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화염산에서의 일화에 대한 소고

손오공 일행이 마주친 뜨거운 화염산! 그런데 이것이 손오공이 저지른 업보였다네요. 천상세계를 한바탕 소란케 할 때 손오공이 태상노군의 단로를 둘러엎었던 일이 있었지요. 그 때 불기 머금은 벽돌 조각 하나가 하계로 떨어진 것이 바로 화염산이라구요. 올바른 수행에 들기 전에, 바른 길로 들어서기 전의 삿된 길에서 저질렀던 일의 업보가 이제 큰 장애로 등장하는 군요. 업이라는 것은 털끝만큼도 속일 수가 없는 것이러니……. 그러나 업보를 받는 태도에 따라 그 업보가 나쁜 업으로 증폭이 되느냐 아니면 선업으로 전환을 하느냐가 정해지겠지요? 지금 손오공이 마주한 난관도 적당히 피해가려고 하면 또 다시 삿된 길로 접어들 위험성이 있지요. 정면승부! 올바른 길로의 물러서지 않는 꿋꿋한 정진만이 답입니다. 서유기는 분명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여러 계책을 써도 자꾸 실패하여 화염산 불을 끄기가 어려워졌을 때 저팔계가 힘이 빠지고 짜증이 나서 말하지요. “그냥 돌아서 갑시다. 딴 길로 돌아서 가자구요!” 그 때 토지신이 나서서 말하지요.

편법없는 정도 수행 강조
8가지 풍파 이겨냄 상징
수행 공덕 인한 ‘조화 회복’ 의미

“딴 길로 돌아가면 바로 이단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행하는 이가 취할 길이 아니지요. 옛말에도 ‘샛길로 다니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의 사부는 올바른 길(正路)에서 여러분이 난관을 돌파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올바른 길을 가는데 편법을 취하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힘들더라도 정면으로 난관을 돌파할 때 힘이 생기고, 그 힘이 다시 앞길을 걸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한번 꾀를 내어 편법을 찾게 되면 그것이 다시 업이 됩니다. 그래서 자꾸 샛길 찾는 업이 생기고 차츰 올바른 길에서 멀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정로에 들지 못하고 삿된 길에 머물 때 지었던 업이 장애가 되면 더더욱 그 업을 바르게 해결해야 됩니다. 삿된 길의 업을 다시 삿된 방법으로 해결하면 어찌 되겠습니까? 삿됨이 더욱 증폭되겠지요.

아무튼 지금 손오공이 마주친 난관은 불의 난관입니다. 지리적 험난함을 바탕으로 설정한 난관이지만, 그런 요소를 제외하고도 이 불의 난관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네요. 도교 수행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수행의 중요한 요건이 바로 물기운과 불기운을 제대로 다스리는 곳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화염산은 불기운과 물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장애를 겪는 것을 상징하고 있지요. 그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물기운을 북돋아야 하는데 바로 그 물기운을 북돋는 도구가 나찰녀의 파초선이지요. 이단의 수행, 삿된 수행을 할 때의 업이 불기운을 기승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그 난관을 돌파하는 길이 바로 그 삿된 길에서 사귀었던 우마왕과 그 아내 나찰녀에 있다는 것도 상당히 상징적이군요. 한쪽에 치우쳤던 삿된 수행을 바로잡는 길이 바로 삿된 길에 있네요. 한쪽에 치우쳐 있었으니, 다른 치우친 쪽을 보강하는 방식인가요? 아무튼 이 물기운을 돋우는 파초선을 얻는 길이 그리 만만치가 않아서 문제로군요.

그렇게 어려운 도교 수행의 이론을 빌릴 것 없이, 일반적으로 선 수행을 하거나 단학 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쉽게 일어나는 장애를 예로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불교에서 선수행하는 과정에 흔히 겪는 장애가 뭔지 아시죠? 상기병이라는 것입니다. 화두를 든다든가 하는 수행을 할 때 지나치게 억지로 용을 쓰면 열기가 머리로 치밀어 오르지요. 이것이 바로 상기인데, 이 증세가 심해지면 정말 무서운 결과가 옵니다.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하는……. 정말 그런 분을 봤거든요. 그게 바로 불기운이 머리로 치민 것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몸을 물과 불로 설명하자면 보통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물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머리는 물기운이 자리하여 맑고 시원해야 하고, 배는 불기운이 자리 잡아 따뜻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반대로 되면 큰 난리지요. 머리는 뜨끈뜨끈하고 배는 차디차고. 그래서 머리는 뜨끈뜨끈, 어지럽고 아프고, 배는 싸늘하여 설사를 찍찍 해대고. 사람이 살 수가 없습니다. 이게 쉽게 말하면 물기운과 불기운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여 겪는 가장 기본적인 수행상의 장애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급한 마음에 서두르고 너무 무리해서 용을 쓰기 때문입니다. 차분하게 한걸음 한걸음 나가려는 자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정도가 아닌 수행에서는 빠른 효과가 나는 수행방법을 흔히 택하는데, 어떤 술수를 배워 쉽게 힘을 쓰고자 할 때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진리를 추구하는, 완전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에 이런 방식이 사용되면 오히려 큰 장애를 불러일으키지요.

손오공이 술법을 배우고, 여러 요괴들과 사귀던 당시에는 아마도 술수, 술법을 중심으로 했을 것이고, 그러한 수행법이 통할 수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아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하는 노래가 생각나는, 지고의 목적을 향해 묵묵히 나가야 하는 길이지요. 그러한 길에 속성을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큰 장애입니다. 그 속성을 바라는 마음으로 급하게 용을 쓰면 기운이 몰리고, 그것이 불기운이 되어 위로 쏠리는 것이지요. 불기운이 위로 치밀면 자연 물기운은 아래로 쏠리구요.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아니라 화승수강(火昇水降)이 되는 것이네요. 이게 바로 수행 과정에서 가장 흔하고도 쉽게 걸리는 장애입니다. 그리고 수행의 끝까지도 조심해야 할 장애이지요. 지금 현장법사 일행이 만난 화염산의 불도 아마 그런 물과 불의 조화가 깨져서 불기운이 앞길을 막아서는 이런 장애를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물기운과 불기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지금 이 드센 불기운을 잠재울 필요가 있는데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나찰녀가 가진 파초선입니다. 바람기운을 통해 물기운을 돋우는 신묘한 보배지요. 그런데 참으로 악연인지 이 파초선의 주인 나찰녀는 손오공이 요괴놀음시절 의형으로 삼았던 우마왕의 아내요, 앞에서 손오공을 꽤 괴롭히다 결국 보살가문으로 들어가 선재동자가 된 홍해아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요괴 문중에 몸을 두고 있는 나찰녀나 우마왕은 손오공이 곱게 보일 리가 없어요. 잘 지내는 내 아들 별로 생기는 것은 없고 고생스럽기만 한 것 같은 보살문중으로 빼앗기게 만든 고약한 놈이 바로 손오공이거든요. 모든 존재는 언제나 자기 입장에서 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우선은 나찰녀와, 다음으론 우마왕과 한판의 드잡이질이 있을 수밖에요.

그런데 물기운을 일으키는 파초선의 첫 번째 무시무시한 힘은 바로 바람을 일으키는 데 있어요. 바람기운을 먼저 일으키고, 그것을 통해 물기운을 일으키는 것이거든요. 그 바람이 어찌나 대단한지 손오공이 한번에 5만 리를 날아가 버리지요. 다행이 날아가 떨어진 곳이 바로 전에 도움 받았던 영길보살의 거처였고, 마침 영길보살이 부처님에게서 받았던 보배로운 약이 있었네요, 정풍단(定風丹), 즉 바람을 저항하는 단약이지요. 이 단약 덕분에 파초선 바람을 저항하고, 꾀를 써서 나찰녀 뱃속으로 들어가서 한바탕 난리를 치고…. 그래서 일단 파초선을 갈취하지요.

그런데 이 바람이라는 것, 이 대목에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수행을 해 나갈 때 참으로 어려운 관문이 또 하나가 있어요. 팔풍(八風), 즉 여덟 가지 바람의 관문이죠. 팔풍이 뭐냐구요? 이쇠(利衰), 훼예(毁譽), 칭기(稱譏), 고락(苦樂)의 8가지 바람입니다.

간단히 설명해 보지요. 이익과 손해, 명예를 얻음과 손상당함, 남의 칭찬과 비난, 괴로움과 즐거움이 바로 여덟 바람이고, 이 여덟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로 모든 수행의 기초요 참된 공덕이라는 것입니다. 이 여덟 가지의 바람에 날리게 되면 시비판단이 흐려지고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날뛰게 되는 것입니다.
손오공이 바람에 날려갔다? 이 바람은 무슨 바람인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여덟 가지 바람의 갈래가 아닐까요? 이 여덟 가지의 바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데, 아직 손오공은 그 바람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도 보통 사람이면 8만 리 이상을 날아가는데 5만 리에 그친 것은 그 동안 수행한 공덕이 있어서라고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팔풍에 흔들리지 않는 힘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정풍단입니다. 부처님이 하사하신 정풍단, 바로 부처님의 지혜로 삿된 바람을 이겨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아도 틀지지 않을 것이라는, 삼쾌선생의 자신 있는…. 애고 아닙니다. 조심스런 생각입니다. 하하.

정풍단을 먹어 팔풍부동, 즉 팔풍에 흔들리지 않는 힘을 지니게 된 손오공이 벌레로 변해 나찰녀 뱃속으로 들어가 난리를 피워서 결국 파초선을 얻어냈지요? 그런데 그 파초선이 가짜 파초선이었지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부쳐댔다가 오히려 불길이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에 털만 홀랑 태워먹은 손오공…. 결국 의형이었던 우마왕을 찾아갑니다. 우마왕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앞의 요약 글에서 말씀 드렸지요? 나찰녀 버리고 새장가 들어서 알콩달콩, 새 요괴 마누라 옥면공주와 재미있게 살고 있지요. 손오공이 우마왕 찾아 간데는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상황을 이용하여 파초선을 빌릴 궁리가 이미 서 있었던 것이지요. 나찰녀는 우마왕이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갔지만, 우마왕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단 말씀이지요. 그럴 때 우마왕을 잘 설득하여 나찰녀한테 데려다 주면 나찰녀가 얼마나 고마워하겠어요? 그래서 우마왕을 어떻게든 달래보려는 그런 마음으로 간 겁니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 갔는데, 일이 꼬이느라 그랬던지 우마왕이 새살림 차리고 있다는 적뇌산(積雷山) 마운동(摩雲洞)에 도착해서 우연히도 문제의 옥면공주를 만나버립니다. 그 옥면공주 ― 나중에 알고보니 줄머리 사향 살쾡이란 이상한 이름을 지닌 짐승의 요정이었지요 ― 는 참으로 미인이었어요. 서유기에 나오는 그 형용을 한번 옮겨 볼까요?

나라를 망칠만 한 아리따운 여인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네.
외모는 왕소군(王昭君) 같고
얼굴은 초나라 여인
말할 줄 아는 꽃이런가?
옥돌이 향기를 토하는 듯
굳이 무산(巫山)의 운우(雲雨)를 말할 필요가 있을까?
탁문군(卓文君)보다 설도(薛濤)보다 아름답구나.

여기 미인을 찬탄하는 대목, 이 대목에 미인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 또 대표적인 미인들이 많이 등장하는군요. 경국지색(傾國之色), 왕소군, 무산신녀(巫山神女), 탁문군, 설도……. 그동안 여러 가지로 딱딱한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좀 쉬어도 갈겸, 미인에 대한 삼쾌선생의 해박한 지식도 좀 펼쳐볼 겸, 잠시 미인 이야기 좀 해볼까 하네요. 오호? 오랫동안 조용하시던 나칠계님이 눈을 반짝이시네요?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잠깐 미인이야기하고 나면 또 나칠계님 졸리는 이야기 나올 테니까요. 하하, 그래도 좋다구요? 나칠계님 좋아하시니 저도 기분 좋군요. 다음 시간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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