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 칠석맞이 ‘송광 백련 나비채’ 축제

▲ 전북 완주 송광사 백련 나비채 축제에 참가한 대중들이 베트남 팃 드엉 탄 스님의 지도 아래 두 팔을 벌려 연밭명상을 체험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표정이 저마다 자못 진지한 것이 인상적이다.

8월 9~14일 완주 송광사서 열려

이주여성·외국인근로자 초청

국내 정착 돕는 결연식 비롯해

음악회·연밭명상 등으로 情 나눠

 “우리 모두가 참으로 평온하길 바랍니다. 나는 이웃과 나누며 살고, 나의 경험과 기억을 비우고 살고, 사랑과 자비로 채우며 살길 원합니다. 나비채로 살길 원합니다.”

 연중 북두칠성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까마귀가 놓아준 다리를 통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칠월 칠석. 푸름 가득한 이 계절에 전북 완주 송광사(주지 법진)가 8월 9~14일 경내서 한여름밤의 축제 ‘2016 송광 백련 나비채’를 개최했다.

‘나눠주고 비우고 채우는’ 앞 글자를 따 ‘나비채’로 이름 지은 이번 축제는 자비로 나누고, 지혜로 비우고, 행복으로 채우며 모두가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휴가철 온 가족이 유쾌하게 즐기고 이웃과 함께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나눔의 마당이 펼쳐졌다. 특히 고국을 떠나 국내에 살고 있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근로자들을 초청해 지역주민과 이주민의 만남을 잇는 다리를 놓아 그 의미를 더했다.

행사기간에는 이웃주민들과 연음식을 함께 나누고 가족을 위한 음악회와 베트남 문화체험, 베트남 효도법회 등을 실시했다.

▲ 불자들과 베트남 이주민을 연결하는 쌍지모 결연식.

13일에는 송광사 불자들과 베트남 이주민을 연결하는 쌍지모 결연식이 열렸다. 두 손가락에 낀 쌍가락지처럼 지역민과 이주민이 한 가족 같이 가까워지길 염원하는 쌍지모 결연식은 한광수 신도회장과 베트남불자 여윤희 씨를 비롯한 5쌍이 결연을 맺었다. 이들은 다문화 가족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연대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은 순은 단주를 선물하며 이들의 결연을 축하했다. 참석한 모든 대중은 각자의 소원을 담은 다양한 색상의 풍선을 날리며 화합을 다짐했다.

결연가족이 된 디티번 씨는 “한국으로 시집와 고향 부모님이 무척 그리웠는데 이제 한국에 친정부모님이 생긴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송광사는 매년 각 나라 다문화가족을 초청해 결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금산중 관악부가 공연을 하는 모습.

이어 송광사 특별무대에서 화합 음악회가 열렸다. 지난해 전국관악경연대회서 금상을 수상한 금산중학교 관악부의 공연으로 막을 연 음악회는 클래식 음악인들이 연주하는 동물의 왕국이 무대에 울려 퍼졌다.

프랑스 작곡가 까미유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쇼팽의 ‘강아지 왈츠’, 슈베르트의 ‘송어’ 등 다양한 동물을 주제로 한 음악이 연주됐다. 또 베트남 명곡 연주와 베트남 민요 ‘어린이들의 축제’를 대중들이 함께 배우며 노래해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 특별무대로 마련된 열린 음악회.

법진 스님은 “어긋나고 깨진 관계를 회복하며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을 일으키고자 칠석맞이 송광백련 나비채를 준비했다”며 “칠석을 맞아 이주민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축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스님은 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레 벽이 없어지고 동심원이 넓어지길 기대한다”며 “나의 이익과 안락, 평화는 이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족과 함께 참가한 장지숙 송광사 지장회장은 “손주들과 같이 와서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를 만들어 준 송광사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4일 열린 베트남 특별기도회.

이튿날인 14일에는 베트남 특별기도회가 열렸다. 사운당에서 열린 특별기도회는 베트남 원오도량 팃 드엉 탄 스님의 집전 아래 베트남 전통의식으로 법회가 봉행됐다. 전국의 베트남 원오도량서 모인 300여 명의 베트남불자들은 효도법회서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

베트남에서는 우란분절에 효도법회를 봉행하며 가슴에 꽃을 달고 부모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베트남불자들은 부처님께 차와 꽃을 공양하고 부모 대하듯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재현했다.

팃 드엉 탄 스님은 “이번 행사를 통해서 베트남불교와 한국불교의 관계가 더욱 우호 증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티안(30, 광주 산정동) 씨는 “한국과 베트남의 불교는 문화와 수행방법에 차이가 있어 베트남불자들은 베트남 불교의식을 선호한다”며 “많은 베트남 도량이 생겨서 베트남불자들의 신행활동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불자들은 이와 별도로 새벽에 송광사 연밭에서 팃 드엉 탄 스님의 지도로 명상법회를 봉행했다.

▲ 컵등 만들기 체험을 하며 이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송광사에서는 축제기간동안 베트남 문화 홍보영상을 상영하고, 베트남불교를 홍보할 수 있는 부스를 설치해 많은 불자들이 베트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베트남불자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베트남 쌀국수, 연잎 상추튀김 등 베트남 전통음식을 송광사 불자들에게 대접했다.

이밖에 관음전에서는 연꽃 사진전이 열렸고, 연꽃등 만들기, 연잎차 만들기, 연꽃차 시음 등 송광사 도량 곳곳에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또한 송광사 불자들은 성 요셉요양원, 송광정심원, 소양면 경로당 등을 찾아 송광사 연밭에서 수확한 연을 이용한 음식을 대접했다.

완주 송광사=조동제 전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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