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추석특집 cover story

[현대불교= 노덕현 기자]주부 강 모(50, 서울 대치동) 씨는 올해 추석 차례를 인근 사찰에서 지내기로 했다. 딸만 있는 집안이라 지난해만 해도 딸의 도움으로 차례 음식 준비가 수월했지만 올해 딸을 시집보낸 뒤 혼자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씨는 “차례 때 친척들이 그다지 많이 오지 않는 데다 남들처럼 며느리와 함께 준비할 수도 없어서 결국 신위만 모셔서 가까운 절에 가서 차례를 지내기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 안양 한마음선원 본원 추석 합동차례 모습. 현대불교 자료사진



명절 미귀향 가구 25% 달해
사찰차례 동참자 연 7% 증가
수도권 사찰차례, 2부제 운영
“불교계 세시풍속 개발 필요”

변화하는 명절 문화
최근 명절 풍속도는 불과 10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10년간 추석 나기는 짧고, 가깝고, 실속 있는 방향으로 급격히 변화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귀성객들의 고향 체류 기간은 2004년 ‘3박4일 이상’이 40.3%에서 2014년 25.5%로 14.8%나 줄었으며, 1박 2일은 25.1%에서 32.2%로 7.1% 늘었다. 추석 연휴 기간 내 수도권 안에서 움직인 가구의 비율도 18.3%에서 23.2%로 4.9% 증가했다. 수도권 거주자 중 4명중 1명은 추석에 고향을 가지 않게 된 것이다.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불교민속학회장)는 “과거 대가족 중심의 농업사회에서는 가족이 공동체를 형성했지만 핵가족화와 산업화에 따라 개인이 주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인 가족 또는 명절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차례는 지내야
하지만 아직까지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그 영향을 받은 것이 사찰 차례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다. 수도권 각 사찰들은 늘어난 인파로 분주하다.

서울 조계사의 경우 추석 합동차례 동참 가정이 2013년 846가구에서 2014년 905가구, 2015년 955가구로 증가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900여 가구가 신청한 상태다.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조계사는 2013년부터 3부제를 지내고 있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명절에 합동차례를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사찰 종무원이 다수가 나와야 할 정도로 중요행사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봉은사는 2013년 1055가구에서 2014년 1145가구, 2015년 1172가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봉은사 관계자는 “예년보다 더 접수된 상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120가구에 한해 진행되는 단독차례의 경우 지난해 10여일간 모집됐다면, 올해는 이미 공고 이틀만에 모집 마감됐다”고 전했다.

대구 동화사의 경우 이번 추석에 50여건 이상의 합동차례 접수를 받았다. 추석 당일 사시예불 후 차례상을 준비해 가족들이 가져온 위패를 모시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 지내기가 어려운 신도들은 종무실을 통하거나 전화를 통해 합동차례에 참가한다. 10만원 정도의 접수비용만 주면 절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다.

단순 차례 대행은 ‘본말전도’
사찰차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단순히 시민들의 편의성 증대에만 사찰이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민속학자인 구미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찰이 단순히 차례 편의 증대에만 그친 대행업에 머무른다면 차례문화 쇠퇴와 함께 곧 외면 받고 말것”이라며 “다문화가족 이산가족, 독거어르신, 소년소녀가장 돕기 등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돕거나 통일발원기도 등 민족 명절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기도 등도 함께 진행해 본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가 음력문화를 보존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용덕 한양대 교수(비교민속학회장)도 “설 단오 추석 등의 명절은 유교와 불교, 농경문화 등 우리의 전동이 섞인 문화다. 하지만 농경문화ㆍ유교문화가 사라져가며 이제 불교문화만이 보루로 남게 됐다”며 “최근 사찰에서 칠석, 동지 등에 다양한 행사를 하는데, 일반에서 이미 잊혀져 버린 세시풍속을 유지해 가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추석 차례 또한 외부에서 잊혀져 가는 세시풍속을 불교계가 연구 개발해 전문화 시킬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노력이 사찰로 국민들을 끌어들이는 이벤트가 되고 포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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