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

참불선원 인문학강좌현대사회와 불교

현대사회는 혼란스럽다. 극단적 보수주의와 고립주의가 국가와 대륙을 갈라놓고, 개인의 풍요를 앗아간다. 국내 정세도 심상치 않다. 연일 최대 규모를 경신하는 촛불집회 소식과 길을 잃은 정치수뇌부의 대립은 멈출 줄 모른다.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은 1121일 참불선원 인문학강좌를 통해 정보화 혁명까지 인류 혁명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 국제정세가 위태롭다며 부처님 자비심으로 이웃을 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보시행으로 하나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지 부처님의 지혜를 빌린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리=이승희 기자

▲ 선상신 BBS불교방송 사장은…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학 학사와 同大 정책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동국대 대학원 북한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前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와 경영본부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 제9대 BBS불교방송 사장을 맡고 있다.

극단적 보수·고립주의로
세계는 지금 갈등만연
인연법 이해한 불자라면
공동체 위한 보시행 전해야

혼란스런 국내외 정세
불교방송은 199051일 설립부터 사회에 부처님 법음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사회적 현상을 부처님 시각서 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강의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부처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그러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저작 사피엔스에서 지구 역사 48억만년 동안 여러 종류의 영장류가 존재해오다 마지막으로 남은 종족이 호모 사피엔스(지혜가 있는 사람)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호모 사피엔스 인류사의 역사를 결정 지은 3가지 혁명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인지 혁명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족과 달리 불을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또 도구와 언어를 사용해 서로 소통하고 협동이 가능했지요. 신체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 등 다른 영장류보다 왜소했지만 적이 나타나면 협력해서 대항하는 법을 알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들이 대규모 협력을 통해 국가나 종교 같은 가상의 공동체를 만들어왔습니다.

두 번째는 농업 혁명입니다. 수만 년 원시인 생활을 지나 약 1만 년 전부터 인간은 경작을 시작했습니다. 재밌게도 하라리 교수는 농업 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로 바라봤습니다. 농업 혁명이 가져다준 인구폭발이 오히려 인간의 삶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곡물에 편중된 영양섭취 문제와 과잉인구를 부역하기 위해 각종 인구통제 수단이 등장합니다.

세 번째는 과학 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더욱 유연해지고 탐구적 성향을 띠게 됐습니다. 특히 지식을 선()으로 믿고 자본과학경제정치가 합쳐지면서 인간의 힘은 무한해졌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류는 현재 정보화 혁명을 통해 새로운 문화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로봇 등이 이러한 변동의 특징입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따라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부의 편중 현상이 심해졌습니다. 부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반발로 20세기 공산주의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소련의 몰락과 함께 역사에서 힘을 잃었지요.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자본에 의한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굳혔고 극단적 보수주의와 고립주의가 힘을 얻게 됐습니다. 유럽에 난민이 쏟아지고, 미국 내 중남미계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현재 백인 중산층 몰락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최근 브렉시트 사태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도 이런 극단적 보수주의와 고립주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또한 이런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요? 북한 핵 미사일로 안보는 위협을 받고 국제 질서 재편의 길에서 우왕좌왕 하는데, 국내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갑니다. 거기다 심각한 저출산과 높은 빈곤율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할 지도부의 능력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연기법 세상보시행이 답
사방이 혼돈스런 현재, 우리 사회엔 부처님의 지혜가 절실합니다. 부처님 가르침 중 새겨들어야 할 말씀들을 떠올리고, 응용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복잡한 역사와 이해관계에 얽힌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부처님은 우리 안의 불성을 깨닫는 방법에 대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를 이어받아 초기불교에선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12연기법 등으로 전해졌고, 이후 공() 사상, 금강경, 유식사상, 여래장 사상 등 대승불교로 발전했습니다. 원효 스님께서 유식과 여래장을 통합한 일심(一心) 사상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를 주장한 이래 불자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불성에 대해 각성하는 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인 삶에 대비해 봤을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초기불교 팔정도와 대승불교 화엄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팔정도는 고통의 원인인 탐()()()를 없애고 중도를 실현하기 위한 8가지 덕목을 알려줍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정견(正見, 바른 견해)정사유(正思惟, 바른 의사)정어(正語, 바른 언어적 행위)정업(正業, 바른 신체적 행위)정명(正命, 바른 생활)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정념(正念, 바른 의식)정정(正定, 정신통일)이 이들입니다.

사회에서 갈등이 일어날 땐 연기법과 상호의존성을 통해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으로 이웃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동체 자유주의란 개념을 소개합니다. 공동체 자유주의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역사공동체사회공동체자연공동체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영국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의 자유주의 이론은 인간을 전적으로 합리적이고 선한 존재로 봅니다. 번 돈을 모두 건전한 재투자를 위해 쓰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의 자유는 좋지만, 항상 결과물이 공동체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바라밀의 보시행을 떠올리면 됩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져 인간가치가 떨어지는 미래 사회에는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이는 연기적 자유주의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연기적 자유주의에선 개인이 모두 부처님임을 깨닫고 연기법대로 행동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사회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이라마의 지혜
저는 1117일 달라이라마 요코하마 특별 법회를 듣고 왔습니다. 달라이라마는 현대 사회에서 배려하는 마음이 행복으로 가는 열쇠라고 말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인간의 성장요소에 자비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자비와 사랑이 있다는 여래장 사상을 말한거지요. 그러면서 현대교육은 물질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내면의 가치를 어떻게 함양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탐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항상 베푸는 삶을 유지한다면 내 주변 사람들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결국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라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날 달라이라마는 청중들과 즉문즉답의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재밌는 질문과 답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Q.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이 후퇴한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의 노력으로 세상 문제 해결이 가능한가?
A. 어려운 상황일수록 항상 상황 전체를 넓게 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에 대해 부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봐야 한다. 21세기 변화들은 이전 시대의 부정적 변화서 온 것이니 희망을 가져야 한다.

Q. 불법을 알아도 항상 실천이 어렵다.
A.
마음 번뇌가 일어나면 부정적인 감정들로 인해 실천이 어렵다. 번뇌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없애야 한다. 가르침을 듣고 얻는 문혜(聞慧), 이치를 사유하며 얻는 사혜(思慧), 수행으로 얻는 수혜(修慧)를 이행해야 한다.

21세기에 걸맞는 불자는 전통형식의례적인 것에서 벗어나 부처님 법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Q. 곧잘 화가 나는데, 나는 자비심이 없는 건가?
A. 처음엔 쉽지 않지만, 자비심을 키우는 것도 습관이다. 이해 뿐만 아니라 경험과 체득이 있을 때 자비심이 일어난다. 정신적 생활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 발달시켜라.

Q. 폭력과 비폭력은 어떻게 구분하나?
A. 이는 마음의 동기에 달렸다. 타인의 악한 행동을 막기 위해 해를 가하는 것은 그 사람을 염려하는 동기에서 나온 행동이기에 폭력이라 말하기 어렵다. 반대로 웃는 얼굴로 선물을 줘도 해치고자 하는 마음이면 이는 궁극적으로 남을 해치는 폭력행위다.

Q.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A.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 좋게 기여하길 바란다. 오늘 내가 한 좋은 말들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면 이웃에게 전하고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전하지 말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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