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덕 마을기업 도반들

▲ (주)공덕은 사회복지법인 공덕향에서 수탁 운영하는 공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든 마을 기업이다. 전통유과와 쌀조청, 무조청 등 다양한 식제품을 생산하며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된 부산 금곡동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공덕’에서 활동하는 불자들은 전통 식품 만드는 일 뿐 아니라 아파트 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과 도시락 만들기 등 봉사활동을 펼치고 수행에 임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자 중 매월 2명이 바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나온다고 한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대부분 한부모 가족, 북한이탈 주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봉사로 희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공덕 마을기업에서 활동하는 도반들이다. 10월 6일 부산 금곡동에 위치한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나눔에 앞장서는 공덕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원칙
아파트에는 외로움과 절망의 분위기가 흘렀다. 1100세대 중 독거어르신이 600세대에 달했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장애인 가정으로 이뤄져 있었다. 아파트 중간에 위치한 상가에는 벌써 술판이다. 낮부터 술을 마시고 앉은 그들에게는 무기력함이 전달됐다.

“알콜중독자입니다. 그래도 정말 많이 줄어들었어요.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싸우는 일이 대다수 인데 많이 사라진 편이죠. 여기 상가도 많이 밝아지고 정리 됐어요. 그 전에는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정리가 안 되서 찾는 이가 없었죠.”


공창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상가 2층에 위치한 ‘(주)공덕’을 향해 들어갔다. 밖에 무기력한 모습과는 달리 열심히 전통식품 유과를 만드는 손길로 분주하다. 일에 집중하는 모습에 말을 걸기도 쉽지 않다.

‘공덕’은 사회복지법인 공덕향이 운영하는 공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태동 된 마을기업이다. 매일 쌀과 엿기름으로 쌀조청을 만들어 유과와 강정, 견과류 영양바, 무조청 등을 만들어 세상에 내 놓는다.

부산 금곡동 영구임대아파트 한 가운데 위치한 ‘공덕’에서 바삐 손을 움직이던 어르신들이 일을 하다 살짝 웃는다. 바쁜 손은 내일을 위한 희망을 담았고 눈빛은 자비로 가득 차 있다.

어르신들은 웃음을 담아 기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부처님 말씀 전하는 기자냐며?” 반갑게 손을 잡아 준다.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느껴졌던 영구임대아파트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어떻게 조청을 만드냐’는 질문에 그들은 ‘원칙’을 내세웠다. 이익보다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바른 먹거리에 정직함을 더한다는 묵직한 원칙은 2013년 창립 때부터 지금 까지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엿기름을 40% 정도를 넣어요. 그 수치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죠. 전혀 설탕도 안 넣고 제작하니 사실 기업적 이익으론 크게 기대할 수가 없어요. 40%에서 조금만 줄이자면 사실 보살님들이 펄펄 뛰어요”라고 박신자 공창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이 설명을 이어갔다.

“방부제도 일체 넣지 않아 관리도 쉽지 않아요. 이 원칙은 이사장이신 명현 스님과 이곳에 문을 열 때 함께 시작하신 분들의 원칙에서 나온 것입니다. 일하시는 이분들이 더 힘드실 텐데 그 고집을 꺽을 수가 없어요.”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일반 시중에 나와 있는 조청에 들어간 엿기름의 양이 타사에 5% 혹은 많음 10%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원칙을 고수하고 정성을 다하기에 성장도 느렸다.

“처음에는 만들어 수좌 스님들과 여러 사찰에 공양을 많이 올렸어요. 그 때는 이익 창출 보다는 이곳에 일자리를 만들고 좀 더 활기차게 활동하도록 돕는 것이 주목적 이었어요. 당시 공창복지관에 쌀도 많고 급식 후 밥도 있어서 이것을 사용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구요. 그 때 봉사자로 활동하시던 이분들이 적극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어요.”

박신자 관장은 시작 당시 취지를 설명하며 희망을 위한 마을기업이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어릴 적 경험들은 있으셨지만 이것을 정확한 수치로 계산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야 했어요. 전문교육 까지 따로 받고 오셔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완전 전문가이십니다.”

현재 ‘공덕’에서 만든 제품들은 롯데 동부산점을 비롯해 하나로마트, 하회마을 등 유통업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입소문이 나 수요가 늘어 매년마다 명절에는 300여명의 일손이 붙어 작업을 거들어야 할 정도다.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되기에 밤잠을 줄여야 하지만 작업을 위해 수고하는 분들은 원칙을 놓지 않는다.

책임을 맡고 있는 하성례(69) 불자는 “명절에는 쌀 20kg 50개를 사용해요 1000kg을 사용하니 엄청난 양이죠. 고아서 강정과 유과에 바르고 하루 종일 튀기고 바르는 일을 반복해요. 일이 고 되서 쉬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하루를 마무리 할 때 떳떳하고 싶어요. 매일 밤 스스로 부처님 앞에서 자신을 점검하고 돌이켜 볼 때 바르게 살았는지 부끄럽지 않는 모습이고 싶은거죠. 그 원칙은 오늘도 내일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세상을 바꾸는 힘은 작은 원칙이라고 해도 정직하게 지키는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담금질하는 조청, 세상 밝게
조청을 만드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았다. 찐득해진 엿기름을 뜨거운 불 위에서 큰 주걱으로 젓는 건 힘이 넘치는 청년들이 붙어 해도 어깨가 떨어 질 듯 아플 듯 하다.

힘들지 않냐 질문에 하성례(69) 불자는 “일을 하지만 일이 아니죠. 일과 수행이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구분하나요? 힘이 든다고 수행을 안 할 껀가요? 절을 할 때 올라올 때 숨을 마시고 내려갈 때 숨을 내시듯 일이란 당연한 거죠. 단지 육체적으론 힘이 들지는 모르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할 뿐이죠. 저희에겐 수행이 됩니다”라고 답했다.

장재필(79) 불자도 힘들기 보단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제가 나이가 좀 많아요. 이곳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허리 디스크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져서 인지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아픈 곳도 사라졌어요. 시간도 잘 가고 하루하루 힘이 넘칩니다.”

‘공덕’은 단순한 마을 기업을 넘어 사랑방이 되고 있었다. 부산 금곡동에는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 된 곳으로 유명하다. 공창종합사회복지관이 위치한 곳에는 1100세대 가운데 독거노인이 600명 그리고 장애인과 기초 수급자가 현재 거주 하고 있다. 그곳의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폐지를 줍고 미용실에서 머리에 감는 종이를 펴며 일당으로 2000원, 3000원 등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공덕’을 들려 일을 돕고 행복해한다.

“사랑방이 되는 거죠. 그냥 와서 도와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며 함께 웃고 즐거워합니다. 이런 공간이 이 아파트 가운데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된다는 어르신들이 있을 정도예요.”

박신자 관장은 경제적인 관점으로 그곳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했다. 희망을 주는 거점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공덕’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불심으로 모여 봉사로
‘공덕’에서 활동하는 어르신들은 모두 불자로 지금 이사장인 명현 스님과 초대 이사장 심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이곳을 찾았다.

특히 하성례 불자는 ‘공덕’ 뿐 아니라 1994년 12월 공창사회종합복지관이 문을 열 때부터 함께 활동했다.
“처음에 부산 부전동에 있는 불지사 포교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당시 주지 스님이 지금 홍법사의 심산 스님이셨는데 개관을 하신다는 소식과 함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발을 들였죠.”


처음 개관할 때부터 하성례 불자는 공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매일 300여명의 독거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을 도왔다. 공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부설 지혜어린이 집에 이어 무료급식 까지 소외 받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22년간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매일 복지관에서 일과를 시작하기 전 직원을 불러 예불을 집전한다. 간단히 삼귀의와 반야심경으로 문을 연 하루는 직원들의 마음을 새롭게 하고 보람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박선희 공창종합사회복지관 부장은 “하루에 한번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고 제가 하는 일이 어떤 보람이 있는지 되새기는 것은 큰 힘이 된다. 희망이 없고 암울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 보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 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목탁을 들고 조례를 하는 모습을 뵈면 정말 감사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신자 관장은 “아침 조회를 예불로 드린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며 영구임대아파트에 계신 어르신들과 식구들이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업무 때문에 하루 빠지면 제 스스로 자세가 달라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여기 보살님들은 예불에 빠짐이 없으시죠. 이분들은 봉사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저희에게는 언제나 스승처럼 느껴진다”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수행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밑받침이 된다는 것이다.

하성례 불자는 매일 새벽 늦어도 3시에는 일어난다고 했다. 일이 고되어 고단한 하루에도 변함이 없다. 혼자 수행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복지관에 나온다. 하루 일과를 그 누구보다 일찍 시작하고 밤 늦게 까지 사무실에 불을 켜두고 일을 마무리한다.

“처음 이곳에 오기 전에는 출가를 하려 했어요. 하지만 이곳에 온 후 승속이 따로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일에 매진하고 집중했습니다. 힘들다 고되다 그런 생각 조차도 별로 들지 않았죠. 그냥 할 뿐입니다.”

하성례 불자의 3천배 수행은 이미 복지관 내에서 유명하다. 3천배를 범어사 대웅전과 백련암 등에서 하루 만에 마치고 돌아와 다시 일에 매진했던 것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복지관 직원이 “하성례 보살님이 안 계시면 안 될 정도다”고 한마디 더 거든다.
양념통이 어디 있는지 숟가락통 위치까지 그리고 다음 날 반찬 까지 소소한 것도 다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양사 전문 요리사가 있지만 오래 봉사 활동한 하성례 보살의 진두지휘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순남(74) 불자도 지금 이사장이신 명현 스님과의 인연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명현 스님께서 주석하시는 양산 천성산 가사암에서 공부를 했어요. 스님께서 어느 날 복지관에 조리사가 있지만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시더군요. 매일 독거 어르신 300분이 와서 식사를 하신다는데 당연히 일손이 부족할 꺼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 할 것도 없이 이곳에 와서 일을 돕고 있죠.”

매일 300명의 무료급식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이상이다. 도시락도 준비해야기 때문이다. 도시락 배달을 아파트 곳곳에 다니며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분들은 함께 한다.

하순남 불자는 설명을 이어가며 함박웃음 지었다. 왜냐면 즐겁기 때문이라고 다시 웃는다.

“이 나이에 보람된 일을 한다는 것은 저 자신을 가치 있게 합니다. 어려운 분들이 계신 곳에서 함께 머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게 기쁘지 않다면 그게 불자이겠습니까?”라며 웃음 가득한 얼굴로 다시 반문했다.

사회복지법인 공덕향은 공창사회종합복지관을 운영 수탁하고 있다. 법인 공덕향은 ‘자비와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 공덕이 내리는 마을, 곧 복지사회를 만들고자 설립되었다’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보살님들에게 이 취지를 알고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알지요”라며 짧게 답한다. 그래서 “이렇게 살죠”라고 답하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직 인터뷰가 안 끝났다고 붙들자 “미안하다. 복지관에 열무김치를 담아야 해서”라며 급히 자를 뜬다. 유과만드는 일이 마치자 마자 그들은 다시 복지관 부엌으로 향했다.

“공덕은 실천하는 것! 그것이 답입니다. 그 말 외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어요”라며 손을 흔드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실천을 통한 공덕의 아름다움이 온 세상에 가득하길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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