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살을 드러낸 산봉우리는 대부분 역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래가 쌓여 굳으면 사암, 자갈이 쌓여 굳으면 역암이 된다. 아주 오래전 바다 속에서 위로 올라갈 시간을 기다리며 만들어진 산이 그렇다. 그런 산의 바위에는 가끔 조개껍질이 보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퇴적물이 쌓이고 단단하게 굳어진 산은 서서히 바다 위로 솟아올라 모습을 드러냈고, 다시 비바람에 깎이고 시간을 견뎌내며 수많은 봉우리를 만들어냈다.

산 앞에서 내가 아파하고 조급해하는 많은 문제들과 살아온 시간, 살아갈 시간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고 스스로 작아졌다. 조급해한다고 이뤄지지 않음을 알면서도 늘 그러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이 산을 내려가면 이 순간에 느낀 시간의 사소함과 부족함을 잊고 또 마음이 바빠지겠지만, 산에 오르는 일은 잠시라도 작은 나를 큰 내가 되어 바라볼 수 있는 뿌듯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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