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선원장 광명 스님

참불선원 인문학강좌천부경

<천부경>1917년 묘향산서 수행하던 계연수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경전이다. 원래 기원전 3800년 경 환웅으로부터 명령 받은 신지(고대 환웅단군 시대 사관) 혁덕이 가장 오래된 서체 전자(篆字)로 기록한 것을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한문으로 번역해 전해왔다. 내용이 난해해 시중 해설서마다 각기 다른 주장이 난무한다. 81자 풀이의 핵심은 숫자다. 비로선원장 광명 스님은 1128일 참불선원 인문학강의서 불교 가르침을 통해 <천부경> 핵심 내용을 풀이하고 “<천부경>과 부처님은 을 통해 현대과학이 최근에 밝힌 우주 생성 원리를 먼 옛날부터 파악하고 있었다고 감탄했다. 부처님 말씀을 통해 본 <천부경>서 서로 상통하는 오래된 지혜를 맛보자. 정리=이승희 기자

▲ 광명 스님은···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강남 봉은사 교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성불의 길 법화경> <천부경> 등이 있으며, 현재 비로선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천부경 해설은 백가쟁명
불교 인연법에 기대 풀면
공통된 개념 발견
숫자는 결국 무아를 상징

스님, <천부경> 만나다
지난 7월 이곳 참불선원에서 천부경 전래와 고대 한국사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2부 강의를 요청받았습니다. 오늘은 천부경을 연구하게 된 동기와 본격적인 천부경 내용 풀이를 강의하겠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경전이지만 불교의 내용과 상통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천부경은 숫자가 핵심입니다.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국내엔 수 십 권 해설서가 나왔습니다. 제가 천부경을 연구하게 된 동기부터 말씀 드리며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긴데, 얼핏 기이한 내용도 포함되지만 편안히 들어주십시오.

저는 2000년도에 법주사 강원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전통강원은 커다란 기와집으로 4개 반이 있습니다. 1학년에 해당하는 치문반과 2학년인 사집반이 같이 쓰는 방 한 켠엔 이불과 책꽂이가 있습니다. 개인소지품을 모두 그 방에 두곤 합니다. 한 학년을 마치고 올라갈 때 선배들이 나간 자리에 천부경 책 한 권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1학년을 막 마쳤던 전 <천부경>이 부처님 경전으로 알고 읽어봤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개학날까지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 하안거 마치고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가지고 고향엘 내려갔습니다. 책을 쌓아둔 작은 방에 무심코 올려놓은 뒤 4년 후 강원을 졸업하고 하안거 해제기간 동안 다시 고향집에 갔습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항상 기도하시던 어머니가 하루는 상기된 표정으로 오시더니 천부경 숫자를 해석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천부경이 뭔지도 모르는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저는 기도를 통해 어머니께 전달된 내용을 연구하면서 천부경을 한 구절씩 해석해 나갔습니다. 천부경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析三極 無盡本(석삼극 무진본)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一積十巨 無櫃化三(일적십거 무궤화삼)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大三合六生七八九(대삼합육생칠팔구)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환오칠)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일묘연만왕만래 용변부동본)

本心本太陽仰明(본심본태양앙명)

人中天地一(인중천지일)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

불교 교리로 풀린 숫자의 비밀
내용엔 1부터 9까지 숫자가 들어있습니다. 그 중 가장 난해해 해설서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4, 5, 6, 7, 8에 대해 어머니는 기도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처음에 어머니가 적어온 한자는 ()’ 이었습니다.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어 명문당 옥편을 찾아봤습니다. 명문당 옥편엔 폐어가 된 한자도 다 있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니 은 옛날에 숫자 4()를 뜻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을 실유불성(悉有佛性), 즉 모든 중생은 다 불성이 있다는 뜻을 문구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은 일체 모든 존재를 뜻합니다. 다음날 새벽, 모친에 숫자 4가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를 뜻하냐고 물으니 끄덕끄덕하셨습니다. 정답을 알아낸 거지요.

이후 어머님은 또 숫자 7에 관해 力 必 因緣 手 走 火가 뭔지 물으셨습니다. 중간에 因緣이란 글자를 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법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인연법으로 지은 업은 반드시 힘이 있어, 손에 횃불을 들고 달리는 것과 같이 분명히 보이는 결과를 얻는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숫자 7은 인연법은 반드시 결과가 있음을 알리는 숫자였습니다.

다음은 숫자 6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숫자 6에 관해 永 遠두 글자를 바로 알려줬습니다. 6은 끝 없이 영원하단 뜻이었습니다.

숫자 8에 관해선 를 받았습니다. 23일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화엄의 대가 현수 법장 스님에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화엄 사상은 법계 연기 사상입니다. 화엄에선 현상과 본체의 관계를 사법계(事法界)이법계(理法界)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 중 사사무애법계는 연기론의 극치로서 모든 현상의 조화를 뜻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물질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 전자기파를 쏘이면 물질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광전효과를 증명해 빛이 입자임을 밝히고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입자인 빛들이 서로 충돌하면 흩어지고 사사무애법계의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현수 법장 스님께선 조화를 설명할 때 집을 비유로 드셨습니다. 지붕창문바닥 등 각 요소가 다 모여 조화를 이룬 하나의 집이 되는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결국 집이란 조화의 집결체입니다. 숫자 8은 조화를 뜻하는 것입니다. 제가 화엄에 대해 몰랐다면 절대 해석할 수 없었을 겁니다.

숫자 5는 천부경의 출처 <환단고기> 내용을 참고해야 풀립니다. <환단고기>는 우리나라 상고사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어머님께선 말을 탄 병사들이 중심 없이 흩어져가는 모습을 보셨다고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 러시아 과학자 가모프는 빅뱅이란 가설 세웠습니다. 우주는 아주 작은 한 점으로부터 폭발하듯 증가했단 의견입니다. 허블이 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전까지 모든 물리학자들은 이 빅뱅 이론을 비웃으며 우주 상태를 안정적인 상태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는 빅뱅에 의해 중심없이 흩어지는 존재임을 현대과학은 밝혀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환단고기>서 풀이한 <천부경> 내용은 불교와 모두 통하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환오칠)는 일체존재를 일컫는다고 했습니다. 이 운행해 일체 존재를 이룬다는 게 운삼사성의 풀이입니다. 이 때 는 운행하여 일체만물을 이루는 근원인 삼신()과 연기의 세계()를 연결하는 고리()입니다. <환단고기> [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 고리는 5가지는 목수입니다. 불교에선 4대 기운인 지풍이 있습니다. ‘는 나머지 4개 기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기운을 일컫기에 불교 4대 기운과 5개 고리는 상통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순수한 空性
결국 <천부경>과 불교의 가르침은 우주의 시작이 기운에 의학 작용임을 밝혀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숫자들은 <환단고기>서 다 알 수 있습니다. 숫자 1은 허공, 다시 말해 불교의 공()을 이릅니다. 공의 의미를 없음 혹은 텅 비어있음 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래 공은 공성(空性)입니다. 산스크리트어 sunyata(슈나타)는 공성이라고 번역해야 옳습니다. 편의를 위해 단순히 공()이라고 번역한 것을 오해해선 안 됩니다. 공은 실체의 부정하는 개념인데 모든 것은 다 변한다는 뜻입니다. 공은 결국 변하는 성질을 가리킵니다. <대승기신론>에선 공을 진여(眞如)라고 했습니다. 진여는 무상한 실체 그대로의 모습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부처란 번뇌를 다 끊어버린 순수 공성 상태에 이른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불성을 지녔지만 번뇌란 조건상태가 개입돼 중생으로 살고 있는 겁니다.

숫자 9는 우리말로 아홉이고, 아버지를 뜻합니다. 완성된 어른을 이르러 아버지라 했으니 결국 아버지는 부처님입니다.

세 번째 줄 일적십거 무궤화삼의 의미도 불교와 상통합니다. 이 구절에서 은 쌓는다는 의미입니다. 하나하나씩 쌓아나가서 시방세계만큼 크게 되면 나를 구속하는 궤()가 없어져 내 스스로가 삼신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하나하나 쌓는 대상은 수행 공덕입니다.

제가 <천부경> 내용을 풀 수 있었던 이유는 불교를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천부경의 내용은 불교의 가르침과 매우 비슷합니다. 여러분도 비교해서 공부해보면 재미있는 가르침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의 숫자 풀이와 더불어 나머지 구절도 스스로 해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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