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부계혈통주의 거부… 고등법원에 항소
생부 무슬림이란 이유로
이슬람 율법 적용 받아
종교·혼인 자유 등 박탈
“생모 따라 평생 불자로 살아”
권리 찾기 위해 법정 소송
[현대불교=박아름 기자] 얼굴도 모르는 생부의 종교가 이슬람이란 이유로 무슬림이길 강요받은 여성이 불자로 살 권리를 찾아 나섰다.
말레이시아 언론 ‘malaymail online’은 10월 11일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에 사는 로즐리자 이브라힘(Rosliza Ibrahim·35)은 평생 불자로 살아왔지만 생부가 무슬림이란 이유로 자신에게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려는 무슬림공동체에 반대, 최고법정에 항소심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로즐리자 이브라힘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현재 민주적 관습법과 이슬람 실체법을 동시에 적용받는 부당한 경우에 처했다”며 “사생아로 자라 생부는 나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없다. 키워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불자로 살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로즐리자의 본거지인 셀랑고르주 당국은 그를 무슬림으로 등록하고 샤리아법(Shariah law; 이슬람 성법)을 적용받게 조치했다. 로즐리자가 사생아지만 무슬림 생부를 뒀단 것이 유일한 근거였다.
이에 로즐리자는 지난 3월 셀랑고르주 고등법원과 연방직할구종교당국에 생부와 생모는 정식으로 결혼한 적도 없으며, 생모가 이슬람으로 개종한 적도 없단 사실을 증명하는 법정문서를 제출했다. 생모도 생부와 결혼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더욱이 생부의 거처도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부부가 말레이시아 내 다른 도시 혹은 외국서 무슬림 결혼식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로즐리자의 변호사 애쉬튼 파이바(Aston Paiva)는 ‘malaymail online’과 인터뷰서 “재판 내내 판사들은 증거제출 요구는 물론 증언 채택도 하지 않았다. 당국은 불자 생모에게서 태어난 사생아에 이슬람 율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러하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쉬튼 변호사에 따르면 이슬람 샤리아법선 로즐리자가 헌법상 보장받을 수 있는 종교의 자유와 합법적 재산 양도권이 무시될 뿐 아니라, 혼인의 자유도 박탈된다. 태생적으로 무슬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슬람 율법원에도 가지 못하는 처지다.
애쉬튼 변호사는 “이러한 이유들만으로도 로즐리자가 이슬람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에게 무슬림으로 살라는 것은 이슬람 율법원의 억지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로즐리자는 항소심을 통해 고등법원에 제출한 증거 채택 및 신분증서서 종교를 불교로 기재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애쉬튼 변호사는 “말레이시아 법원이 이번 사건에 단호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이슬람의 대(對)불자 억지력에 동조한단 뜻과 다르지 않다. 이는 헌법으로 보호받는 민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말레이시아선 일방적·강제적 이슬람 개종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다툭 세리 하밀 키르 바하롬 이슬람 위원회 대표는 지난 5월 “종교가 혈통 계승되는 것은 내각 관료들이 합법성을 인정하는 만큼 연방헌법에 따른 합법적 조항”이라 해명한 바 있다.
한편 2010년 말레이시아 인구조사에 따르면 이슬람 신자가 61.3%로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두 번째로 불교도가 19.3%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