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경 교수, 대행 선사의 ‘한마음’ 학술적 고찰

〈선학〉 제44호에 논문 개제해
철학 관점서 ‘한마음요전’ 분석

한마음, 일체 만물과 호응하는 것
“공성 통감해야 한마음에 이르러
진정한 무아는 한마음으로 완성”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우리는 우리자신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중략〉불법은 우리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한마음요전, P300〉

한마음선원을 창건한 묘공당 대행 선사(1927~2012)의 ‘한마음’을 학술적으로 고찰한 논문이 발표됐다. 그간 석·박사 논문으로 대행 선사의 주인공 개념과 수행 체계 연구가 각각 1편이 있었지만, 학계 중진학자가 학회지에 ‘한마음’을 조명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자경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가 발간하는 학회지 〈선학〉 제44호에 ‘한마음이란 무엇인가- 한마음선원 대행 스님의 〈한마음요전〉을 중심으로’ 주제의 논문을 개제했다.

“선불교의 ‘즉심시불’의 마음, 원효 스님의 일심, 지눌 스님이 강조한 진심은 모두 일심인 한마음”임을 전제한 한 교수는 대행 선사의 한마음 사상을 선사의 저서인 〈한마음요전〉을 통해 조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근원에 대한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신과 같은 ‘절대 타자’를 설정하지만, 〈한마음요전〉에서는 근원의 뿌리를 나 자신의 바깥이 아닌 현재의 나 안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의 내적 근원이면서 현상세계 전체를 포함하는 것이 바로 ‘불성(佛性)’이며, 〈한마음요전〉에서는 이 같은 무한의 근거를 무한히 큰 하나의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한마음’이라고 풀이한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한 교수는 “〈한마음요전〉은 우리의 의식과 육신이 영원한 생명인 한마음에 기반해 비로소 생명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논한다”며 “이 심층의 한마음을 ‘마음 내기 이전의 마음’이며, 바로 근본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교수는 한마음사상은 불교의 ‘무아(無我)’와 상통한다고 해석했다. “불성은 무아로 밝혀질 때 비로소 드러나는 보편적 마음”이라고 밝힌 한 교수는 “내 안에서 한마음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나의 무자성성 내지 공성을 통감해야 한다. 〈한마음요전〉은 한마음사상이 무아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무아는 한마음을 통해 완성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한마음사상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주인공(主人空)’이라는 개념이다. 〈한마음요전〉에서는 “나의 참 주인이니까 주인공이요, 또 텅 비었기에 ‘빌 공 자’ 주인공”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한 교수는 “주인공은 개별자 안의 심층 보편자, 공통의 생명이고 전체 에너지”라며 “심층에서는 일체가 하나의 연결망으로 돼 있으며, 이 망을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업의 총체를 관장하는 자가 주인공이며, 주인공은 안에 있는 업을 녹일 수 있다”고 주인공의 작용력을 설명했다.

이어 “한마음의 주인공은 표층의식의 벽을 허물면서 드러난다”면서 “〈한마음요전〉에서는 나의 의식으로 무엇을 하려하지 말고 끊임없이 일체를 주인공에게 맡기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이 스스로 주인공인 한마음이 되기까지 일체를 주인공에게 맡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대행선사의 한마음으로 알차리는 것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 교수는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봤다.

한 교수는 “배려와 협동보다는 경쟁과 투쟁에 내몰려 한마음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대행 스님은 ‘전 세계의 잠자고 있는 모든 사람을 깨워 모두가 한마음으로 이어져 보살의 행을 하는 일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면서 “한마음사상은 진정 아름답고 평화로운 인류공동체를 위한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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