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 회장

 

세상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있다. 이런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공감을 주는 좋은 기사, 영상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 사람들의 간격, 그리고 갈등은 커져만 간다. 세상과 소통, 공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해 전달하는 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0월 17일 제24회 불교언론문화상의 불교언론인으로 선정된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 회장은 불교를 넘어 가슴 따듯한 공감의 기사와 영상으로 세상 사람들이 소통하게 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참선 수행을 통한 정론직필의 신념이 있었다. 수행을 토대로 일로매진하고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당당한 불자되길 발원
2014년 언론사불자회 회장 취임
“수행·봉사하는 언론인 문화 만들터”
2016 불교언론문화상서 언론인상 수상

무여 스님 만나고 화두 받아
새벽4시 일어나 108배·참선
급박한 일서 평정심 유지 큰 도움
후배들 참선 수행 권하는데 앞장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물질주의 사회가 고착화되고, 언론 간 경쟁도 심화되며 시청률을 위한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사를 과도하게 취재 보도하는 옐로저널리즘이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 특히 불자언론인의 마음가짐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기본적으로 언론인은 정론직필을 해야 합니다. 바른 논리에 기반해 각 사안에 바르게 파고 들어가는 따가움과 매서움이 필요하죠.
여기에 불자언론인이라면 그것을 넘어 그 이면의 인간적인 따뜻함과 같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진정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논리, 마음의 깊이 등을 다뤄야 합니다.
보통 언론은 현상을 많이 보도하는데, 기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전하고 시시비비를 가리게 됩니다. 불자언론인은 부처님의 중도사상으로 싸움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화합하게 하고, 서로 대안을 찾게하는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론사불자연합회는 2002년 10월 17일 출범 후 KBS와 MBC, SBS, 경향신문 등 4곳만 참여했지만 2014년 정 회장님 취임 이후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불교신문, 법보신문, JTBC, 불교방송 등이 신규 회원사로 가입하고 회비를 내는 회원이 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9대 회장으로도 재추대 되셨는데,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예전에는 언론사에 OB언론인 위주인 한국불교언론인회와 현직 언론인 위주의 언론사불자연합회의 두 조직이 있었습니다. 처음 서울에서는 한국불교언론인회 사무총장을 했고, 포항에서 서울로 복귀 후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을 맡으며 한국불교언론인회와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을 합치게 됐습니다.

8대 회장직을 수행할 때는 KBS의 지역 책임자로 있다가 다시 서울로 와서 활동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얼떨결에 맡게 되어 직접 방송국과 신문사를 찾아다니며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내부적인 내실보다는 외연을 늘리는데 주력했습니다. 회원 숫자를 늘리고 회원사를 늘리는 확장정책을 세웠습니다.

이번 9대 임기 동안에는 이런 외형성장에서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언론인 불자들도 타종교인들처럼 봉사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함께 봉사하는 그런 조직으로 가꿔나가고자 합니다.

제가 오랫동안 근무한 대구·경북 지역이나 부산·경남 지역은 불심이 강합니다. 모든 대중들이 불교를 많이 봐와 다양한 행사에서 전반적으로 불심이 가득찬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불자 네트워크 활동이나 불교이야기를 꺼내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서울은 현대화가 된 곳으로 불교 포교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에 상관없이 포교하는 당당한 불자가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처님 말씀하신 가르침은 인간이 살아가야 할 진리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불자회 회장을 하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불자들이 불자임을 당당히 드러내자는 것입니다.

가톨릭과 개신교인들은 크리스찬이라고 당당히 말하는데 불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나는 불자라고 당당히 말하고, 이에 맞게 소외계층을 돕는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상식 때가 되면 하나님께 감사를 하는 등 이웃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자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구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기독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오는데, 불자들은 그런 면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종교를 드러내지 않는 성향과 수행에 근간한 종교란 점이 한 원인일 겁니다. 하지만 불자들도 만약 불교 신행과정에서 느낀바가 크다면 ‘부처님 가피를 받은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해도 괜찮다고 봅니다. 불자들이 자신있게 드러냈으면 합니다.

▲예전에 방송인 김용림 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방송활동 이면에 PD 등에 특정종교로 인한 인맥이 있고, 이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지는 불자 연예인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구요. 언론사 내에서 종교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불자회를 조직하고 있지만 작품을 만들 때는 종교를 떠나야 합니다. 불교인, 기독교인을 떠나 그 작품을 만들 때는 가장 잘 취재하는 기자, 잘 만드는 PD를 뽑아야 하고, 이를 잘 표현하는 연기인 등을 섭외해야겠지요. 공적인 활동과 신행은 분리돼야 합니다. 그것이 안되면 모든 언론활동이 종교 프레임 속에 들어가 버리게 됩니다. 불자라면 불교를 넘어 인연, 연기에 의해 순리대로 일을 진행해 가야 합니다.

▲회장님은 언제부터 불교에 심취하게 되셨습니까. 언론인으로서 불교 안팎의 다양한 문제점을 보셨을 듯합니다. 이전투구의 불교 내부 사건을 다루면서 신심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회장님은 오히려 신심이 떨어지지는 않으셨습니까?

- 종갓집에서 태어났습니다. 6남매 중 위로 누님이 3명 있었는데, 아들이 귀한 집이었죠. 영천 죽림사에서 부모님이 치성을 드려 제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처님께 빌어서 태어났다고 듣고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는 이마에 빨간 점이 있었는데, 스님이 환생했다는 증거라고 듣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라면서 사찰에 간 것은 드물었습니다. 외무고시에 매진했던 대학과 대학원 시절을 비롯해 해병대 장교생활,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한동안 사찰을 찾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불교는 그저 심오한 사상과 철학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지식의 대상으로서 불교 공부를 했습니다.

KBS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10여 년이 지난 뒤 한 지인의 소개로 불교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포항방송국 근무시절 당시 오어사 주지 학나 스님을 통해 불교에 심취했습니다. 새벽예불과 108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뿐만 아니라 3개월간의 대구와 포항 통근을 통해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모두 외웠으며 〈금강경〉도 매일 3독하다보니 자연스레 외울 수준까지 근접할 만큼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처럼 불교에 점점 빠져들게 된 것은 바로 회사 내 데스크와의 관계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인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데스크와 관계설정입니다. 급박한 업무 진행 등으로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예전에는 데스크의 일방적 지시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이 힘들었어요. 서로 소통이 안 됐을 때 내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극복의 수단으로써 마음을 정화시키는 부처님이 다가왔습니다. 사색의 대상, 사고의 대상으로가 아닌 실생활에서 마음에 닿는, 피부에 닿는 부처님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2004년 축서사 무여 스님을 만나면서 간화선 수행에 빠져들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스님은 회장님께 어떤 존재이고, 느낌이었습니까?

- 2004년 8월 KBS안동방송국 방송부장으로 있었을 때였습니다. 축서사 진신사리탑 조성불사 보도자료를 갖고 온 축서사 총무 스님을 만날 때만 해도 축서사와 무여 스님에 대해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는 법회 보도자료였지만 공영방송 특성상 특정종교 일반 행사를 취재하기는 곤란하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 진신사리는 인류사적 문화유물로서 가치가 있으니 공영방송의 보도기준에도 부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기자와 함께 축서사를 찾았는데 먼저 문수산을 의지해 소백한을 멀리 내려다보는 축서사의 장엄한 풍광에 매료됐습니다. 무여 스님을 뵙고 3배를 올렸는데 함께 무릎을 꿇고 3배를 올리는 스님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스님을 보고 ‘아! 구도자구나, 수행자구나’ 싶었습니다.

이때까지의 불교는 내가 필요해서 언제든지 도와주는 부처님이었고, 구복의 차원이었는데 이 개념을 바꿔주셨습니다.

▲스님께서 어떤 가르침을 주셨는지요? 또 평소에 어떻게 수행을 하시는지요?

- 처음에 받은 화두는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이 뭣고’ 였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것에 대해 다른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법귀일, 일귀하처’ 화두를 다시 받았습니다.

화두는 제 생활입니다. 행주좌와 화두를 듭니다. 본격적인 수행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세면을 하고 108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후 샤워를 하고 다시 참선 후 출근합니다. 화두에 들면 너무 좋습니다. 일단 몸이 가뿐해집니다.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차분하게 내면을 보는 자세가 되는 것입니다. 간화선이 생활화되면 흥분할 때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특히 간화선 수행이 도움이 되셨을 듯합니다. 언론인에게 간화선 수행은 어떤지요?

- 앞서도 말했지만 언론인은 급박한 상황에서 흥분을 하면 안 됩니다. 세상 모두가 자신이 옳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 면만 있는 것이 아닌 여러 면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간화선 수행이 큰 역할을 합니다.

방송기자는 특히 생방송이 스트레스입니다. 예전에는 너무 긴장이 돼 생방송 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벌렁거렸어요.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발음도 어눌해지고 전달력도 떨어집니다. 방송 직전 마음챙김을 하고 나면 콜 사인이 들어오면 방송 때 잊어버리지만 부드러운 방송이 가능합니다. 참선의 장점은 자세를 교정하는데도 있어요. TV에 출연하는 이들의 경우 자세가 삐뚤면 안 됩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화두 들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저 한 명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불교를 접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가르침을 접했으면 합니다.

▲최근에는 방송에서 다큐 등을 통해 방송에서 종교를 다루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종교방송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 기본적으로 종교는 국민의 기본적인 윤리의식이나 정신세세계의 근간이라고 봅니다. 특정종교를 조명하는 것보다 이런 국민 정신세계의 근간을 조명하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신념을 발현할 수 있도록 종교계와 정부, 언론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언론사 불자연합회장이나 개인으로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언론사 불자연합회 회장으로서는 언론인들이 좀더 불자로서의 소양과 신심을 증장시켜서 불자라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법회나 교육을 통해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당당함 속에 사회봉사, 포교 등을 활성화 하자는 것입니다. 언불련의 경우에는 봉사활동을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KBS를 보면 가톨릭 신자들이 제일 봉사활동을 열심히 합니다.

불자들의 의식과도 연관 있는 듯 합니다. 종단 측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종정 스님 등 큰스님들이 앞장서서 봉사활동을 해주시고, 함께 언론인도 이를 알리고 앞장서서 해나가는데 동참해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사찰 인근의 많은 소외계층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중요합니다. 가톨릭의 경우 프란체스코 교황의 모습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큰스님들이 보다 앞장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로원 등에서 스님들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언론인들이 많이 조명을 해야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불교봉사단체, 교육단체에서 재능과 열정을 회향하고 활용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무여 스님에게 배운 것이 참선이기에 도심에 장소가 있다면 도심에서 간화선이나 명상을 알리는 것을 하고 싶네요.

자비와 지혜의 종교 불교, 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비실천도 함께 가야 함을 강조했다. 정 회장이 떠올리는 미래에 열린 눈과 열린 귀로 밝은 안목을 기르고 당당한 불자로서 언론인의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 회장(법명 보광, KBS보도본부 해설위원)은… 1959년 3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대구 대륜고, 경북대 독일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KBS 14기 기자 공채를 통해 언론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이후 KBS 대구총국 보도국장, 본사 시청자사업부장, 포항방송국장 등을 역임했다.
대구경북불교언론인회장과 한국불교언론인회 사무총장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언론사불자연합회와 한국불교언론인회로 나뉘어 있던 언론사 불자신행단체를 2014년 5월 언론사불자연합회로 통합해 불자언론인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 봉축기간 동안 의사당대로에 봉축탑을 최초로 세우고 봉축법회를 여는 등 언론인들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불심을 전하는 일에 앞장섰다. 현재 KBS 보도본부 문화분야 해설위원으로서 해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전통문화 보존과 활용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는데 힘쓰고 있다.


사진 : 언론사불자연합회 2016년 충주 석종사 성지순례 모습.

2016년 5월 여의도 대로서 진행된 봉축탑 점등법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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