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변곡점, 다불교&탈종교④전문가 제언- 무엇을 할 것인가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한국불교에서 ‘다불교(多佛敎)’는 내재된 현상이다. 여기에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탈종교 현상은 명상 대중화·종교 사사화(私事化·개인의 사사로운 영역이 되는 것)와 함께 다각적으로 한국불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불교와 탈종교 현상에서 한국불교의 변화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불교 현상이 가져온 것들
다불교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성 제도권 불교에 대한 실망감을 들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종단에서 경전 해석이나 불교사에 대한 권위있는 해석이 존재하지 않고 학자들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학자들의 교리·역사 해석은 그들이 하는 일이다. 조계종단은 끊임없이 종단만의 해석적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학문적 해석과 종교적 권위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불교는 세계불교사에서 한국과 서구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며 “다불교 현상은 한국불교 특유의 개방성, 포용성이 강점처럼 보이지만, 자기 해석을 갖추지 못하면 문제가 크다. 현재 한국불교는 다불교 현상에 대해 어떤 논의없이 방치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의 지적은 조금 더 신랄하다. 스님은 다불교와 함께 이뤄지고 있는 종교의 사사화, 세속화 현상 등이 불교를 시대 언어로 전하지 못하는 무능에서 온다고 비판했다.

명법 스님은 “전통 종단인 조계종이 현대사회의 요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용어 자체가 매우 어렵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 초기불교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높은 이유는 초기 경전이 쉬운 우리말로 번역이 됐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가 되니 ‘그 수행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다불교를 다문화의 확장판으로 보고 세계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윤승용 이사는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불교만으로는 현대 불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다수 수용하기 힘들다”면서 “한국불교가 조금 더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신도 중심의 불교가 돼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다불교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과 명예교수 역시 “다불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김용표 교수는 “다불교는 이 시대의 다양한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다원적 가치를 존중하는 지구촌 시대가 가지는 긍정적 요소”라며 “불교 전통별로 불타관, 경전관, 교리, 윤리와 계율, 신앙과 수행 체계 등에 상이한 점이 많다. 이웃 전통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화를 통해 사이비 불교를 가려내고 참된 불교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종교가 가져온 것들
탈종교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별로 다층적인 분석들을 내놨다. 명법 스님은 “탈종교 현상은 종단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방식의 근대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해 전통을 현대사회서 살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탈종교화와 함께 나타나는 종교의 사사화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특히 명상 대중화와 함께 나타나는 마음 수행법의 난립은 종교의 세속화를 가속시킨다고 봤다.

명법 스님은 “명상 인구가 많아진 것은 긍정적 현상이지만 쉬운 것을 강조하다보니 당장의 효과만 바라게 된다. 결국 근원적 변화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면서 “예전엔 종교가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사생활의 일부로 취급한다. 자본주의적 경제가 만연해 대중들은 종교도 자신에게 득이 돼야 믿고, 당장 얻는 것 외엔 관심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용표 교수 역시 탈종교화에 대해 ‘종교의 세속화’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김용표 교수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명상과 웰빙 문화는 내면적 탐구보다는 피상적인 상품화의 단계로 발전해가고 있다”면서 “자본주의적 상업문화와 대중문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전통 종교는 점점 그 영향력이 감소되고 기존 종교가 주던 여러 기능을 대신해주는 이른바 ‘대체종교’의 물결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택 교수는 불교에서 비롯된 다양한 명상 수행들이 가지는 근본 목적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로베르토 M. 웅거 하버드대 교수의 ‘인간실존의 음혹한 진실을 끝까지 직시하기보다 일종의 안심용 형이상학(feel-good-metaphysics)을 통한 위로를 제공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명상 수행 대중화가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자세를 약화시키는 것은 문제다. 수행의 목표는 내 행복을 넘어 모든 존재는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불교,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심화되고 있는 다불교와 탈종교 현상에 대해 한국불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윤승용 이사는 두 현상이 심화될 경우 기성 한국불교 종단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불교와 탈종교 현상에 대해 기성 종교와 종단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다불교 중 명상단체가 많은 것은 시대적 조류이며, 이들 중에는 고전적 도덕이나 윤리도 무시하고 종교 중심 권력과 제도 해제를 주장하는 곳도 많다. 이들은 명상을 상품화하고 상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근본을 튼튼히 하고 개방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한국불교는 자신의 전통을 중심으로 보완하고 개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용표 교수는 한국불교가 시대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법론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김용표 교수는 “부처님이 <깔라마>에서 설하신 바와 같이 ‘탐진치를 소멸해주고 사무량심을 증장시키는 종교’는 받아들이고, ‘사이비는 아니지만 불만족스러운 종교’도 잘 선별하여 이를 교화시켜나가는 방편적 지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장점을 발견하고 대중화시키는 일이 선행돼야 하며, 해외 종교문명의 새로운 흐름를 민첩하게 파악하고, 시대에 적합한 전법 방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명법 스님은 현재 내재된 두 현상들이 한국불교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며 “불교가 가진 공동체 정신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한국불교는 물려받은 전통유산과 불교공동체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부처님 정신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구현할까를 고민하고 실천한다면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택 교수는 다불교를 넘어 한국불교가 ‘미래불교’로 나아갈 것을 제언했다. 조성택 교수의 ‘미래불교’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마땅히 도래했어야 하는 형태의 불교를 의미한다. 그는 “현재는 다불교로 가는 이행기다. 조계종이 자기해석적 권위를 회복하고 다불교 현상을 포용해야 한다”면서 “한국불교의 미래모습이란 일종의 새로운 변화인 후천개벽을 감당할 수 있고, 후천개벽을 불러올 수 있는 종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미래불교는 일종의 선지자적 종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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