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온 국민이 망연자실 나라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황당무계한 사건에 실망과 분노에 찬 국민들의 함성이 파도를 타고 점점 더 높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대학가의 시위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으며, 남녀노소 국민들은 나라를 걱정하며 급기야 거리로 뛰쳐나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피켓까지 치켜들고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촛불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돼 115일에는 30만개의 촛불이 전국 곳곳에서 타올랐다. 주최 측에 의하면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20여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추산한다.

시위진압을 위해 무려 220개 중대, 2만 명의 경찰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질서정연하게 최순실게이트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밴드, 래퍼 등의 문화공연도 함께 했다.

아무런 물리적 충돌 없이, 기가 막힌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시종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시위의 모습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과거 몸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던 시위현장을 떠올려 보면 큰 변화를 느낀다. 참여자들의 표정도 당당하고 뿌듯한 심정인 것 같다.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지경까지 이른 성난 민심에 밀려 박대통령이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하고, 마침내 국회의장을 방문하여 실권총리의 추천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도 정국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권력에 집착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박 대통령은 읽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의 행보를 보면 최순실게이트의 각종 의혹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실상 하야인 완전한 2선 후퇴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1553개 시민단체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라는 비상시국대책기구를 결성하고, 촛불시위를 주관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함께 앞으로 조직적인 대규모 집회를 열어가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온 국민들이 한꺼번에 시위대에 뛰어든다 해도, 지난 115광화문집회에서 보여준 비폭력 평화적 행진처럼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존심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폭력적인 권력을 동원하게 한다든지 불미스런 탄압의 빌미를 주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아시다시피, 촛불시위는 과거 동독 라이프치히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기도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저항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축제의 성격도 띠고 있었지만 결국 비폭력 민주시민운동의 상징으로 발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끝없이 펼치는 달라이 라마의 불교사상에 입각한 비폭력 저항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있음에도 달라이라마는 인간의 본질은 폭력을 싫어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굳은 믿음으로 지극히 고되지만 평화로운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후회가 얼마나 크기에 대통령 지지율이 5% 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그를 뽑아준 사람들에 의해 사실상 국민탄핵이 발동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역사적 소명이다. 아무리 어이없고 억울한 상황이라 해도 국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소통과정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만약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것은 정치권력이 국민의 저항권 행사에 맞서 억지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정치권과 대통령은 위기극복을 위한 사태수습과정에서 모든 걸 비우고, 다 내려놓고, 애국애족의 마음 하나로 국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는 국민들은 부처님의 자비사상에 바탕을 둔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정당성과 도덕성을 확인시켜주며,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하면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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