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 읽기

정영식 지음|운주사 펴냄|1만 5천원
[현대불교=김주일 기자] 〈조당집〉은 당나라 시대 선의 태동과 전개과정, 선사들의 삶과 일화들을 생생히 보여주는, 세계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전해 내려온 책이다. 이 것은 〈조당집〉에 수록된 중요 문답이나 어구는 물론이고, 여타의 선종어록과 등사 등을 참고해 등장 선사들의 전기와 그들이 남긴 일화나 선어록을 덧붙이고 간략한 해설을 붙였다.

‘조사들이 당우(堂宇)서 나눈 문답을 기록한 책’이란 뜻의 〈조당집〉은 중국 오대(五代)의 952년에 정(靜)과 균(筠) 두 승려가 쓴 책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 역사서 감쪽같이 자취가 사라져버려 남아 있는 책도 없고, 읽힌 흔적도 없었다. 이처럼 역사서 잊혀진 〈조당집〉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우리나라의 해인사에서였다. 일제식민시대에 고려대장경 경판을 조사하던 중에 〈조당집〉 경판이 발견돼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조당집〉은 공개되자마자 세계 불교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1900년에 발견된 중국의 돈황문헌에 비견할 만한 중대한 사건으로 회자된다.

왜냐하면 〈조당집〉은 세계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이며, 종래 잘 알려지지 않던 당나라 시대의 선을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구 성격을 띤 〈조당집〉 해설서인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당집〉에 입전된 조사 253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었다(과거칠불과 서천 28조는 제외). 〈조당집〉에 입전된 조사들의 표제어는 통일돼 있지 않다. 주로 주석한 산명(山名)이나 당호(堂號)를 표제어로 사용하기는 하나, 때로는 시호(諡號)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운문문언(雲門文偃)의 경우는 ‘운문 화상’이라고 표기하는데 운문은 주석산명인 운문산을 가리킨다. 반면에 월산사내의 경우에는 시호를 써서 ‘월산감진 대사’라 표현한다. 그래서 본서에서는 우선 입전된 선사들이 누구인가를 밝혀냈다. 그리고 〈선학사전(禪學辭典)〉과 일본의 〈선학대사전(禪學大辭典)〉 및 중국서 간행된 〈조당집〉을 참고해 각 선사들의 간단한 전기를 작성했다.

둘째, 〈조당집〉에 나오는 중요한 선사들과 그들이 남긴 선문답에 대해서 해설을 붙였다. 그 경우 선사의 전체상을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우선 각 선사가 중국 선종사서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서술했다. 예를 들어 권1과 권2의 전반부서 다루는 과거칠불과 서천 28조에 대해서는 일일이 그 내용을 다루지 않고, 과거칠불과 서천 28조설이 선종사서 갖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 육조혜능의 경우는 혜능상(慧能像)의 변천과 그것이 갖는 역사적 의미 등 〈조당집〉에 나오는 기록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필요한 경우 〈벽암록〉 등을 인용해 설명한다.

반면에 정작 〈조당집〉에 나오는 중요한 문답이나 어구에 대한 설명이 빠졌을 수도 있다. 그것은 선문답의 의미는 다의적인 경우가 많아서 자칫하면 독단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논리적으로 이해 가능한 문답만을 해석하려 했다.

이 책은 <조당집>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에게, 또한 <조당집> 전체를 숙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해설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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