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 북칼럼니스트

참불선원 강좌천천히 경을 읽는 즐거움

셀 수 없이 많은 불교경전
읽는 속도 불자들 천차만별
눈과 입으로 내용 음미하면
경전 메시지 느낄 수 있다

부처님은 항상 만나는 이들에게 대기설법(對機說法)을 했다. 병에 따라 약을 주듯 상대방의 능력에 맞춰 가르침을 설한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오늘날 경전으로 불자들에게 전해지지만 ‘1천독’ ‘1만독등 횟수에 얽매여 많이 외는 것에만 매달리는 이들이 있다. 이미령 북칼럼니스트는 96일 서울 참불선원 인문학 대강좌서 경전을 천천히 읽을 때 메시지를 찾아내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리=윤호섭 기자

▲ 이미령 북칼럼니스트는… 동국대 불교학과 학부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경전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경전관련 강좌와 칼럼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 행원문화상(역경분야)을 수상했다. 현재 여러 불교대학서 강의하면서 교계언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BBS FM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 YTN FM ‘YTN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 등 진행을 맡고 있다.
불교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경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경전을 읽어보셨나요? 법화경〉 〈화엄경〉 〈금강경〉 〈반야심경등 사경을 하기도 하고, 독송도 하면서 접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전을 어떤 속도로 읽는 편인가요? 누군가는 다라니를 외듯이 빠르게 읽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경전 내용을 음미하기 위해 천천히 읽겠죠.

저는 오늘 초기경전을 천천히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초기경전을 선택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앞서 말씀드린 경전을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세속과 괴리감을 느껴 얻어가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기경전은 내용이 쉽고, 자세하기 때문에 불자들에게 잘 와 닿을 수 있습니다. 일단 앙굿따라-니까야에 나오는 내용을 독송해보겠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밧티 시의 제타숲 아나타핀디카 승원에 계셨다. 그때 아나타핀디카 장자가 찾아와서 인사를 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한쪽으로 물러나 앉은 장자에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세상에는 열 종류의 범부가 있습니다. 범부란 눈····몸으로 온갖 즐거움을 만끽하는 자를 말합니다. 그 열 종류란 무엇일까요?

첫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지 않게 폭력으로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을 편안하게도 하지 못하고, 남에게도 나누어주지 않으며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둘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지 않게 폭력으로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은 편안하게 살아가지만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셋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지 않게 폭력으로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도 편안하게 살아가고 남에게도 나누어주고 공덕도 쌓습니다.

넷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할 때도 있고, 정의롭지 않고 폭력을 써서 재물을 구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을 편안하게도 하지 못하고, 남에게도 나누어주지 않으며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다섯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할 때도 있고, 정의롭지 않고 폭력을 써서 재물을 구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은 편안하게 살아가지만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여섯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할 때도 있고, 정의롭지 않고 폭력을 써서 재물을 구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도 편안하게 살아가고 남에게도 나누어주고 공덕도 쌓습니다.

일곱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을 편안하게도 하지 못하고, 남에게도 나누어주지 않으며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여덟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은 편안하게 살아가지만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공덕을 쌓지도 않습니다.

아홉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도 편안하게 살아가고 남에게도 나누어주고 공덕도 쌓습니다. 그는 재물을 소유하고 누리지만 그것에 집착하고 영원하리라 착각해서 악업을 짓고, 재물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지 못하고 떠날 줄을 알지 못합니다.

열째, 어떤 범부는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도 편안하게 살아가고 남에게도 나누어주고 공덕도 쌓습니다. 그는 재물을 소유하고 누리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착각하지 않아서 악업을 짓지 않고, 재물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고 떠날 줄을 압니다.

 

장자여, 첫 번째 범부는 세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지 않고 폭력으로 재물을 구한다는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 남에게 나누어주지도 않고 공덕도 쌓지 않는다는 비난받을 세 가지 일입니다.

두 번째 범부는 두 가지로 비난받고 한 가지로 칭찬받습니다. 정의롭지 않고 폭력으로 재물을 구한다는 것,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공덕도 쌓지 않는다는 것이 비난받을 두 가지 일입니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칭찬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세 번째 범부는 한 가지로 비난받고 두 가지로 칭찬받습니다. 정의롭지 않고 폭력으로 재물을 구한 것이 비난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 남에게 나눠주고 공덕도 쌓는 것이 칭찬받을 두 가지 일입니다.

네 번째 범부는 한 가지로 칭찬받고 세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하는 것이 칭찬받는 한 가지 일입니다. 정의롭지 않고 폭력을 쓰기도 하면서 재물을 구한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지 않는 것,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공덕도 쌓지 않는 것은 비난받을 세 가지 일입니다.

다섯 번째 범부는 두 가지로 칭찬받고 두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하는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칭찬받을 두 가지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정의롭지 않게 폭력을 쓰기도 하면서 재물을 구한 것,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공덕을 쌓지 않은 것이 비난받을 두 가지 일입니다.

여섯 번째 범부는 세 가지로 칭찬받고 한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한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 남에게 나눠주고 공덕을 쌓는 것이 칭찬받을 세 가지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정의롭지 않게 폭력을 쓰기도 하면서 재물을 구한 것은 비난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일곱 번째 범부는 한 가지로 칭찬받고 두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한 것은 칭찬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지 못한 것,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공덕도 쌓지 않는 것이 비난받을 두 가지 일입니다.

여덟 번째 범부는 두 가지로 칭찬받고 한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하는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칭찬받는 두 가지 일입니다. 남에게 나눠주지 않고 공덕도 쌓지 않는 것이 비난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아홉 번째 범부는 세 가지로 칭찬받고 한 가지로 비난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한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 남에게 나눠주고 공덕도 쌓는 것은 칭찬받을 세 가지 일입니다. 그러나 재물을 소유하고 누리지만 그것에 집착하고 영원하리라 착각해서 악업을 짓고 재물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지 못하고 떠날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은 비난받을 한 가지 일입니다.

열 번째 범부는 네 가지로 칭찬받습니다. 정의롭게 폭력을 쓰지 않고 재물을 구하는 것,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 남에게 나눠주고 공덕도 쌓는 것, 재물을 소유하고 누리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착각하지 않아서 악업을 짓지 않고 재물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고 떠날 줄을 아는 것이 칭찬받을 네 가지 일입니다.

 

장자여, 세상에는 이처럼 열 종류의 범부가 있습니다. 이 열 종류 가운데 정의롭고 비폭력적으로 재물을 구하며, 이렇게 모은 재물로 자신도 편안하게 살아가고 남에게도 나누어주고 공덕도 쌓으며, 재물을 소유하고 누리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착각하지 않아서 악업을 짓지 않고 재물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고 떠날 줄을 아는 열 번째 범부가 가장 훌륭하고 뛰어나고 존귀한 자입니다.

 

이 내용은 기원정사를 공양한 아나타핀디카 장자에게 부처님이 재물과 관련된 가르침을 설하신 겁니다.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재물을 모아야 할까요, 모으지 말아야 할까요? 재물에 대한 부처님의 생각을 느낀 대로 이야기해봅시다. 또 재물을 모았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라고 경에서 말하고 있나요? 재물을 향유하는 순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홉 번째와 열 번째 범부의 차이점인 무엇이고, 이 열 종류 범부 가운데 당신은 몇 번째인가요?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 신앙인의 자세는 재물을 어떻게 대하는 것일까요?

이처럼 짧은 경전 내용이지만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개개인마다 느끼는 차이는 있겠죠. 그러나 이런 과정이 곧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같은 표현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껴 반복구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휙휙 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할 게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 대해 무엇은 칭찬받고 무엇은 비난받는다고 하는 이 표현을 구구절절 계속 얘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당장 내 주변 어느 사람을 평가할 때 쉽게 판단합니다. 사이가 안 좋으면 상종 못할 사람이 되고, 어떤 이에게 감동을 받으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되죠. 그런데 이런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무엇이 어떤 이유로 칭찬받을 만하고, 무엇이 비난받을 만한지 얘기하신 겁니다. 뭉뚱그려 말하지 않은 것이죠. 이것이 불교가 사람을 보는 방식입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따져 아는 것이 업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돕기 때문입니다.

어떠신가요? 경전을 천천히 자신의 눈과 입으로 읽어가면서 경전에 쓰인 메시지를 스스로 찾아내고, 일상에서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일. 이것이 불교인의 삶이어야 합니다. 또 그렇게 살아갈 때에 진정 사람을 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가 진짜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동의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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