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며 찾아가는 곳은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실망을 가득 안고 돌아 나오면서 그래도 스스로 위안한다면 그래도 아직은 내게 세상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남아 있다는 믿음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더 이상 놀랄 것도 기대할 것도 없어지는 것 같다. 내가 믿고 있었던 무언가가 실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동화나 소설, 영화에 공감해 울고 웃는 자신을 더 이상은 발견할 수 없거나, 내가 사랑하고 아낀 모든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게서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늙어버린 자신을 마주하는 날이 아닐까? 다시 기대하고, 무너지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생이 아름답지 않을까? 세상은 다 그럭저럭 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노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를 흔들어대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왔지만 나를 흔들고, 넘어뜨리고, 배반한 삶을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 여기고 타협해 살아왔다면 내 생에 행복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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