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念) ⑦

네 가지 대상을 바탕으로 주의 깊음의 발휘와 지속을 의미하는 사념처(四念處) 수행의 두 번째는 느낌에 대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느낌이란 일상에서 늘 경험하는 즐겁다는 느낌, 괴롭다는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세 가지를 말한다. <맛지마-니까야>사띠파타나경에 따르면, ‘느낌을 느끼고 있는 지점, 곧 자신의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이 접촉하여 구체적인 하나의 질감으로 드러난 그 느낌이 어떻게 느껴지고 있는가를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지금 느끼고 있는 느낌의 발생과 소멸과정 또한 주의 깊음의 힘이 작용되어야 할 지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 번째 심념처(心念處)는 마음에 대한 주의 깊음의 발휘와 지속을 의미한다. 여기서 마음이란 지금 이 순간에 감지되는 마음의 양태를 가리키는 것이니, 곧 마음이라는 그릇에 순간순간 담기는 내용물을 확인하는 데 주의 깊음의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이 순간의 마음상태에 대한 인지가 심념처 명상의 요체라는 규정이 된다.

경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마음상태를 살펴보면, ‘탐욕, 분노, 어리석음따위의 부정적인 요소는 물론 마음 집중, 삼매, 해탈등의 긍정적인 요소도 감지해야 할 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떤 상태가 (마음에) 붙어 있음을 뜻하는 팔리어 접두사 ‘sa-’어떤 것이 떨어져나갔음을 의미하는 ‘vīta’가 교묘히 대조를 이루면서 심념처수행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곧 탐욕(rāga)을 예로 들면, ‘sarāga(지금, 마음속에 탐욕이 있음)’, ‘vītarāga(지금, 마음속에 있던 탐욕이 떨어져나감)’ 등의 하나하나가 심념처 수행을 이루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 그림 나은영.

네 번째 법념처(法念處)는 짧은 설명으로 전모를 드러내기 어렵다. 일단 법() 자체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다음으로 법념처 수행으로 제시된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대념처경을 비롯해서 사띠파타나경에서도 법념처 수행의 대상은 매우 폭넓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지혜를 가리는) 덮개’[五蓋], ‘정신 작용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무더기에 대한 집착’[五取蘊], ‘여섯 가지 감각기관과 그 대상’[六內外處] 그리고 이들의 결합에서 발생하는 구속/집착, ‘깨달음에 도달하는 일곱 가지 길’(七覺支), ‘괴로움의 발생/원인/소멸/소멸의 길이라는 네 가지 갈래의 진리’(四聖諦).

경전에서 제시한 법념처 수행의 대상은 이처럼 매우 광범위하다. 이에 따르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닦으란 말인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하나하나 알고 이해해나가는 앎의 영역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일 것이라고 가늠할 터인데 이와 같은 법념처의 내용은 아무리 다른 측면으로 살펴보려 해도 불교의 정형화된 교리 자체를 넘어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유의 대상이 되어야 할 내용이 어떻게 명상 수행의 바탕 또는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법념처의 의미와 의의를 푸는 핵심어가 될 것이다.

()이라는 불교 용어를 제대로 풀자면 긴 논의를 추가해야겠지만, 불교 밖의 사유체계와 소통할 수 있는 용어로 간략히 정의하면, ‘의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감각기관으로 경험하고 포착하는 대상세계/경험세계를 일러 법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이 명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미 그것은 사유의 영역과 접점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음에 이어질 물음은 하나다. 사유와 명상은 도대체 무슨 관계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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