僧之位’의 문장을 새겼다. 목각탱에서 표현하고 있는 불국토와 조성 발원내용을 압축하고 있다. 아미타삼존을 비롯한 불보살과 성스러운 스님들을 봉안하였고, 향후 극락정토의 연지구품으로 왕생하기를 바라는 문장이다. 화기에 담는 발원문의 일종이라 할 수 있겠다.

목각탱 뒷면에서 바라 본 모습.

극락회상도와 구품왕생도 결합
그런데 향좌측의 두 문장은 목각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즉 목각탱은 아미타삼존불과 연지구품을 동시에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 목각탱의 조형 모티프가 아미타여래 극락회상도와 구품왕생도에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목각탱의 교리적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관무량수경〉을 비롯한 정토삼부경이 조형사상의 바탕이 되는 소의경전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틀 내부의 조형은 8장의 판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의 중심부에 세로로 다섯 판재를 끼워 맞추고, 상하단에 각각 두 판과 한 판의 판재를 가로로 짜맞춘 구조다. 좌우 구름문양 좁은 목재는 상하 가장자리 목재판을 같은 크기로 잘라낸 것으로 추정 된다. 화면의 중심부는 3단 구성의 아미타여래 극락회상도 장면이다. 중단과 상단에는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팔대보살과 석가모니불의 상수제자 가섭과 아난존자를 봉안하고, 하단 영역에는 4위의 사천왕을 배치했다. 공간엔 흰색 서기가 성스럽게 뻗치고, 상단 중앙엔 금빛 대연화가 마치 관경16관변상도의 붉은 광명처럼 극락정토를 웅변하고 있다.

공간은 온통 성스러운 구름과 광명, 자비의 기운, 그윽한 전단향으로 충만하다. 그 거룩한 위신력과 원력 속에서 화불들이 나투고 집결하고 계신다. 아미타 본존불은 불상의 환조만큼이나 도드라진 고부조로 새겼다. 광배의 구성과 문양처리가 대단히 심오하고 심미적이다. 광배는 본질적으로 부처님의 위신력과 자비력의 광명이다. 광배가 자비력인 까닭에 물을 상징하는 육각형에서 넝쿨 문양의 생명력이 나선형과 태극의 힘으로 꿈틀거리며 순환한다. 광명으로 충만한 공간은 팔괘로 둘러싸인 법계우주로 표현해서 도가와 유가, 불교의 습합(習合)을 짐작케 한다.

습합은 습관적으로 몸에 배는 것이다. 금빛 광배의 바깥으론 흰색 연잎, 그 밖엔 다시 붉은 기운이 요동치는 기세다. 온갖 생명력의 운동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그 기세로부터 머리 위 광배의 끝자락에서 마침내 폭발한다. 폭발하는 흰빛 에너지 덩어리는 저 아래에서부터 배배 꼬인 엄청난 응집력, 핵력을 가진 듯이 보인다. 자비력의 광명이 분화구처럼 분출한 모양이 성스러움으로 이끈다. 그 거대한 대칭의 곡선이 아름답고 심오하게 다가온다. 신령의 힘과 관상의 아름다움을 구족한 환희지의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삼존불에 가려 보이지 않는 맨 아래 하단부 판재는 구품연지의 세계이고, 팔공덕수가 넘치는 보배 연못이다. 〈관무량수경〉의 16관상에 묘사한 14관, 15관, 16관의 상배관, 중배관, 하배관의 연화좌가 베풀어져 있다. 그 연화좌의 근원은 청화백자 모양을 취한 보병에서 비롯되고 있다. 중앙의 보병에서 연꽃 줄기가 뻗치고 나와 가운데 상품상생의 연화좌부터 바깥으로 하품하생의 연화좌까지 좌우로 뻗어나가는 형상이다. 보병이 생명력의 원천이니, 보병이 곧 부처이고 여래의 상징일 것이다. 그런데 용문사 목각탱을 관상하는데 있어 가장 극적인 순간은 석양 무렵에 후불벽 뒤로 돌아가서 목조 후불탱을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목각탱의 뒷면은 삼베 천을 덧댔다. 그 무렵 노을빛이 천에 어린다. 붉은 범자가 노을빛에 여울지고 아미타여래를 스친 햇살이 고요히 마음을 비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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