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변곡점, 다불교&탈종교 ① 한국불교, 준비가 필요하다

 

[현대불교=신성민 기자] ‘멜팅폿(Melting Pot).’ 현재 한국불교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다. 흔히 ‘멜팅폿’은 인종과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동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 한국불교에 적용시키면 ‘세계불교·수행의 용광로’로 표현될 수 있겠다.

각국 불교 백화점된 한국불교
초기불교에 높은 관심 가져와
권위·중심 해체된 다불교 상황

 

탈종교화, 한국사회 명백한 현상
종교, 사생활의 영역으로 추락해
명상 대중·산업화 明暗 분석해야

현재 한국불교는 ‘다불교’라는 큰 조류를 맞이하고 있다. ‘다불교’는 다문화와 세계화를 통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에는 미얀마·태국·스리랑카·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불교를 포함해 일본과 대만, 서구화된 불교까지 다양한 국가의 불교가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해외불교의 한국 진출은 1990년대 시작된 동남아 불교국가 노동자들의 이주현상과 증가, 2000년대 위빠사나를 중심으로 한 테라와다 불교의 전파와 과학화된 서구불교의 역수입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이뤄졌다.

‘다불교’라는 현상적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다. 그는 다불교의 특징을 한국의 전통불교가 더 이상  중심에 있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조성택 교수는 “다문화라는 말의 핵심은 ‘한국문화를 중심에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불교에서는 대승불교, 간화선이라는 중심이 존재했는데 이제 그 중심이 해체된 상황을 ‘다불교’라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다불교 현상은 역사적 유례가 없는 사례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다불교를 다문화의 확장판으로 보고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윤승용 이사는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불교만으로는 현대 불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다수 수용하기 힘들다”면서 “한국불교가 조금 더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신도 중심의 불교가 돼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다불교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불교 현상의 대표 사례는 광풍에 가까운 초기불교에 대한 열기이다. 2000년대 이후 초기경전 번역과 함께 위빠사나 등 초기불교 수행법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이라고 자신했던 간화선은 적지 않은 도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2013년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발간한 <대국민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불자 중 4%만이 “간화선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대로 사회적으로는 웰빙·힐링 열풍과 더불어 명상 대중화와 산업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양에 전파된 불교가 마음 수행 등으로 변화돼 오히려 역수입되고 있다. 실제, 존 카밧진에 의해 체계화된 MBSR 등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과 접목되면서 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여기에 기, 마음수련 등 유사불교 형태의 마음 수련들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은 9월 3일 조계종 포교연구실과 불광연구원 주최로 열린 ‘탈종교화 시대, 종교의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주제의 학술연찬회서 탈종교화와 다불교 현상을 연계시켜 비판했다.

명법 스님은 “명상의 대중화는 종교의 사사화(私事化·개인의 사사로운 영역이 되는 것)와 함께 발생한 근대적 현상”이라며 “명상은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소비문화의 하나로서, 명상의 유행과 더불어 오히려 탈종교화와 종교의 사사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상업주의와의 결탁은 더 긴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불교 상황은 다종교 상황과 마찬가지로 제도권 불교를 약화시키고 종교를 사생활 또는 취미생활로 여기게 했다”면서 “이제 한국불교는 종교 시장에서 타종교뿐만 아니라 경쟁하는 다른 불교전통과 함께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상품이 된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다불교와 탈종교 현상이 공통적으로 갖는 현상은 바로 ‘탈제도화’다. 이는 기성 종교·종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다불교는 중심 권위의 해체로 기성 전통 종단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며, 탈종교 현상은 세속화와 탈제도종교화로 세분돼 나타난다.

 

 

 

 

▲ 태국 방콕의 한 불교사원의 수많은 불상들. 다불교시대를 맞은 한국불교도 다양한 불교를 만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5년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따르면 ‘종교 단체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종교적 믿음을 실천하면 된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을 나타낸 사람은 83%에 달했다. 불자의 경우 85%가 가톨릭인은 84%가 개신교인은 73%가 종교 단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신행 생활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탈제도화 현상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조계종 포교연구실의 ‘탈종교화’ 주제 연찬회에 참석한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탈종교화 시대에 세속적 제도들이 종교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종교의 전문영역이었던 분야에 기업들이 나서서 힐링의 산업화를 활발히 도모하고 있고, 영성을 마케팅의 주요 범주로 활용하고 있다. 대중스타에 대한 팬덤은 청소년의 유사종교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1000억원을 투입해 2017년 개원을 목표로 영덕연수원을 건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1만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덕연수원에서 명상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국산업, 동화그룹 등도 명상센터 형식의 연수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선도, 단월드, 마음수련원 등 유사 종교 수련단체들이 전국 조직을 넘어 세계로 진출해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자체 수련법를 개발하고 지도자를 양성하고 대규모 명상센터를 세우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혜란 가톨릭대 외래교수는 ‘신자유주의와 종교 상품화’ 제하의 논문에서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이전에는 상당 부분 제외됐던 종교 영역을 소비문화로 흡수하면서 상품화의 길을 걷고 있다”며 “현 시대에서 종교문화는 일종의 ‘주인 없는 자원’으로 쉬운 상품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통 불교는 이 같은 변화 현상들에 대해 수용할 것인지,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가 남는다. 하지만, 한국불교는 아직 현상 인식과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명법 스님은 “한국불교는 아직까지 다문화, 다종교, 다불교 상황을 수용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상대주의를 허용할 만큼 권위주의도 청산하지 못했다”면서 “불교를 현재적 경험 속에서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 속에서 이해하고 다시 현재 한국 상황과 접합시키는 시도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용 이사는 “선종이라는 큰 줄기의 전통을 제외하고 나면, 한국불교는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다”면서 “현재의 규격화된 불교로는 현대인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 전통을 중심으로 수용과 보완 작업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국불교가 바로 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명예교수는 “다불교 현상은 불교 전통간의 상호 교류와 불교의 국제화 운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통해 불교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불교의 우월성과 정체성만 내세우기보다 서로 배우며 성장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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