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토종 이나다 미즈키 스님, ‘히간지’에 기고

▲ 이나다 미즈키(稻田瑞規ㆍ25) 스님이 기고문에 첨부한 삽화. 사진출처=히간지
아무리 스님이라도 인간은
방대한 경전 전부 기억 못 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 적용하면
대량 경전 빠른시간 독파 가능

 

[현대불교=주성원 객원기자] 만약 불교를 배운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스님들은 어떻게 될까?”

일본 정토종 소속의 젊은 스님 이나다 미즈키(稻田瑞規25) 씨의 흥미로운 발상은 이 질문서 시작됐다.

세계적 화제인 인공지능 기술에 자극을 받은 이나다 씨는 1111인공지능과 불교란 제목의 글을 불교언론 사이트 히간지(彼岸寺)’에 기고했다. 이 기고문은 의외의 큰 호응을 얻으며 SNS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만약 정말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운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불교와 스님들은 어떻게 될까?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계 스스로가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개발된 상태다.

이나다 씨도 현실의 인공지능 기술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신문기사를 작성하거나 영화 각본을 쓸 수 있을 만큼 뛰어나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영화각본을 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수많은 명작 시나리오 데이터를 입력해 명작영화의 특징을 분석하고 스스로 학습한 후 새로운 각본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비록 인공지능이 만든 각본이 아직은 미숙하고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점점 인간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알려진다. 지능을 가진 기계의 출현으로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침범당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면 불교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단 것이 이나다 씨의 주장이다. ‘팔만대장경이란 방대한 경전을 인공지능에 입력시킨 후 불교를 학습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고문엔 세간에 큰 화제를 모았던 이세돌과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비유하며 석가 알파라는 가상의 인공지능을 등장시켰다. 석가 알파가 탄생하면 불교계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나다 씨는 그보다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불교는 알려진 바와 같이 부처님 가르침을 뜻한다. 그 가르침은 모두 불전(佛典)에 기록돼 있으며, 이는 곧 불교=부처님의 가르침=불교 경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스님이라 해도 방대한 경전 내용을 모두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이나다 씨는 경전을 모두 읽는 데만 평생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부처님 가르침은 대기설법(對機說法)의 형식을 통해 상담자의 고민에 따라 설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모순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면 대량의 경전을 빠른 시간에 독파할 수 있음은 물론 체계적인 분류와 분석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페이스북의 친구추천 기능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유저가 입력한 몇 가지 개인 정보만으로도 수많은 지인들을 연결해 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공지능의 문장 인식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 기능들을 바탕으로 이나다 씨는 석가 알파의 미래상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눴다. 입력된 경전 내용에서 부처님의 사고 패턴을 뽑아내 부처님의 사상으로 학습한다 축적된 부처님의 사고 패턴은 번뇌 해결 시스템으로써 출력된다(가령 스마트폰 같은 장치를 사용해 상담 내용에 맞는 답변을 내놓고 데이터를 저장한다) 저장된 상담 내용을 분석해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답변에 대한 정밀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인공지능에게는 수행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 석가 알파가 세상에 출현하면 짧은 시기 동안 스님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이나다 씨는 예측했다.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를 점쳤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학습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상담내용을 토대로 끊임없이 개선해 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백만 아니 수억 명과도 동시접속이 가능하다. 게다가 근대 불교학자들이 이룩한 수많은 연구논문과 불교서적까지 독파한 석가 알파를 인간 스님들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끝으로 이나다 씨는 만약 정말로 석가 알파와 같은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지금의 승려들은 그저 장례식 같은 의식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단순 노동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따끔한 경고를 남겼다. 지금도 일본불교를 장례 불교 혹은 박제 불교라고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상황에서 이 경고를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단순 기계화 되고, 지능을 가진 기계는 고도의 지적 활동을 통해 보다 인간에 근접해 간다는 예측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이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사찰과 대중을 보다 손쉽게 연결시켜주는 방법을 찾기 위해 웹미디어 개발을 배우고 있다는 이나다 씨는 인공지능 석가 알파가 출현하기 전까지 승려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한번쯤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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