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구병수 외 4인 집필|운주사 펴냄|2만 2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분노는 갈등과 대립, 충돌과 파괴를 낳기에, 우리는 분노를 극복하고 제거돼야 할 문젯거리로 여기게 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인간은 인내하고 기다리며 화를 가라앉히고 물러서기를 교육받아 왔다.

불교의 인욕바라밀이나 개신교의 “누가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내밀라”가 그렇다. 그러나 분노는 참고 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참으면 참을수록 외부로부터 압박해오는 분노 요인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크게 늘어나, 결국 참는 자의 파멸로 끝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분노는 과연 무엇인가? 분노는 왜 생기고, 우리는 분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이 책은 초기불교, 선불교, 사회학, 심리학, 서양의학, 한의학에서의 분노에 대한 관점들과 연구 결과들을 입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삶에서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그리고 분노를 통해 어떻게 삶을 지혜롭게 이끌어 가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고 규명한 연구 결과물이다.

초기불교에서의 분노, 특히 붓다의 분노에 주목한 정준영은 초기경전에 나타나는 분노의 다양한 종류와 의미를 도사와 빠띠가, 위야빠다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그러한 분노서 벗어나는 구체적 방법들을 논하면서, 석가가 과연 분노한 적이 있는가를 검토한다.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는 사띠, 아누빠사나, 사무량심도 제시한다. 아울러 경전에 붓다가 마치 분노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지만, 그것은 분노가 아니라 제자를 그 근기에 맞춰 가르치려는 자비의 표현임을 밝힌다.

선불교에서의 분노의 대응 원리와 그 활용을 탐구한 김호귀는 선종에서의 분노를 세 차원으로 구분해서 논한다. 첫째는 범부들이 느끼는 ‘중생적 분노’, 둘째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선 수행자가 느끼는 ‘향상적 분노’, 셋째는 수행이 완성된 보살이 느끼는 ‘초월적 분노’이다. 중생적 분노는 공을 자각함과 보원행으로써 극복되고, 향상적 분노는 계정혜 삼학의 수행을 통해 완성되며, 초월적 분노는 중생교화를 위한 자비와 연민의 분노로 나타난다고 제시한다. 사회학에서의 분노를 다룬 김문조는 한국사회가 분노사회가 된 주된 사회적 원천을 좌절에서 찾으며, 이러한 좌절은 사회 전반의 계급적 양극화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러한 양극화를 통해 좌절이 어떻게 분노로 바뀌어 가는지를 밝힌다. 분노의 한국적 전형은 ‘울화(鬱火)’로 규정할 수 있는데, 분노와 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체계의 재구조화와 함께 분노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의미치료 등을 통한 의식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심리학에서의 분노를 논한 권석만은 우울 및 불안과 더불어 인간의 3대 부정정서 중 하나인 분노는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으며, 분노가 경험되는 과정에는 인지적 사고과정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분노의 표현은 크게 기능적인 것과 역기능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그중 역기능적 분노를 다스리는 심리치료적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특히 자신을 돌아보는 회광반조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김광기는 뇌과학적 견지서 보는 분노를 다루면서 분노를 포함한 감정의 문제를 심리적 차원이 아니라 미시적인 분자생물학적 차원 및 전기생리학적 차원서 연구한다. 뇌에서 분노를 담당하는 부분은 편도와 해마가 주요 역할을 하는데, 편도가 분노반응을 시작하면 전전두엽의 기능이 발휘되지 않아 비이성적 행동이 나오게 되며 결국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구병수는 한의학에서의 분노, 특히 감정과 기에서 본 분노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로 간주하고 우주의 근본원리인 5행에다 인간의 장기와 감정까지도 배대하여 논한다. 한의학에서 분노의 감정은 간에 배분된다. 크게 분노하면 화가 간에서 일어나 화기가 역상하여 병이 생긴다. 병을 치료함에도 5행의 원리, 특히 상극의 원리를 활용한다. 이어 한의학에서의 분노를 불교와 연관 지어 설명하면서 여러 수행법을 들어 분노의 조절을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욕구 충족을 방해하는 상대방에 대해 반감과 적대감을 느끼고 그것에 저항하기 마련이다. 즉 분노는 자신의 욕망 성취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일어나는 적대 감정이며, 따라서 분노는 자신을 적으로부터 방어하고 보호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분노는 한마디로 자신의 생존과 안락을 지키기 위해 일어나는 자기 방어 본능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노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나와 남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좌절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분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떻게 잘 다스려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법이 절실한 것이다. 이 책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분노에 대한 분석과 해법은 분노 유발의 요인들이 심각할 정도로 만연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폭넓은 안목을 제시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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