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해로 흘러들어가는 거센 물결도 작은 물방울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형성된 것이다. 하나의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모이지 않는다면 큰 강물도 만들어지지 못한다. 한두 사람이 들고 있는 촛불은 그다지 사회적 주목을 받을 수 없지만 백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든 촛불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거센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들어 토요일마다 수많은 군중들이 정권퇴진을 외치며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 모씨 일족이 중심이 된 국정농단 사건은 이제 대통령이 관련된 전대미문의 스캔들로 비화되어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지만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참고인을 넘어서 피의자로 조사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주변인들의 국정 농단에 실망했고, 여기저기 정부예산 속에 숨겨놓은 비선실세 예산 수천억원을 확인하면서 분노했고, 이를 방치한 대통령의 무능과 무지함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 전 국가 정보기관에서 최모 목사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였지만 그 악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고 급기야는 대를 이어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부정과 부패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과의 권력거리를 악용한 집단의 국정농단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대통령들도 집권 4년차가 되면 레임덕 현상이 오고 퇴임 후에는 대통령의 자식이나 형제, 그리고 친인척들이 구속되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와 같이 국가 기밀이 새어나가고, 비선실세가 노골적으로 국정에 관여하여 장차관을 임명하고, 그들을 통해 법인을 만들어 기업으로부터 800억 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받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 예산을 배정받아 남용하는 사례는 없었다.

부처님은 상인이든, 수행자든 관계없이 누구든 성공하는 삶을 영위하려면 지혜, 근면, 후원자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하신 바 있다. 후원자가 있다는 것은 상호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고 해도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혜와 부지런히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보호자가 되어 대통령을 외호해 줄 수 있고, 대통령은 정치적, 행정적, 군사적 지도력을 갖추고 원만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은 사적인 인간관계를 벗어버릴 수 있는 지혜가 부족했다. 그리고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실천하여 국민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불통대통령의 상징이 되었다. 여론조사 결과 약 95%의 국민들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함으로써 여론은 최악의 상황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아직도 자발적으로 퇴진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 하야, 2선 후퇴, 질서 있는 퇴진 등 여러 가지 해법들이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손으로 뽑힌 대통령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스스로의 결단으로 진퇴를 결정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원만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범법 행위로 인하여 신뢰에 금이 가고 국민 대다수에 의해 불신을 받는다면 국정의 원만한 운영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대통령은 대승의 마음으로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의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격언이다. 그리고 그 민심의 소재는 100만명의 촛불집회에서 확인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와 국회에서 결의된 특검을 통해 범법행위가 입증된다면 대통령은 즉각 진퇴를 결정하리라 믿는다. 그 결정이 평화적 촛불 행진을 벌이는 민심과 괴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민심의 거대한 흐름이 거센 물결이 되고,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폭류로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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