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장웅연 지음|니나캄 그림|담앤북스 펴냄|1만 3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부처님은 원래부터 곱슬 머리였나?” “사리는 왜 생기나?” “49재는 정말 49일간 지내나?”

불교에 관한 49가지 문답 자세히 기술
저자, 경전과 인맥동원 발품팔아 정리

절에 다니면서 한 번쯤은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들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어디다 대놓고 묻기는 애매한 것들이다. 절에서 만난 스님들에게 묻자니 왠지 실례인 것 같다. 너무 시시콜콜해서, 너무 무식해 보일까봐 망설여진다. 절에 다니는 지인에게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글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불교신문〉 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불교와 가깝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여러 궁금증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책 제목대로 어디다 대놓고 묻기 애매한 물음 49가지를 가려 뽑고 답을 달았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각종 경전과 불서를 참고했고 인터넷도 수없이 검색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얻은 인맥들에게 전화도 숱하게 돌렸다”고 지난 과정을 술회 한다. 저자의 이 부지런함 때문에 누구나 알기 쉽고, 재미있는 불교입문서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사리가 어떻게 생겨난 것이라고 조사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1995년 인하대 연구팀이 사리 성분을 조사했고 그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전체적으로 뼈와 유사하지만 프로트악티늄과 리튬, 티타늄 등의 광물질이 섞여 있었다. 아울러 사리의 위상을 애써 폄하하려는 쪽에서 주장하는 ‘담석’이나 ‘결석’과는 형질이 다르다는 점도 밝혀졌다. 무엇보다 경도가 압권이었다. 사리는 1만5,000파운드의 압력서 부서졌다. 1만2,000파운드에서 부서지는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오랜 금욕 생활로 정액이 축적된 것이라는 키득거림은 사실무근이다.”이라고 밝힌다.

불교에 관한 49가지 문답으로 구성된 이 책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불교에 대한 일상적이고 사소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불교에 대해 시간 순이나 주제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불교에 관해 누구나 한번쯤 가졌을 법한 의문에 주목한다. ‘절은 왜 산속에 많지?’ 같은 난이도 하급 물음은 물론 ‘스님들이 애완동물을 키워도 되나?’ 하는 다소 엉뚱한 궁금증도 친절히 풀어준다. ‘무아(無我)라면서 어떻게 윤회가 가능한가?’ 같은 상급 의문도 다룬다. 불자든 아니든, 절에 갔다가 혹은 책이나 TV를 보면서 느낀 불교에 관한 다양한 물음과 답을 비빔밥처럼 잘 버무렸다. 불자들에게는 자신의 종교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불교를 통해 전해진 우리 역사와 문화의 면면을 새로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불교계 저명인사들의 생생한 육성을 전한다. 맛깔스런 답변을 내놓기 위해 저자는 때로는 경전에 근거하고 때로는 불교 전문가들의 육성을 그대로 전한다. 현직 기자의 역량을 십분 발휘,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나?’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진짜 큰스님’께 묻는 식이다. 진짜 큰스님인 경주 불국사 회주 성타 스님은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전했다.

“내가 입산할 즈음에도 큰스님이란 표현은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쓰였다. 아마도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많은 어휘의 한글화가 진행되면서 백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착됐을 것.” 스님의 설명에 저자가 참기름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다. ‘고승대덕(高僧大德)과 같은 딱딱한 한자어가 정다운 우리말로 거듭났으리란 이야기’라는.

공(空)이나 무아(無我), 중도(中道) 같은 불교사상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나 냉소도 쉬운 설명으로 불식한다.
“중도의 삶이란 사물의 이면을 볼 줄 아는 삶이며 균형을 유지할 줄 아는 삶이다.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원리에 충실한 삶이다. 모든 것은 변화함을 알기에, 과거를 못내 아쉬워하거나 미래를 지레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또한 독립된 내가 없음을 알기에, ‘나’를 고집하지 않는 일이다. (중략) 성철 스님의 제자인 조계종 원로의원 고우 스님은 중도를 통찰하면서 다음의 네 가지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게 됐고, 내가 하는 일의 가치에 확신을 갖게 됐고, 자주적인 사람이 됐고, 소통하는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내가 있는 그대로 부처인 만큼 남도 있는 그대로 부처라는 성찰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진정한 배려심이 생긴다는 교훈이다.”

짧지만 알차고 재미나 술술 읽힌다. 질문 하나당 짧게는 3~4페이지, 길어야 6페이지에 불과해 읽기 쉽다. 짧은 내용이지만 역사와 경전에 기반한 사실과 저자를 비롯한 불교계 저명인사들의 의견이 적절히 어우러져 읽는 재미가 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니나킴의 밝고 경쾌한 그림도 고명처럼 중간중간 담겨 있어서 보는 즐거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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