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대 청년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성우 지망생이었던 안치범(28)씨는 당시 화재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빠져나와 119에 신고했다. 그렇지만 늦은 시간에 잠들어있는 이웃들을 깨우기 위해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고 한다. 모든 층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불이 났어요! 나오세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다 정작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사망하게 된 것이다. 안 씨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다. 이 소식에 정재계 각처와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고, 정부는 안 씨를 의사자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층간 소음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웃과 각종 범죄 소식들에 지쳐있는데, 젊은 청년이 남을 위해 불 속에 뛰어든 그 마음이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하다. 그는 자신의 가족도 아니고 단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살리려고 한 것이다. 안 씨가 아직 취업도 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의 부모님과 가족들은 어떤 마음일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 청년들에 대한 희망을 다시 보게 된다. 3포 시대의 이기적인 신세대라고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수업시간에 물어보곤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무엇인가?’

놀랍게도 언제나 많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도와주거나 때로는 손해를 불사하고 남을 위해 보시하거나 한 일을 말해왔다. 물론 그런 일들은 인터넷이나 매스컴에 나오지 않는다. 취업을 위한 경력이 되지도 않고 돈이 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안 씨도 본인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알려지거나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비심과 봉사하는 마음만은 보이지 않은 공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반면에 화재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안 씨와 같은 20대 청년이 불을 낸 것이라고 한다. 헤어지자는 애인의 말에 화가 나서 불을 질렀다고 한다. 불같이 일어나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까닭이다.

한 찰나에 부처님의 마음이요, 한 찰나를 몰라서 끊임없는 억겁에 이끌린다라는 가르침이 생각난다. 그동안 교도소 봉사를 다니며 가슴깊이 참회하는 수많은 재소자들을 보아왔다. 그 가해청년도 안 씨의 희생을 보고 진심으로 자기잘못을 참회하는 계기가 되기만을 간절히 기원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공생하는 연기적 존재다. 나와 너가 둘이 아닌 공심공체(共心共體)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무아(無我)를 말씀하시며, 혼자서만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하셨다.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분리된 라는 것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은 허상이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마침내 온 우주와 함께 하는 한마음인 것이다라고 하셨다. 사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지만 안씨처럼 소리없이 남을 위해 봉사하는 대승보살들이 많을 것이다.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에서는 보살이 보리심에서 물러나는 원인 중 하나가 중생들에게 자비심이 작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냥 안씨의 희생을 잠깐 고마워하고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희생을 무릅쓰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자신의 중생심을 보살의 마음으로 다스려갈 수는 있다. 매일 하루를 사는 동안 갖가지 경계가 일어난다. 그 순간 마음 속에 삼독심의 불을 일으킬 것인가, 남을 생각하는 자비의 불을 피울 것인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이 달라진다. 오늘 나의 한 생각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서, 불같은 마음에너지가 재난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리는 자비의 힘이 될 수도 있다. 안 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일체 중생이 탐진치의 불을 끄고 내면의 불성을 환하게 밝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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