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떠나며 다짐한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각오의 모습이 뒤를 돌아보며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무에게도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강력한 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늘 기대하며 믿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무너져도 다시 쌓고 앞으로 나아가는 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요새와 같은 멘탈을 만든다면 분명 상처받진 않을지 몰라도 성 안에는 홀로 살아야 할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삶은 모두와 어울려 살아가는 시장과 같은 삶에서 그 안에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 믿는 것임을 알았다. 또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의 후반부로 들어서는 게 아닐까?

절집을 빠져나와 다리의 끝에서 작은 찻집을 만났다. 차나 한잔하고 가시게라는 작은 문구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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