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고지구 정심사 3층 규모 장례식장 ‘사쿠라 홀’ 건설

▲ 정심사의 사쿠라 홀. 주변 건물들과 위화감이 없고, 혐오시설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외관에 많은 신경을 썼다.

[현대불교=주성원 객원기자] 이미 초고령자 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앞으로 다가올 다사사회(多死社會)’를 맞아 정부와 관련기업들의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다사사회란 현재의 고령자들이 사망에 임박한 연령에 도달하여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로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시작되는 시점을 말한다. 일본은 이 시기를 2038년 즈음으로 예측한다.

일본 불교계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대응책 마련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 비즈니스(ビジネス)114일자 기사를 통해 다사사회를 대비하고 있는 일본불교계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도쿄도(東京都) 분교구(文京區) 혼고지구(本鄕地區)는 사찰 50여개가 모여 이루어진 마을이다. 이곳 절들 중 정토종(淨土宗) 소속의 정심사(淨心寺)는 최근 사찰 부지에 3층 건물의 장례식장 사쿠라 홀을 건설했다. 장례식장 지하에는 시신 8구를 보관할 수 있는 안치소가 마련돼 있다. 시신은 대부분 근처 노인요양원서 숨을 거둔 고령자이거나 마을 주민들이지만 고독사(孤獨死)한 신원미상의 시신도 안치되는 등 종교와 관련성은 특별히 없다.

정심사 주지 스님 사토 마사히코(佐藤雅彦58)이곳 분교구(文京區)엔 화장장이 없고 안치소도 모자라다. 머무를 곳 없는 망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우리 절이 망자의 마지막을 편히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일본은 이미 상업적으로 규모가 큰 상조회사가 많고, 대규모 안치소와 화장장을 구비하거나 증설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상조회사는 어디까지나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보니 잦은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화장장과 시신안치소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강해 설립이 쉽지 않다고 한다.

예부터 일본 사회의 상례(喪禮)를 담당해 온 일본 불교계는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 정심사와 같이 소규모 장례식장 및 시신안치소를 사찰 부지 안에 건립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특히 혐오시설이란 인식을 줄이기 위해서 건물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면에는 일본불교계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최근 아무런 종교의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화장을 하거나 매장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 사찰에서 행해지는 상례의식이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이다.

점차 상례를 치르지 않는 사회가 돼가는 일본서 시신안치소가 과연 불교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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