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학술원, 이종욱 스님 新편지 8점 공개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개최한 지암 이종욱 스님의 편지 공개회에 참석한 (사진 왼쪽부터)조계사 부주지 원명 스님, 정승석 불교학술원장, 경봉스님문도회장 법산 스님, 김광식 교수 등이 지암 스님의 편지를 보고 있다.
“조선불교의 생명이 이번 사업(각황사 건립)의 여하에 달려있고, 전국 조선팔도의 사찰에 위풍을 진작하고 독촉하는 것은 통도사와 범어사 두 본산의 완납에 달려있는데, 한 본산은 완납을 하였으니 이제는 화상께서 큰 결단을 내리시길 바란다.”〈1937년 5월 5일 지암 이종욱 스님의 편지〉 中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조계사의 전신인 각황사를 건립하기 위한 생생한 과정과 근대 선지식의 원력이 담긴 편지글이 새롭게 발굴됐다.

경봉선사 유물 조사과정서 발견
이종욱·경봉 사이 오고간 편지서
각황사 건립 불사 중요성을 역설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은 10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종회분과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롭게 발견된 지암 이종욱 스님의 친필 편지 8점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지암 스님이 경봉 스님에게 보낸 편지는 〈삼소굴 일기〉에 소개된 3편을 포함해 11편으로 늘었다.

이번 편지 공개가 이뤄지기까지는 경봉 스님의 상좌인 통도사 극락암 암주 명정 스님의 역할이 컸다. 현재 극락암에는 세 가마니 분량의 경봉 스님 친필 일기를 비롯해 한암, 만공 스님 등 고승들이 남긴 편지글 수백여 점이 남아있다. 명정 스님은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전수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줬고, 현재는 전수조사는 30%가량 진행된 상황이다.

편지의 내용은 월정사 주지이면서 총본산 건설위원회 대표였던 지암 스님이 경봉 스님에게 총본산 건설 추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분담금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간은 1936년 6월 17일자부터 1938년 9월 22일자까지 약 2년이다.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총본산 건립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37년 2월 28일 총본산 건설 사업이 결정됐을 때 재원은 1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실제 투입된 액수는 19만원에 달했다. 당시 1만원이 현재 5억원으로 환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황사 건립 불사의 소요비용은 100억 원대의 대작불사였다.

새롭게 발굴관 지암 스님의 편지 중 하나. 발굴된 일련의 편지에는 총본산 건립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1938년 5월 13일 지암 스님이 경봉 스님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월정사 산림의 나무가 매각되면 월정사 분의 납입금을 완납하는 데 사용하려 했는데 매각되지 않아 그것을 못하게 됐다”면서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사에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에 새롭 발견된 편지에 대해 동국대 불교학술원 측은 조계사 창건에 대한 역사적 재인식과 경봉·지암 스님 등 근대 선지식의 면모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편지를 분석한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서간문에는 경봉 스님이 총본산 건립 과정에서 통도사 주지로서 큰 기여를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는 선승들이 현실과 종단에 무관심했다는 정서를 불식시킨다. 깨달음을 성취한 뒤에도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것을 경봉 스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황사 재건축, 조계종 창종 등 총본산 건설운동을 편지를 통해 다시 살펴봐야 한다. 현 조계사 대웅전은 선대 스님들의 노력과 헌신의 역사적 산물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일제의 식민지 불교정책의 산물이 결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지암 스님에 대한 재인식도 주문했다. 김 교수는 “3.1운동과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을 했던 지암 스님은 일부 행보로 인해 친일파로 낙인찍힌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공개되는 편지에서 그의 고뇌, 지성, 헌신 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보인다. 이 자료를 통해 이종욱의 불교관, 사판관, 종단관 등을 보완, 재인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