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지 않는 연습

나토리 호겐 지음|이정환 옮김|세종서적 펴냄|1만 5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살다 보면 물건은 자꾸 불어난다. 스트레스 받은 김에 지른 전동드라이버, 유행을 쫓아 구입한 넥타이, 한눈에 들어 구입하고 보니 옷장에 가득한 비슷한 종류의 옷, 세일이라는 말에 충동적으로 구입한 다량의 볼펜. 이뿐만이 아니다. 넘쳐나는 물건 때문에 그것들을 보관할 물건까지 새로 구입하게 된다. 책장, 찬장, 옷장, 신발장 등이 그런 경우다.

집착하면 행복해지는 법 잊어버려
삶과 밀접한 주제로 버리는 기술 설명
‘모으지 않는 연습’, 자신 치유 과정

물건들은 마치 친구를 불러 모으거나 몸집을 불리는 것 같다. 물건들은 어지간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니,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고 쌓여간다. 그러나 물건이 많다고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은 지저분해지고 점점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어수선해져 스트레스가 쌓인다. 물건 뿐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호감을 얻으려 한다. 그런 나머지 자신은 내팽개치고 상대방의 기분만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본래의 자신은 사라지고 가면을 쓴 가식적인 인격만 남는다. 돈, 지식, 외모, 스펙의 갑옷으로 나약한 모습을 감추며 끊임없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건 일단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마음의 갑옷을 벗으면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쉽게 벗어 던지지 못한다. 그것이 바로 ‘집착’이다. 집착 하면 걱정과 근심 속에서 살게 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서 〈신경 쓰지 않는 연습〉으로 이름을 알린 ‘행동하는 승려’ 나토리 호겐은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고 심플하게 살라고 조언한다.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뿐 아니라 과도한 인간관계나 지식은 우리의 마음을 얽어매고, 생활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적당한 정도만 소유하라고 권한다. 이를 위해 마음, 관계, 물건서 조금씩 가벼워지는 가르침을 전한다.

저자의 이런 가르침은 공허한 훈계로 그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탐욕과 허세를 부리는 우리 모습을 질타하기보다는 저자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설교하지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도쿄 사찰 주지인 종교인이자 아내와 자식이 있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저자는 수십 년간 수행 결과인 깨달음을 방 청소, 쇼핑, 메뉴 선택, 목욕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부드럽고 친근한 말투로 작고 소박한 습관이 어떻게 행복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물건이나 사람에 집착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깨닫고, 마음과 생활을 산뜻하게 청소해보면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비움, 단순함,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가 대유행이다. 어느새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 목적이 돼버린 상황도 적잖게 목격된다. 갖고 싶어도 돈이 없어 소유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가야 할 목적지만 잊지 않는다면 심플한 생활방식은 먼저 행복을 맛보고, 평온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름길이자 실천적 지침이다. 나토리 호겐 또한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줄이고, 버리고, 정리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하는 ‘모으지 않는 연습’은 단순한 정리 기술이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직시하고 소중한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것을 잘 버리는 것보다 모으지 않는 것이 우선임을 깨닫게 한다. 모으지 않으면 버릴 일도 없다. 아무리 상쾌하게 잘 정리한들 다시 끌어모으고 쌓아두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끌어모으려고 하는 그 원인을 알고 마음을 함께 닦으면 탐욕으로부터 멀어지고 마음은 편안해진다. 즉 ‘모으지 않는 연습’은 치유하는 과정이자 행복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보통 재물이나 사람들의 인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사람, 물건, 지식, 추억, 지위 등에 집착하는 모습을 저자는 ‘막대기에 매달린 지네’에 비유한다. 뒤로 물러날 줄 모르는 지네가 필사적으로 막대에 오르지만 꼭대기에 닿으면 이도 저도 못하고 단지 매달려 있을 뿐이다. 막대에 매달려 꼼짝 못한다면 그것을 놓고 땅으로 떨어지면 된다. 집착을 버리고 땅으로 떨어지면 어느 정도는 고통스럽겠지만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

그러나 가진 것을 내던지긴 쉽지 않다. 저자는 우리가 막대기를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하는 마음 뒤에는 나약한 모습과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돈이나 재능, 인맥을 내세워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허영이나 허세를 부리지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도 않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식하되 주눅 들지 않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1장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마음의 정체를 나약함과 두려움이라고 밝힌 뒤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한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업무서도 과감해지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관계서의 여유를 강조하는 2장은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소외감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유용한 내용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좋은 사람인 척하느라 무리하게 애쓸 필요 없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위로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기에 앞서 욕망이나 기대를 줄이라는 마음 준비 운동도 일러준다. 이어 3장과 4장서는 물질적 생활과 마음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매달 갖고 있는 모든 물건 중 아무거나 무작위로 10개씩 줄인다’ ‘구입 전에 물건 가격을 앞으로 사용할 횟수로 나눠본다’ ‘옷, 신발, 양말 등 늘어날 것 같은 물건은 수량을 제한한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는 잘못을 지적해줄 테니 자신을 너무 책망하지 않아도 된다’ ‘비판을 들으면 기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마음과 생활의 대청소 팁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좀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나토리 호겐은?
1958년 도쿄 도 에도가와 구 고이와(小岩)서 태어난 나토리 호겐은 현재 못토이후도 미쓰조인 주지로 있으며, 신곤종 부잔파 포교연구소 연구원이자 민속 축제 다이시코 찬불가 장인이기도 하다. 미쓰조인서 사불 강좌 및 찬불가 지도 등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실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베스트셀러인 〈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 외에 〈실천편 반야심경 얽매이지 않는 삶〉 〈올바른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맑고 가벼워지는 반야심경〉 〈3일 만에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맑아지는 책〉 〈번뇌력(煩惱力)〉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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