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 아래 작은 통일〈3〉 대안과 해법은?

▲ 지난 8월 27일 진행된 서울 불광사 탈북민 법회서 상불사 동효 스님이 명상 실습을 교육하고 있다.

가정체험, ‘관심·협동이 과제

가정체험은 정착지원사무소서 교육 중인 탈북민들이 1달에 1회 일반 가정집서 1박을 지내며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정체험 봉사자 모집 어려워

거점사찰 늘리고 조직화 하면
탈북민 유대감 형성 뿐 아닌
지역 네트워크 구성 효과 기대
포교원 전법도량 육성할 것

정서 지원 외 생계도 보장돼야
교육·취업 알선이 한 방법

 

1회 실시할 때마다 약 100명 탈북민이 참여하는 가정체험서 체험가정 섭외는 종교계가 맡는다. 불교계는 홍성란 정착지원사무소 상임포교사에 의해 이뤄진다. 홍 포교사가 사찰을 섭외하면 사찰서 체험가정을 모집하는 구조다.

가정체험은 탈북민이 일반인과 통하는 첫 경로로, 탈북민은 한국 정서를 습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험가정도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탈북민들이 정착지원사무소를 나온 후에도 체험가정과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자들과 탈북민이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단 점이 높이 평가된다.

실제로 청주 용화사의 한 남성 신도는 가정체험했던 탈북민을 수양딸로 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가정체험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지만, 탈북민과 하루를 지낸 후 부처님이 주신 인연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 포교사는 가정체험은 어떤 봉사자든 종교색을 배제하고, 오직 한국 일반가정 문화를 체험하는 게 목적이다. 포교란 생각보단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우선이라며 그 후에 자연스럽게 종교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계가 가정체험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선 사찰 및 불자들의 관심이 핵심 과제다. 현재까지 청주 용화사·천안 각원사·서울 불광사·인천 보림사·여주 신륵사·인천불교회관·안양 한마음선원 본원 등 사찰이 참여했지만, 그때마다 봉사자들을 모집하기 쉽지 않았다.

홍 포교사는 가정체험 장소를 섭외하는 게 매우 어렵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찰들의 관심이 절실하다또한 불자들도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가정체험에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가정체험에 참여했던 서울 불광사 이형 포교사(포교사단 통일팀 소속)는 수월한 봉사자 모집을 위해 지역사찰과 연계가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형 팀장은 정착지원사무소서 탈북민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때부터 봉사자 모집을 시작하는데 항상 부족하다최근엔 이웃 사찰들에 도움을 요청해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 지역사찰과 연계가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거점사찰, 2개로 부족하다

탈북민 거점 사찰 육성은 포교 현장가들이 입 모아 요청하는 사안이다. 홍 포교사는 거창하지 않더라도 사찰들이 탈북민들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줬음 좋겠다.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면서 불교를 쉽게 알려줄 담당자까지 있다면 금상청화일 것이라 말했고, 권태근 포교사단 인천경기지역단 통일팀장은 “25교구 본사를 중심으로 탈북민 거점사찰을 마련하고 이곳에 포교사들을 대거 배치, 전국적으로 통일팀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특히 권 팀장은 통일팀을 구축하면 체계적인 불교 교육이 이뤄질 수 있고, 종국엔 탈북민 출신 포교사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는 거점사찰 육성 시 탈북민들의 사찰 접근성이 높아지고, 종국엔 탈북민 포교 네트워크망 형성에도 기여할 것이란 의견이다.

즉 탈북민 불자들 간에도 친분 쌓을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거점사찰들 간 연합으로 가정체험 봉사자 모집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현재 조계종 포교원은 서울 불광사와 청주 용화사를 새터민 전법도량으로 지정하고, 탈북민 포교에 집중할 것을 독려한다.

불광사는 매월 둘째·넷째 주 토요일 오전 1030분 탈북민 법회를 연다. 평균 15명 정도의 탈북민이 꾸준히 참석 중이며, 주지 본공 스님의 지도 아래 생활법문과 <부모은중경> 등 경전을 배운다.

이형 팀장은 너무 종교적으로 다가가면 탈북민들이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까봐 초창기엔 반야심경도 하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불교교리·마음수행·찬불가 등 배우며 불교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팀장은 탈북민을 위한 법회 공간이 부족한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이 팀장은 탈북민들이 대부분 멀리 산다. 인천에서도 주말 아침마다 2명의 탈북민이 법회 참석을 위해 온다곳곳에 거점사찰이 많이 생겨 탈북민들이 쉽게 절에 찾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화사는 정기 법회를 열진 않지만 일반 신도들의 행사에 탈북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 이는 여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자주 있어야 한국 사회에 더욱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성수 용화사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김 총장은 탈북민들이 각종 사찰 행사에 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한다. 탈북민을 도움 받는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들이 봉사자로 나섬으로써 주체의식을 기르는 것은 물론, 신도들에게도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포교원은 향후 새터민 전법도량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포교원 관계자는 각 사찰 주지 스님들이 탈북민 포교의 중요성을 깨닫는 게 급선무라며 또한 이주민 포교를 실시 중인 스님들이 탈북민에도 관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중심으로 전법도량 지정을 독려할 계획이라 밝혔다.

 

근본적 생계유지 원조해야

현재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 지원은 사찰 혹은 스님들의 산발적인 장학금 수여가 대부분이며, 취업알선은 포교사들의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이로 소개해주는 것이 전부다. 한마디로 전문 교육기관 및 취업알선 기관이 부재하다.

그러나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 초기정착비용 지원이 아닌 교육·취업을 통한 궁극적인 경제 자립을 도와야 한단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법타 스님은 교육 지원 및 취업알선은 공식 컨트롤타워를 설치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고, 종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타 스님은 교육은 생존능력 양성의 출발점이다. 북한의 교육 체제와 내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불교는 인권과 평등을 강조하는 만큼, 탈북민에도 그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종단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를 운영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법타 스님은 취업알선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친분으로 진행되는 취업알선은 한계가 있다. 종단 내 책임부서를 명확히 하고, ‘탈북민 취업알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타 스님은 교육 및 취업이 이뤄진 후에도 탈북민이 부당한 대우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법타 스님은 한국사회는 간혹 자신과 다르단 이유로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가족을 떠난 탈북민들에겐 더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며 종단 및 스님들이 앞장서 탈북민들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솔선수범을 보이면 불자들도 함께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팀장도 탈북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취업이라며 당장 취업을 시켜줄 수 없더라도 평소 취업교육 내지 상담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물질적 지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편이 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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