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상선암, 11월 29~30일 쪽방주민 위한 김장행사

▲ 경남 하동 상선암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한 김장행사가 11월 29일~30일 진행됐다. 이 자리에 상선암 주지 보성 스님(왼쪽)과 (사)쪽방촌도우미 회원들이 함께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전국 독거노인ㆍ소외 이웃 위해
‘선농일치’ 결과물 나눔으로 회향
김장과 배달 위해 총 3천만 원
쪽방도우미회 봉사 기쁨으로 ‘환희’

김치가 담긴 박스들이 상선암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로 옆 작업대엔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는 바쁜 손놀림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작업대 뒤를 보니 오늘 중으로 끝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많아도 너무 많은 양이다. 하지만 봉사자들은 양념 자국을 얼굴에 묻힌 채 환하게 웃는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에게 김장 김치를 대접할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다.

경남 하동군 상선암(주지 보성) 앞마당에 (사)쪽방촌도우미봉사회(팀장 박부득, 이하 쪽방도우미회) 회원들이 찾았다. 쪽방촌 뿐 아니라 전국에 보낼 김치 담그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상선암은 매년 김장을 담아 전국 독거노인과 소외 계층에 보낸다. 이번 김장은 11월 29~30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총 5톤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김장 배추를 씻고 다듬어 속을 만드는 일만 해도 하루가 넘어간다. 포장과 택배 배달까지 모두 책임진다. 택배로 보내는 주소지만 해도 전국에 100가구가 넘는다.

김장 나눔을 위해 쪽방 도우미회는 서울서 29일 새벽 4시에 출발해 내려왔다. 직장일도 가정 일도 일단 지금은 잊었단다. 오직 봉사로 인해 환희심을 얻는 시간이라며 기쁨이 가득하다.

배상만(66ㆍ서울 강서구) 씨는 “불자들이 함께 나눔에 동참하는 이 시간이 너무 기쁘다. 힘든지도 모르겠다”며 활짝 웃는다. 백선이(59ㆍ인천 부평구) 씨는 “새벽에 출발 해 4시간 걸렸는데 힘든지도 모르겠고 매우 뿌듯하다. 많은 분들과 함께해 더 기쁘고 봉사가 생활화 된 분들 보니 나도 닮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쪽방도우미회 회원들이 상선암 까지 찾아 온 이유는 20년 전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쪽방도우미회의 탄생이 상선암 주지 보성 스님의 후원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보성 스님은 1년 중 가장 보람된 시간이라고 했다. 스님의 일상은 1년 동안 녹차 밭을 일구고 고사리, 매실, 감 등과 함께하는 그야 말로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삶이다. 그래서 농사에 거짓이 없다. 농약도 비료조차도 뿌리지 않는다. 자연에서만 나는 건강하고 맑은 것만 고집하는 것이다. 일반 농사와 달라 몇 배나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그 수확물을 팔고 남는 수익금을 또 전국에 회향한다.

전국에 택배로 김치를 보내는 곳의 인연을 물었다. 스님은 “농사 수확물과 차를 팔기 위해 시장에 발품을 팔아 다닌 것”이 인연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못 먹고 사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수확물을 들고 마땅히 팔 곳이 없었습니다. 시장에 직접 제가 갔고 지금도 저는 인터넷 판매 같은 건 못하고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시장을 가서 스님의 눈에 들어 온 것은 구매자들이 아니라 굶고 배고픈 사람들이였다.

“상선암으로 돌아와 그분들에게 나눠 줄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처음에는 쌀, 음식 재료를 보냈고 겨울에는 김치, 팥을 보내드렸는데 그분들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렇게 만난 것이 쪽방촌에서 봉사하는 김윤석 경찰서 반장과 쪽방도우미회 회원들입니다.”

매년 김장하는 양도 늘어 올해 소비한 금액만도 3,000만원이다. 들어가는 재료도 1년 농사를 지어 만든 매실액과 국산 고춧가루, 해남 배추로 최고급이니 다음 해에도 그 이상이 소비 될 것이라 예상했다.

박부득 쪽방도우미회 팀장은 현재 쪽방도우회 활동이 어려운 시기라고 설명을 이었다. 주변의 잦은 민원에 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박 팀장은 “나눔 활동하는 동안 어려움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피도 언제나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김장을 돕는 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아무리 힘들어도 봉사는 이어가겠다는 결심이다. 처음 시작된 이 자리에서 말이다”고 말했다.

쪽방 도우미회는 현재 매주 목요일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쪽방 주민들을 위한 나눔 활동과 지역 돌보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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