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法 아래 작은 통일 〈2〉 현황 및 문제점

▲ 2014년 2월 12~13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소속 교육생 122명이 ‘가정체험’을 위해 한마음선원 안양 본원에 방문했다.

[현대불교=박아름 기자] 얼마 전 경기도 수원의 한 원룸서 40대 탈북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집주인이자 여성의 연인이었던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이미 중국으로 도주한 상황.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진 바 없지만, 싸늘한 주검은 최소 7일 이상 방치된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사선을 넘어 남한 땅으로 건너온 북한이탈주민 29,688(통일부, 20168월 기준). 그들은 과연 이곳서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와 행복을 찾았을까. 현실은 상상과는 달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
정착 못한 탈남자도 많아져
차별·상대적 박탈감 큰 이유

종교, 정서 지원 선구자
이웃 종교 비해 시스템 미약
유대감 형성해 탈 불자막아야

 

한인권정보센터와 NK소셜리서치가 올 3월 발표한 탈북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한 응답자가 20.8%에 달했다. 또한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입북자가 16, 이민출국자 33, 3국 위장망명 신청으로 보호 중지된 자 53명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탈북민들의 탈남(脫南)’은 차별과 편견, 정착 실패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취업도 녹록지 않은 현실서 탈북민이란 꼬리표는 이들을 편견과 차별의 구렁텅이로 더욱 몰아넣는다.

이 가운데 한국 종교는 민간단체 중에서도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 부적응을 해소하고 정착을 돕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각 종교의 성향과 철학을 바탕으로 정서적 지원에 앞장,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그들의 한국사회서 자아정체감 형성 및 사회 적응을 도왔단 평이다.

불교계에선 ()좋은벗들(이사장 법륜)과 나누며하나되기(이사장 춘광), 통일바라밀숲(대표 남지심) 등 단체들이 탈북민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또한 조계종 포교원은 포교사단 내에 통일팀을 꾸리고 탈북민 포교를 전담했다. 통일팀은 현재 서울·인천 지역단 내 총 3개 팀 50여명으로 구성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서 탈북민 대상 법회와 상담을 실시한다.

불교계의 탈북민 지원 정책 및 포교는 이제 막 기지개를 폈단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웃종교에 비해 네트워크 및 시스템 구축 등에서 미약하단 견해가 많다.

 

절 가고 싶어도 포기하는 탈북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이하 정착지원사무소)는 대한민국에 망명한 탈북민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운영되는 통일부 소속 교육기관으로, 탈북민들은 이곳서 3개월 기간 동안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특히 법당·교회·성당이 설치돼 탈북민들에게 가족을 떠난 슬픔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정서적 지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정착지원사무소는 탈북민들이 한국 종교를 처음 접하는 기회로,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이곳서 취향에 맞는 종교를 선택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초창기엔 개신교를 찾는 탈북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엔 법회 참석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단 전언이다.

그러나 정착지원사무소 밖 사정은 다르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발간한 2015 북한 종교 자유백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2007년 후 입국 탈북민) 1140명 중 기독교가 4,801(47.3%)으로 가장 많았고, 불교 1,151(11.4%), 천주교 1,101(10.9%) 순이었다. 무종교는 3,051(30.1%)이었다.

이 결과는 정착지원사무소서 불교에 의지했던 탈북민들이 수료 후에도 신행생활을 이어가지 못함을 반증한다. 북한에선 종교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갑작스레 닥친 종교의 자유는 어렵게만 느껴질 터. 절에 가고 싶어도 어디로 갈지 모르거나 혹은 시선이 두려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권태근 포교사단 인천경기지역단 통일팀장은 탈북민들은 정착지원사무소를 수료한 후 전국 곳곳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현재 불교계서 불자 탈북민 모임이 조직된 곳은 서울 불광사가 거의 유일하다절 문턱을 넘어서기 어렵게 느끼는 그들을 위해 불교계가 먼저 모임을 조직해주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일회성 행사에 그쳐

탈북민 정서 지원을 위한 불교계 대표 프로그램은 템플스테이와 명절 합동차례다.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가 해마다 탈북민 대상 템플스테이 및 합동차례를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찰이며, 이밖에 불교계 산하 복지시설서 명절마다 탈북민을 위한 합동차례를 산발적으로 운영한다.

템플스테이는 탈북민들이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합동차례는 유교와 불교의 공통분모로써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단 점이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일시적 행사로 그쳐 탈북민들이 불교를 깊이 알고 불자로 전향하기엔 무리가 있단 지적이 많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탈북민 특화 프로그램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관점도 제기된다.

김금희 나누며하나되기 과장은 가장 아쉬운 점은 보여주기식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일회성 프로그램은 불교에 접근하게 할 순 있지만 불자로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 탈북민들은 우리 정서와 문화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 교육·취업알선 지원 全無

민간단체들은 탈북민 지원 초창기에 대부분 물리·금전적 지원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탈북민들의 상대적 빈곤을 영구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점, 각 종교계 경제 기반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등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탈북민들에 대한 교육 및 취업알선 등을 실시, 그들의 실질적 생계유지를 위한 원조에 나섰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은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해 특화된 대안학교의 확대가 절실했다.

종교계에선 개신교가 탈북민 교육 분야에 앞장섰다. 개신교서 창설한 탈북민 전문교육기관은 ()굿피플의 자유시민대학(굿피플대학, 2002년 개교) 사랑의 교회의 반석학교(느헤미야학교, 2006년 개교) 장대현교회의 장대현학교(2014년 개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불교계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종단 스님들이 201412월 북한이탈주민자녀 대안학교인 삼정학교(교장 채경희)11500만원을 기부한 사례는 있지만, 탈북민 교육기관은 전무하다.

남지심 통일바라미숲 대표는 이웃종교가 물질적 지원은 물론 탈북민 교육, 취업알선 등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반해 불교계는 너무 미약하다미래 통일 시대에 북한민들에게 불교를 알릴 탈북민들에게 교육·취업알선·의료 등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불교계가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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