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헌 교수, 30일 보조사상硏 세미나서 파격 주장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한국불교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뿌리 깊은 태고보우법통설과 문중 개념은 만들어진 역사이며, 이를 뛰어넘은 통합적인 역사관이 필요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17세기 청허 휴정 문손들이
불교계 주도하며 법통 창작
태고법통, 문중 주의로 확대

효봉, 태고 법맥 계승했지만
지눌의 개혁정신도 받아들여
“태고보우법통설은 폐기하고
지눌·원효의 확대된 史觀 필요”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보조사상연구원이 9월 30일 서울 법련사에서 개최한 ‘효봉 스님 열반 50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수선사 보조국사와 송광사 효봉 스님’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 최 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효봉 스님의 전법계보을 분석하고 태고보우법통설에 대해 비판했다. 최 교수는 발제를 통해 태고보우법통설이 본래 계승돼 내려오던 것이 아닌 역사적으로 창작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16~17세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계기로 청허휴정(淸虛休靜)과 동문인 부휴선수(浮休善修) 계통이 크게 부상했으며 이들 문손들이 불교계를 주도하게 됐다는 것이다. 17세기 이후에는 주류층이 된 청허 계통과 부휴 계통 간의 경쟁의식이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청허 계통의 문손들이 주류로 자리잡게 된다. 청허 계통 중에서도 핵심은 편양언기(鞭羊彦機)의 문손들이었고, 이들이 태고법통설의 창작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다만 송광사만은 부휴 선사가 1609년 송광사의 요청에 부응해 벽암각성 등 400여 명을 거느리고 중수를 담당했건 것이 계기가 돼 대대로 부휴계 문손들이 주석했다.

보조사상연구원은 9월 30일 서울 법련사에서‘효봉 스님 열반 50주기 추모 국제학술대회- 수선사 보조국사와 송광사 효봉 스님’를 개최했다.
최 교수는 “법통이나 전법 계보라는 것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이심전심으로 전수되는 사자상승 관계를 말하는 것인데 특히 중국 선종에서 강조된 것”이라며  “청허-편양의 문손들이 근현대 각 종파의 부침 과정에서 최고 지도자인 종정의 배출을 독점하고, 태고보우법통설이 부동의 정통설로 받아들여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법통설은 문중의식이 강화돼 가는 것에 비례해 더욱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2년 통합종단의 종정으로 추대된 효봉 스님도 청허 계통의 문손으로 태고법통설의 계승을 자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힌 최 교수는 효봉 스님의 역사인식에 주목했다. 효봉 스님은 태고보우의 법통을 계승하면서도 보조지눌의 가풍과 결사 정신을 새롭게 인식해 계승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역사 인식은 현대불교의 역사적 과제에 부응하는 효봉 스님의 뚜렷한 역사의식의 소산으로써 송광사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 한국불교의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태고보우법통설’은 폐기돼야할 ‘전근대적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한국 불교사에서도 신라말 고려초 전법계보가 조작되고 있었음을 회양산문의 법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서 “법계정심 이전의 법계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허구임이 밝혀졌다. 이제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전근대적 태고법통설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불교를 개혁해 중흥하기 위해서는 태고법통설를 폐기하고, 지눌의 선교통합사상과 정혜결사 정신, 원효의 통합불교사상과 대중화 운동의 정신을 재인식하고 계승하려는 확대된 불교사관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강건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목우자 지눌의 생애와 사상-사상의 특성과 현대적 의의를 중심으로’에 대해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다시 생각해보는 돈오점수론’에 대해, 로버트 버스웰 미국 UCLA 교수는 ‘효봉 스님 그리고 지눌을 공부다(學訥)’를, 법산 스님은 ‘효봉의 정화운동과 한국불교의 현실’ 등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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