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21일 불교계선 탈핵 관련 세미나가 2차례 연이어 열렸다.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공식 출범식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주최 지진은 말한다, 잘가라 핵발전소!’ 토론회다. 전문가들은 핵발전소 문제는 지구촌이 합심해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는 데 공의를 모았다. 편집자주

핵발전소 문제는 인류의 공동과제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

핵에너지는 인류의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한 번도 마주쳐본 일이 없는 전혀 새로운 부류의 존재이기에 인류의 직감에 의해 그 위험성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잘 관리하기만하면 이 위력이 유용한 에너지로 안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신화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값싸고 풍부하면서도 매우 깨끗한 에너지란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핵에너지가 지닌 근원적 위험성이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류의 본능적 직감 안에 각인될 기회가 없었기에, 인간은 오로지 이성적 계산 만에 의존해 그 위험성을 확인하게 됐다. 이러한 계산이 긍정적 결과를 주기만 하면 쉽게 맹신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실제로 후쿠시마 참사를 비롯한 몇몇 대형 참사들이 이러한 이성적 접근 자세의 부적절성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집단과 그리고 이를 신뢰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여전히 지엽적인 보완 조처만으로 넘어가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린 지금 결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물건인 핵에너지를 폐기함으로써 좀 더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에너지 중독서 벗어나 저에너지 고효율의 문명을 새로 마련하는 일에 시급히 착수해야한다.

이것은 비단 한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상에 함께 살고 있는 전 인류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문제임을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작은 땅 위에 가장 높은 핵시설 밀도를 지님으로써 일차적 위험을 느끼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직 한 기의 핵시설도 가지지 않아 이러한 문제의식조차 가지지 않은 나라들의 국민들에게도 일단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공동 운명체로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상기시켜 이들과 핵에너지 폐기 운동을 함께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본다.

항상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

지진에 대한 평가는 다음 2가지 질문으로 수렴된다. 첫째, 우리나라 핵전 부지에서 규모 6.5이상의 지진이 올 수 있는지, 둘째, 6.5로 내진 설계된 핵전들이 수 십 년이 지난 현재도 그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다.

지진계는 원자로 건물 내부와 외부에 각각 위치해있는데, 경주 지진 당시 월성1호기의 원자로 건물 외부에 위치한 자유장 지진계는 고장나있었다. 그러나 지진 다음날인 2016913일 필자가 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방문했을 때 한수원은 이러한 사실을 숨겼다. 지진 후 4시간이 지나서야 월성 1,2,3,4호기 원전을 수동으로 정지시킨 이유에 대한 야당의원의 질문에 한수원 담당자들은 지진 스펙트럼 값을 해석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그러나 약 2주 후 국정감사서 지진계 고장사실이 드러나자 이 문제를 대처하느라 시간이 걸렸던 사실을 인정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일단 숨긴다. 그러다가 들키면 들킨 만큼만 인정한다. 아마 월성1호기 자유장 지진계측계의 고장 사실은 규제기관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진 이후 국회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규제기관 관련자들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일단 숨기는 습관은 원자력계 전체가 공유하는 듯하다.

912일 경주지진 이후 440회가 넘는 여진이 3주째 지속되고 있다. 진도 6.5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된 원전이라지만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수 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 성능을 유지하는지는 조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규모 5.8의 지진이 월성원전이 있는 경주서 발생했다. 또한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팩트다. 나는 이 정도 팩트라면 우리 국민이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녹색평론 151호에 실린 글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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