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배우는 붓다 아비담마

멤틴몬 지음|김종수 옮김|불광 펴냄|2만 5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아비담마가 보는 세상
아비담마는 불교의 경·율·논 삼장 가운데 논장에 해당한다. 붓다가 우리 몸과 마음을 비롯한 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붓다처럼 이 세계를 보고 경험할 수 있는지를 안내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 궁극에는 우리로 하여금 모든 고통서 영원히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상세한 가르침이다. 아비담마에서는 과학자 언어를 사용해 가르침을 전한다. 다시 말해, 아비담마는 역사나 문화적 맥락과 상관없이 누구나 배워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말로 돼 있다. 따라서 용어와 체계를 익히는 데 드는 시간만 들인다면 전 세계 누구나 배워 활용할 수 있는 가르침이다.

아비담마에서는 ‘관습적 실재’ 대신 ‘궁극적 실재’로 이 세계를 설명한다. 관습적 실재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손’ ‘발’ ‘분노’ 같은 ‘개념’이다. 우리는 ‘손이 내려간다’ ‘발로 찬다’ ‘분노가 치민다’와 같이 말을 하며, 그 개념과 현상을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고 경험한다. 하지만 아비담마서는 개념으로 이 세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보다 더 단순한 것으로 변화될 수 없고 다른 것으로 나뉠 수 없는 궁극적 실재인 ‘마음, 마음부수, 물질, 열반’으로 세계를 보고 설명한다. 가령 ‘분노가 치민다’라 안보고 분노가 치미는 현상을 구성하는 여러 마음, 마음부수, 물질 들로 그 현상을 쪼개서 보며 그 현상이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아비담마 공부의 유익함
예를 들어 분노가 치미는 경험을 할 때 우리는 보통 그 경험 자체를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하는 ‘나’ 또한 고정불변하는 실체로 존재한다고 느낀다. 그 ‘감정’과 ‘감정을 경험하는 내’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므로, 그 상태는 쉽사리 변하기 힘든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아비담마서 그러하듯 어떤 현상을 마음, 마음부수, 물질 들로 쪼개서 보면, 그 현상은 그저 조건이 마련되면 일어났다가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중립적인 것’이 된다. 이에 따라, 과학자가 실험 과정을 관찰하듯 우리 역시 스스로의 경험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감정이나 경험에서 빠져나와 있는 그대로 보고 알아차리게 된다. 더 이상 감정이나 경험에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또 아비담마를 공부하면 ‘업과 과보’를 명확히 알게 되어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보통 자기 이익을 위해, 화를 내고 남에게 해가 되는 일도 저지르며 거짓말도 한다. 하지만 아비담마, 그 가운데서 ‘마음’과 ‘인식과정’ 부분을 깊이 새기면 그러한 일들이 궁극에는 자기 자신에게 얼마나 커다란 해악이 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특히 선정 수행을 통해 업에 따라 과보가 일어나는 과정을 확인했을 때는, 그것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강렬한 경험으로 각인되어 다시는 화를 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스레 해탈과 열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아비담마 공부하는 실용적인 길
이 책은 아비담마를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아비담마의 체계 자체가 워낙 복잡한 탓에 그에 따른 배움의 어려움은 있지만, 이 책은 태생적으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짜여졌다. 저자인 멤 틴 몬 박사는 미얀마의 저명한 화학자이자 불교학자이다.

박사는 수십 년 동안 화학 교수로 복무한 이후 미얀마의 종교부 고문을 거쳐 국제테라와다불교선교대학서 사마타와 아비담마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도 아비담마를 비롯한 불교 강연에 열심이다. 박사는 이 책을 집필할 때 여러 강의 현장에서 사용한 강의안을 뼈대로 하되, 강의 참석자와 주고받은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아비담마 해설서’를 쓰고자 했다. 아비담마를 자세히 분석해 간명하고 논리적인 체계로 서술하면서 중간중간 내용을 정리하는 표와 그림을 넣고, 좀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비롯한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도왔다. 또 부록으로 아비담마의 핵심을 정리한 도표를 배치하여 독자들이 아비담마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비담마 정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아비담마의 정수는 무엇일까? 이 책을 번역한 김종수 원장(지견명상원)이 역자 후기서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놓았다.

“그 열쇠는 다름 아닌 ‘무아(anatta)’입니다. 이 ‘무아’가 붓다의 모든 가르침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유일무이한 열쇠입니다. 이 열쇠를 돌려서 열리면 그것은 붓다의 가르침이요, 이 열쇠를 돌렸는데도 열리지 않으면 그것은 붓다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특히 아비담마의 가르침은 ‘무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비담마서 소위 ‘나’라는 존재를 오온으로 해체해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아를 논증’하기 위함입니다. 아비담마의 백미는 이 책 제 4장에 나오는 인식과정입니다.

이 인식과정을 공부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다양한 마음들이 일어나서 머물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은 하나의 덩어리 또는 자기 동일성을 가진 실체가 아닙니다. 이런 실체적·자아적 개념은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바이지만, 아비담마는 그것이 가장 심각한 미혹 또는 무명이며 그릇된 견해임을 가르칩니다. 그럼 수행 또는 명상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붓다께서 칭찬한 선정이라는 명상은 한마디로 ‘무아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상에서는 ‘내’가 집중해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52가지 마음부수 중 5번째 집중과 52번째 통찰지가 최대로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수행 또는 명상의 정점에서 얻게 되는 열반은 ‘무아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학과 수행 둘 다에서 중심축은 ‘무아’임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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