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 연수 中 선종사찰 순례 현장

중국 최초 사찰 백마사 박물관에서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과 순례단 스님들이 중국 측 스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동아시아로 전래되면서 전법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경전의 유입으로 한역(漢譯) 역경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부처님 가르침이 문자와 언어로 전해졌다. 달마 스님이 동쪽으로 오면서 전해진 부처님의 마음법은 ‘선(禪)’으로써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근간이 됐다. 그래서 〈선가귀감〉에는 이런 말이 전해진다.

“세존께서 세 곳에서 마음을 전하신 것은 선(禪)의 가르침이 되고, 한평생 말씀하신 것은  교(敎)의 가르침이 됐다. 그러므로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8월 24~30일 中 서안 등서
증명 법사로 원각 스님 참여

소림사·법문사·대자은사 등
선종·교종·역경 사찰들 순례
禪·敎, 아시아 불교사 ‘한눈에’

불학원 견학·신행현장 참관
현대화된 교육시설 등 감탄
중국불교는 현재 ‘屈起 중’
韓불교 변화 계기 마련해야

순례단이 소림사 이조암에서 회향법회를 하고 있다.
선종부터 교종까지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이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한 연수 프로그램 ‘중국 선종사찰 순례’는 선종뿐만 아니라 교종과 동아시아 역경의 시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특히 한국불교 대표 선지식 중 한 명인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이 증명법사로 참여해 순례의 의미를 더했다.

24일 법문사에서 입재식을 가진 순례단은 25일부터 본격적인 순례 일정을 시작했다. 서안과 낙양에서는 주로 교종과 역경 사업과 관련된 유서 깊은 사찰들을 만났다.

초당사에서는 구마라집 스님의 역경의 의지를 목도했다. 구마라집 스님은 대승불교 반야부 경전을 한역해 전함으로써 동아시아 불교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장 스님의 사리가 봉안된 흥교사와 구법의 원력과 회향처인 대자은사에서는 옛 구법승들의 위법망구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숭산 소림사에서는 초조암, 이조암 그리고 달마 스님이 양무제를 피해 몸을 숨기고 9년간 면벽 수행을 했던 면벽굴을 찾았다. 동아시아 선의 역사가 시작점을 바로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순례단 입승 소임을 맡았던 효원 스님(광명사 주지)은 “소림사는 초조암과 이조암, 면벽굴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시작된 선은 동아시아로 널리 퍼졌다”면서 “전등 법맥을 친견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하다. 더욱 수행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원각 스님과 순례단이 법문사의 교육환경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불교 변화 그리고 교류
법문사, 흥교사, 대자은사 등에서는 변화하는 중국불교를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법문사는 중국불교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를 목도했다. 2007년 개원한 법문사 불학원은 현대식 시설을 갖췄으며, 현재 비구 학인 60명, 비구니 학인 80명이 수학하고 있다. 순례단이 찾았던 당시에는 방학 중이었지만, 일부 학인 스님들은 인터넷 강의 등을 들으며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법문사 시설 설명을 위해 나온 주지 현공 스님은 “유식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으며, 사회 구제를 위한 봉사와 실천행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자은사에서는 중국에서 가지는 불교의 위상을 만났다. 사찰 인근 국제문화사업광장 천장에 설치된 파노라마에서는 중국 불교 문화재와 관련한 영상이 계속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한 주요 도심 사찰에서는 가족 단위 신도들과 20~30대 연인들이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며, 산책과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가이드를 맡았던 장순옥 씨는 “중국불교는 개혁 개방이후 복원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불교와는 상대적으로 젊은 스님들이 많다. 신도들 역시 젊은 거사들 위주”라고 설명했다.

원각 스님과 순례단이 대자은사의 현장 스님 일대기를 담은 목탱화를 참배하고 있다.
“불교가 사회 갈등 치유해”
순례단의 순례기간 참배한 사찰에서는 모두 방장과 주지 스님들이 직접 나와 환대했다. 소림사 방장 스융신 스님들을 비롯한 각 사찰 방장들은 스님들과 차담을 나누고 선물을 교환하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은 중국 측 스님들과의 환담에서 불교가 가진 선의 정신이 사회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단초라고 강조했다.

원각 스님은 “현대사회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의 입장을 내려놓고, 중간마저도 버리고, 대화해야 지혜가 나온다”면서 “세계인들이 조화·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불교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처님의 법을 이은 한국과 중국은 일불제자의 형제 국가”라며 “양변을 여의고 본래 마음으로 살아가면 자유롭고 활발발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불교가 부처님 법을 세상에 널리 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원각 스님과 소림사 방장 스융신 스님이 선물을 교류하고 있다.
참가 스님들 “견문 넓히는 계기”
선과 교의 중심된 사찰을 참배한 순례단은 그곳에서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시원을 만났다. 그 안에는 서역에서 불법을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난 구법승의 원력이 있었고, 전해진 경전을  번역했던 역경승들의 치열함이 있었다. 또한 선객들이 품은 서슬파란 취모검(吹毛劍)도 만날 수 있었다.

순례단 스님들도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시원을 돌아보면서, 현재의 자신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불교방송 진행자인 성전 스님(남해 염불암 주지)은 “강원 선배인 교육부장 스님의 권유로 순례에 참여했다”면서 “선종의 맥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신도들과도 함께 순례를 오고 싶다. 스스로 수행과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돈성 스님(대구 보광원 총무)은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전래된 선종 사상을 배우고 싶었다”면서 “옛 스님들의 구법처를 따라 갈 수 있던 것도 의미가 깊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정진하겠다는 원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구법승 현장 스님의 동상. 뒤로 대안탑이 보인다.
동학사 화엄승가대학원(화엄학림)의 강사 명선 스님과 학인 스님 등 6명은 함께 순례에 동참했다. 학인으로 수학 중인 원소 스님은 “학림 대중 스님들과 졸업여행을 계획했는데, 단순한 여행이 아닌 좀 더 의미있는 순례를 생각했다. 그래서 종단 연수를 참여했다”면서 “사중에서 책으로만 배우던 것들을 현장에서 순례하며 만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명선 스님은 “학림장 일초 스님과 주지 정영 스님의 후원과 배려로 종단 순례 연수에 참가할 수 있었다”면서 “방장 스님과 함께 사찰을 참배하고 교류하는 모든 현장이 교육에 일환이다. 진정한 순례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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