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선원 부산지원, 군인 인성 프로그램 현장

▲ 육신과 마음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보는 행복충전소 ‘입력하기’. 안대를 쓴 군인과 그를 안내하는 동료가 서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지원장 혜도·이하 부산 한마음선원)은 매달 첫 수요일 오후 부산에 있는 제6339부대를 찾는다. 군인들을 위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 ‘행복 충전소’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군 간부·상근예비역 위해
선원 인성교육 쉽게 바꿔
매월 첫 수요일 군법당서
‘마음 중심 찾는 법’ 조언

‘행복충전소’는 대행 스님 법문 내용을 중심으로 한 한마음선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군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용어를 바꾼 것이다. 현재 제6339부대 간부와 상근 예비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내용은 선원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군인의 덕목인 ‘충(忠)’에 그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 한마음선원은 “충성의 충은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으로 이뤄져 있다. 즉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며 “나라에 충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 역시 마음의 중심을 세우는 게 행복을 위한 길임을 알려주고자 했다”고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했다.

3번째 만남이 이어진 9월 7일, 부대 내에 있는 법당 대자비전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한두 명씩 찾아오기 시작했고, 총 10여 명의 군인들이 법당에 삼삼오오 자리 잡았다. 한창 바쁠 업무 시간, 이들은 발걸음을 옮겨 법당을 방문한 이유를 “행복해지는 법을 알기 위해서”라고 했다.

▲ 혜벽 스님이 행복충전소 참가자들에게 마음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참된 행복을 찾기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 부산 한마음선원 군포교 담당 혜벽 스님은 먼저 마음의 근본 원리를 설명했다. 스님은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은 ‘자신과 잘 노는 것’에 있다고 했다. 스님은 ‘자신과 잘 놀기 위한 방법’이 마음의 중심, 참된 나가 무엇인지 알고 마음을 관찰하며 실생활에 적용해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날 프로그램은 ‘마음 관찰하기’ ‘중심 찾기’ 그리고 ‘입력하기’ 순으로 진행됐다.

마음 관찰하는 법을 설명하기 위해 스님은 군인들에게 몸과 마음이 이어진다는 느낌으로 엄지손가락을 잇고 편안한 자세로 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 천천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몸과 정신에 명령을 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제3의 눈인 관찰자가 있음을 확인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어 붉은색, 주황색, 푸른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의 컵을 앞에 두고 마음 관찰 후 자신의 마음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컵을 선택하도록 했다. 군인들은 스트레스, 가족, 건강, 업무 등 다양한 답을 설명하는 컵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마음이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 지 확인한 이들에게 혜벽 스님은 “허공에 그 컵을 뒤집고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벽 스님은 “이 모든 것은 허공과 같이 공한 자리에서 나는 것이며 비워버리는 것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이나 여러 부정적인 상황에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관찰을 통해 마음 상태를 확인한 후 비우게 되면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중심찾기’는 참된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혜벽 스님은 “사람의 구성은 몸과 정신으로 되어 있다”며 “정신은 ‘마음’과 ‘참나’로 나눠져 있고 참나를 찾아 몸과 조화를 이뤄 나갈 때 모든 일상은 행복으로 가득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참된 자아가 가진 힘과 그 영향력을 설명하기 위해 ‘미니 등(燈)’ 그리기를 진행하고, 참된 자아를 설명할 수 있는 주인공, 바다, 선장, 보디가드 등 여러 단어를 제시했다. 군인들은 미니 등에 그린 자신의 중심을 파트너에게 설명했고, 곧 이어 법당 옆에 위치한 테니스장에서 ‘입력하기’ 시간을 진행했다.

두 명의 파트너를 한 조로 묶어 한 명은 눈을 감고 눈을 뜬 다른 한 명이 파트너를 안내했다. 육신과 참된 자신이 어떻게 협력하는지 알기 위한 체험이었다. 눈을 감고 걸어가던 한 군인은 “눈을 감고 걸을 때 장애물이 없으니 내가 어디쯤 왔는지 예측할 수 없어 오히려 혼란스러웠다”며 “한편으론 삶의 장애도 내가 어디쯤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혜벽 스님은 또 한 달 동안 스스로 적용할 ‘셀프콤비 프로젝트’로 △나에게 선물하기 △혼자 여행하기 △하루 목표 세우기 △하루를 되돌아보며 편지 쓰기 △매일 감사한 것 적기 △하루 일과를 친구에게 말하듯 음성 녹음하기 등을 제안했다. 참여한 군인들은 행복 에너지로 자신을 매일 충전할 것을 약속하며 “프로젝트는 일상을 숙제가 아닌 축제로 만들어 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행복충전소에 참여한 군인들은 짧은 시간동안 휴식을 얻었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명은(37) 중사는 “평상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하다 보면 잊어버리고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다시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충석(27) 하사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 시간을 통해 휴식을 얻고 밝아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현주(30) 중사는 “군 생활은 비슷한 일상이 반복돼 단조로울 수 있다. 주어진 프로젝트로 하루하루를 새롭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마음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행복충전소는 제6339부대 이정환 연대장의 제안을 부산 한마음선원이 받아들여 탄생했다. 이정환 연대장은 부대 내 뿐 아니라 일상생활서 군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찾고 있었고, 당시 부대를 방문해 법회를 열고 장병들에게 공양 올리던 선원에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했다.


“결핍도 성장의 밑거름 가능”
부산 한마음선원 군포교 담당 혜벽 스님

“행복 충전소는 인성 교육입니다.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위해선 우선 스스로 잘 놀 줄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죠. 자기 자신에게는 코드만 꽂으면 충전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마음자리가 있으니 그 자리를 통해 마음을 조절하고 밝아지면 곧 행복을 얻는 것입니다.”

부산 한마음선원 군포교 담당 혜벽 스님은 인성 교육의 첫 출발은 에너지를 충전할 마음자리를 발견하고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혜벽 스님은 군포교 현장에 어울리는 단어 충(忠)을 풀어 설명하고 ‘마음 중심 바로 잡기’로 인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혜벽 스님은 “군부대라는 현장은 일반 사회와 달리 특수함이 전제되는 곳이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결핍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결핍은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면서 “결핍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아 군인들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 스님은 연말마다 진행하는 군 장병들을 위한 ‘늘 푸른 콘서트’ 계획도 설명했다.

스님은 “현재 부산 한마음선원에는 군 장병들을 위한 후원자가 100명이 넘는다. 후원자들을 모시고 군인들이 직접 장기자랑과 인성교육 성장 일기 발표 등으로 무대를 꾸미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면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줄 때 더욱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장병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이면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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