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대표 사찰음식점인 발우공양이 세계적 권위의 음식 가이드인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에서 별 한개를 받았다.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세계 유수의 식당 반열에 오를 수 있지만, 반대로 현재 사찰음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미슐랭 별? 언젠간 없어질 수도

적문 스님(평택 수도사 주지)

미슐랭 가이드서 별 1개를 받았던 2개를 받았던 중요한 것은 사찰음식의 뿌리를 지키는 것이다. 현재는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스님들의 교육조차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업화를 논하기 전에 사찰음식에 대한 스님들의 가치관 및 의식부터 정립해야한다.

사찰음식의 본질은 수행자의 음식이란 것이다. 즉 수행자의 가치관이 깃든 음식으로, 스님들은 음식을 요리할 때나 먹을 때도 음식에 담긴 철학과 의미를 되새긴다. 이는 사찰음식이 단순한 상업용 음식이 아닌, 그 철학과 본질적 뿌리가 지켜져야만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가치관을 이해하는 스님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스님들의 인식을 바로 잡아 줄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사찰음식점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찰음식 교육관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스님들도 사찰음식을 배울 때 쉬운 것만 배우려고 하는데 이 마음가짐부터 고쳐야한다. 장 담그기 등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것부터 출발해 스스로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찰음식점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요즘 사찰음식점이라며 우후죽순 생기는데, 오리 등 육류를 팔면서 사찰음식이란 이름을 내 건 일반음식점이 적지 않다. 미슐랭 가이드 선정을 기점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찰음식에 관심을 갖고, 상업화도 가속화될 텐데 그 전에 미리 확립해놓지 않으면 사찰음식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사찰음식 정체성 먼저 고민해야

정태겸(여행작가)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시선의 차이가 꽤나 크다는 걸 확인한 정도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이 별 하나를 받은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하지만 이는 경사라기보다는 위기로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사찰음식 자체의 정체성, 어떤 것이 사찰음식인지에 대한 담론을 빨리 형성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빠르게 이미지가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의 빠른 소모는 결국 도태되는 길을 걷게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중에게 칭찬 받는 건 잠깐이지만, 대중이 실망하는 건 더 빠르다. 음식장사에 무슨 철학이 필요하냐고 묻거든 크게 해줄 말은 없다. 하지만 사찰음식은 반드시 철학이 필요하다. 수행자의 음식이 모태이기 때문이다.

굳이 모태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어차피 수행에 초점을 맞추면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중의 시선에 맞도록 적절히 포장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절밥사찰음식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사찰음식이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는 그래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그럴 듯 보기 좋은 요리를 내놓는 것보다는 무엇이 사찰음식인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에 걸맞는 음식으로 다듬어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반석을 잘 다듬어 놓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박수를 보내주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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