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국민, 외면하는 지도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근 몇 주간의 정국을 바라볼 때 쉽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쉽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지난 한 달간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 여파로 지난 며칠간의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로 곤두박질 쳤고, 이제는 민심 저 바닥에서부터 탄핵, 하야 같은 말들이 서슴없이 오르내릴 정도에 이르렀다. 이는 지치고, 화나고, 어이없는 민심을 대변하는 말들일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란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날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는 셈이다.

본래 정치인들이 민심을 운운하면서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일이야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요즘의 민심은 한결같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는 것. 지지율 10% 내외라는 수치는 그러한 대다수의 민심을 반영하는 지표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조사 결과 20대가 1.6%, 30대가 3.1%, 40대가 7.7%, 50대는 10.6%이고 60대 이상에서만 27%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한다. 60대 이상을 제외하면 국민 20명 중 1명꼴로 대통령의 정치행위에 동의하지 않는 셈이 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추락하기 시작한 대통령 지지율이 마침내 정점을 찍은 듯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태도는 굳건해 보인다. 정치권의 합의는 둘째 치더라도 국민의 의사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관련 인사를 파면하고 새로운 인사를 등용하는데 훨씬 더 신중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지는 인사 교체를 보고 있노라면, 국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아니 분노는커녕 의사라도 조금이나마 반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렇게는 아니다라는 민심은 아예 없는 듯 한 태도다.

그런데 어떤 조직이든, 조그만 친목모임부터 국가 단위의 거대한 단체에 이르기까지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의 삶에 무관심하다면, 그는 이미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는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지도자를 뽑는 것은 그들의 삶을 보장하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성원들이 무작정 그들의 삶을 개선해달라고 요청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구성원들은 그저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의사를 지혜롭게 끌어 모으고, 그것을 앞서서 구체화시키는 정책 실행의 리더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은 정신 빠진 모 공무원이 말했던 것처럼 무지렁이가 아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대단히 지혜롭다. 그래서 그들은 현실을 뛰어넘을 정도로 과분한 결과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현실 속에서 최선의 조건을 찾아나가도록 지지하고, 그럴만한 이를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법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이들, 그들의 지도자로부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서로에 대한 보살핌을 요구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일일이 반영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과 의사를 반영하고 서로의 요구사항을 알아가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은 서로 적대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부처님은 그런 개인들에게도 일일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도록 가르친다. 전체의 의사를 반영하고 하나로 모아내야 하는 지도자라면, 나에게 가까운 사람의 의견도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의 의견도 기꺼이 공동체의 나아갈 길에 반영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국가라는 단위에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국정에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개인 하나하나가 아니며, 대부분 공적인 이익과 연관하여 의사를 표명하는 공공성을 반영해가는 현장이 바로 국정이기 때문이다. 그 공공의 현장에 개인의 의사가 주로 반영되는 참담한 국정현실, 거기에 절망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불통을 고집한다면, 그것이 어디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일체 중생을 단 하나도 빼지 않고 다 구원하겠다는 부처님의 서원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은 지도자에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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