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실수나 잘못된 판단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수용자들. 그들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삶의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자를 위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전법활동과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그 인연은 직장생활 교육시간에 삼중 스님의 사형수 교화사례를 감동 깊게 들으면서부터였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도 교화를 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이 실제로 이뤄졌다. 교정위원으로서 수용자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는 것을 볼 때 큰 자긍심도 느낀다.

한 번은 대만 성지순례에서 대만불자들의 봉사하는 생활상을 엿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특정 기관에 봉사자리가 없어 1년을 기다리기도 했다. 봉사기회가 주어진 다음에는 직접 도시락을 싸들고 활동비를 내면서까지 마음을 다해 봉사했다. 오직 봉사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나 역시 새롭게 다짐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덕분에 주위의 크고 작은 나눔 소식에 힘겨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누군가 미소는 작아도 기쁨을 주고, 사랑스런 말은 짧아도 마음을 넉넉하게 하며, 선행은 작아도 한량없는 인연을 맺는다고 했다. 수용자들의 마음은 어떨까?

대중가요 노래가사에 바닷가 모래밭에 손가락으로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 하나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만 마지막 한 가지 못 그린 것은 지금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마음는 구절이 있다.

수용자들의 진정한 밑 마음은 무엇일까? 노래가사처럼 그들의 핵심감정이 무언지 고민하던 때, 나는 40대 초반의 수용자 상담을 맡았다. 몇 년 동안 법회시간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불교교리에도 해박한 편이었으나 감정반응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 그림 박구원.

자애명상을 하고 심리치유기법 중 노래치료를 시작했다. 동영상을 띄우고 노래가사를 음미하며 감상하게 한 후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수용자는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처음 보인 감정표현이었다.

누가 생각나나요?” “어떤 감정이나 느낌이 드나요?”

스스로 자신이 어떤 감정상태인지 인지할 수 있도록 물었다. 그리곤 그의 입에서 예상 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헤어진 와이프가 생각나요.” “애들도 보고 싶네요.” “포교사님, 제가 지은 잘못이 너무 많습니다. 진정으로 깊이 참회합니다.”

흐느끼며 튀어나오는 참회의 한 마디와 진실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 그리고 애절하고 간절함 가득 배어있는 표정. 오랜 시간동안 볼 수 없었던 그의 본모습이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를 다독이면서 눈물을 닦아줬다. 애잔한 마음과 함께 그가 앞으로 긍정적으로 변할 것만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뉘우침과 참회의 기쁜 눈물을 보여준 그가 곧 부처님 모습 아니겠는가. 그 모습에 나는 더욱 열심히 전법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희망을 주자! 힘들고 아픈 이들에게 불심을 전해 힘과 용기를 주자! 힘내라는 격려보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마음을 꺼낼 수 있는 힘을 주어 부처님 앞에 두 손 모아 합장하는 믿음을 만들어 주자!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감옥에서 쓴 미래를 노래한 시 진정한 여행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별.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어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만의 별이 있음을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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